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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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세워놓은 자전거옆에서 군행정경제위원회 구영세부위원장이 서성거리고있었다. 그는 벗어진 이마를 해빛에 번들거리며 두리번거리고있었다. 자전거임자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찾고있는것이 분명하였다.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큰길쪽으로 걸어나오던 차영진은 그를 띄여보자 헛기침을 깇었다.
구영세는 얼굴을 돌렸다. 그는 놀란 눈으로 책임비서를 지켜보았다.
《도당책임비서동지는요?》
《돌아갔소.》
《예?》
《…》
《무슨 노여운 일이라도 있었는가요?》
《군당에 들어가기요.》
영진은 자전거를 잡고 걸음을 떼였다. 구영세는 얼굴이 까맣게 질려 말없이 따라오다가 그의 손에서 자전거를 앗아내여 자기가 끌었다.
두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구영세는 길바닥에 짧게 드리운 책임비서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듯 약간 떨어져서 걸어왔다. 영진이 무엇인가 어색한 기분을 느껴 흘깃 돌아보니 구영세는 걸음을 다그쳐 가지런히 서며 도당책임비서가 왜 왔다갔는지 알고싶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영진은 이런 길바닥이 아니라 군당에 들어가서 일군들을 다 모여놓고 전달하고 싶었지만 너무 궁금해하니 별수 없었다.
《군당에 들어가 구체적으로 전달하겠지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우리 군에 대하여 물으셨소. 어떻게 꾸려지고있는가…》
《아니… 정말입니까?!》
《도당책임비서동지가 당중앙위원회에 올라가서 직접 말씀을 받고 내려오자바람으로 왔댔소.》
《아, 그렇구만요!》
《군당에 들어가서 말하기요.》
구영세는 얼굴이 불깃해져서 단숨을 몰아쉬며 그냥 중얼거렸다.
《이게 꿈이 아닙니까? 예? 이런 산골군에까지 관심을 돌리시다니… 정세도 복잡한데… 도당책임비서동지가 갑자기 왔다는 말을 듣고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부위원장동무, 군을 부쩍 추켜세워야 하겠소. 잘 꾸려야겠소.》
《예… 정말 가책이 되는 점이 많습니다…》
구영세는 계속 말했으나 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지난날의 일들이 언뜻언뜻 떠올라서였다.
차영진은 군당책임비서로 사업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버이수령님께서 이 고장을 세번이나 찾아주시였다는 생각이 어느하루도 머리속에서 떠난적이 없었다.
전후의 어느해에는 세월의 비바람에 고삭은 나무다리가 홍수에 떠내려가 발을 벗고 물을 건너 군소재지로 찾아들어오신 일까지 있었다.
군당책임비서는 그 물가에 자주 찾아와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오래도록 서있었다. 산골물의 바닥은 물때오른 바위돌들이 깔려있어 울퉁불퉁하였다. 홍수에 굴러내린것들이였다. 해빛에 번쩍이는 물결에 거룩한 영상이 어리고 물가의 모래불에도 그날의 발자취가 찍혀있는듯 해서였다.
영진은 생각하군 했다. 가야 할곳이 많고많았겠는데 어찌하여 이 외진 산간벽지, 광산이나 변변한 림지도 없어 나라에 아무런 보탬도 주지 못하는 이 척박한 산골까지 그토록 찾아주시였을가?… 인민들이 살고있기때문이다, 순전히 산간인민들의 살림살이가 걱정되여 찾아오시고 또 찾아오신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이어 나갈수록 군의 모든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림집, 지방산업공장, 학교, 병원, 도로, 편의봉사망… 모든것들이 수령님께서 바라시는 수준에서 썩 뒤떨어져 보였다.
송탄군소재지는 1964년 《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문제에 관한 테제》가 발표되고 사상, 기술, 문화혁명의 거점으로서의 군의 역할을 높일데 대한 과업이 전면에 나선 다음 소도시의 면모가 잡히게 도안에서 선참으로 훌륭하게 꾸려졌다고 도일보에 크게 소개된 일까지 있었다. 70년대와 80년대초에도 새 건물들과 시설들이 건설되였지만 읍거리의 전반적인 면모는 시대의 요구수준에 이르지 못해 보였다. 리들도 벌방지대의 농촌들에 비하여 뒤떨어져 있었다.
그는 이웃 군당에서 비서로 사업할 때 드문히 여기로 다녔는데 그때에는 모든것을 무심히 보아왔지만 일단 이 군의 책임비서로 되자 그렇지 않았다. 보이는 모든것에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내리게 되고 적지 않은 문제에 자기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였다. 언제인가 이웃군당의 나이지숙한 일군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는 당일군의 책임감과 감수성은 정비례한다고 하며 책임비서는 그 당적인 책임감때문에 남들이 다 못보는것도 먼저 보고 민감하게 느낀다고 하였다.
송규태책임비서도 그런것을 느꼈기때문에 편의시설들도 새롭게 꾸리고 체육관건설까지 시작한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인계받은 체육관이란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올라가다만 벽체를 허물고 기초를 더 넓게 닦고 다시 벽을 쌓기 시작하였다. 이웃 군당에 있을 때 영진은 산을 잘 리용하고 매해 농업생산을 올리고있는 그를 마음속으로 은근히 존경했었다. 그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기 위하여 농업을 발전시키는데 전념하여 군을 꾸리는데 마음을 덜 쓴것인가… 아니면 자기가 꾸려놓은것들에 대한 지나친 애착심에 눈이 흐려져 시대의 흐름속에 낡아지는것을 보지 못했는가?
평소에 영진은 선임자의 사업을 허무적으로 대하는 후임자에 대하여서는 고깝게 여겨왔었다. 송규태로 말하면 일찌기 그의 사업과 생활을 적지 않게 도와준 선배동지였다. 20여년전 이웃 군당조직부에서 지도원으로 사업하면서 그한테서 당내부사업을 배웠으며 개인생활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군당사업을 인계할 때 송규태는 영진이 자기 후임으로 온데 대하여 매우 기뻐하며 추억에 잠겨 옛날의 즐겁던 일, 괴로왔던 일도 몇가지 이야기하였다. 뜨거운 감회에 가슴이 설레였다.
영진은 송규태와 이런 관계여서 그가 해놓은 일들을 귀중히 여겼으며 부족점들에 대하여서도 선의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군을 새롭게 꾸리는 문제도 그하고 개인적으로 의논하고싶었다.
어느날 영진은 도에 올라간 기회에 송규태의 방에 들려 자기 의향을 비쳐봤다. 송규태는 좋은 일이라고 기뻐하면서 자기가 비록 도에 올라왔지만 송탄을 모른다고 외면해서야 되겠는가고 하였다. 그 말에 힘을 얻었다.
차영진은 군을 더 잘 꾸리기 위하여 해당 부문 일군들와 여러차례 협의회를 가지였다. 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구영세까지도 도에서 세멘트와 철강재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집 한채 지을수 없다, 전 책임비서도 생각은 있었지만 자재에 걸려 판을 크게 벌리지 못하였다고 했다. 누구하고 비교하는 그 소리에 영진은 격해졌다.
《누가 못했다고 다 못하면 인민들생활이 개선되겠소? 우리 군은 도적으로도 제일 산간오지에 위치하고있소. 철도도 없고 대도로가 지나간것도 없소. 분계연선군도 아니요. 그런 군들에 어쩔수 없이 먼저 관심을 돌려야 하니 우리한테까지 자재를 보장해줄 여유가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 손으로 지혜를 합치고 힘을 합치고 자력갱생해서 세멘트, 철강재, 유리, 타일… 다 자체로 해결해야 되오!》
구영세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영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자재가 없다면서 행정경제위원장, 경영위원장… 간부네 집은 어떻게 그렇게 번듯하게 지었는가? 기와가 깨져 비가 새는 단칸집에서 사는 세대도 있는데… 인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간부들의 집을 꾸려주는 그런 열성을 백배로 더 낸다면 자재도 해결되오. 부위원장동무는 당원이 아니요? 우리 당 강령에는 근로인민대중의 복리증진을 당활동의 기본으로 삼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여있소. 동무들, 생각해보오. 우리 군에서 산아률은 계속 높아졌는데 인구는 불어나지 못했소. 우리 주민들속에는 가버린 사람들을 비난할대신 부러워하는 축들까지 있소. 머리가 돈다, 활동력이 좋다 하면서… 다른것은 다 그만두고 일군으로 자존심이 꺾이지 않는가… 20년, 30년전에 이 군을 꾸리고 살아온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생활무대에서 물러나기 시작했고 그대신 새 세대가 등장했소. 그들은 다 고등중학교이상의 지식을 소유했고 문화정서적요구도 높은 청년들이요. 이 공민들에게 군의 이런 면모가 마음에 들겠는가!…》
그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군을 꾸리자면 무엇보다먼저 산들을 모조리 파헤쳐서라도 석회석매장지를 찾아내고 세멘트공장을 짓고 뒤따라 벽돌공장, 기와공장, 타일공장을 비롯한 건재생산기지를 꾸리자고 호소하였다. 그날저녁에 벌써 협의회에 대한 소문이 군소재지안에 파다하게 퍼졌다. 집집에서 흥분하여 밤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군당위원회는 당조직들을 발동하여 석회석매장지를 탐사하는데서 당원들이 선봉적역할을 하도록 이끌었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석회석은 나지지 않았다. 차영진자신이 어느 산비탈, 어느 골짜기 돌아보지 않은데가 없었다. 모두 맥을 놓고말았다.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화창한 날이였는데 갑자기 매지구름이 몰려들더니 우뢰질을 하며 소나기가 쏟아졌다. 영진은 사무실에 있었다. 별안간 창문에 새파란 섬광이 번뜩거리고 가까이에서 벼락이 치는 소리가 와지끈거렸다. 그리고는 폭우… 소나기는 인차 그치고 다시 해가 났다. 밖에서 조무래기들이 좋아라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질녘 차영진이 미심결에 범바위골로 스적스적 걸어올라가는데 웃쪽에서 웬사람이 얼이 나간듯 한 얼굴로 정신없이 뛰여내려왔다. 발이 땅에 닿는것이 아니라 날아내려오는것 같았다.
놀라서 멎어섰다. 그 사람은 두손에 쥔 돌쪼각을 보이며 석회석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숨이 턱에 닿아 맛을 보니 쌉쌀하다고 했다. 그의 입술에 돌가루가 묻혀있는것이 보였다.
영진은 그의 손에서 돌쪼각을 빼앗다싶이 받아쥐고는 불같은 눈으로 살펴보고 입에 가져갔다. 쌉쌀한 그 맛이 꿀같이 달았다. 그 사람을 부둥켜안아 추켜올리며 만세를 부르다가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 사람은 책임비서의 잔등을 털어주며 자기가 찾았다는 소문을 내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그건 왜? 군이 다 알게 방송으로 불겠소!》
《제가… 이 주상민이 찾았다는걸 알면 이게 석회석이라는걸 누구도 믿지 않을겁니다.》
《뭐요?》
《책임비서동지는 새로 와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반역자의 아들입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아래쪽으로 맥없이 걸어내려갔다.
구영세에게 물어보니 지울수 없는 정치적오점이 찍혀있는 사람인데 농촌건설대에서 미장공으로 일한다고 하였다. 주상민은 도소재지근처에 있는 세멘트공장에서 현장기사로 일하다가 여러해전에 군으로 온 사람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경향이 나쁜 장사군이였는데 조국해방전쟁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만행을 감행하고 안해와 아들을 버리고 정분이 났던 계집만 데리고 남으로 도망쳤다. 주상민은 공장대학을 졸업하고 현장기사로 배치된 다음 창의고안을 한다고 돌아치다가 화재를 일으켜 자재창고 하나를 몽땅 불태워버렸다. 사고심의에서 아버지의 그림자가 비껴들어 고의적인 해독행위로 판정되였다가 동무들의 증언으로 관대처분이 내려 철직만 되였다. 군에 와서 식료공장 전공으로 일하였는데 거기서 또 감속기를 개조한다고 뚝딱거리다가 전기사고를 일으켜 기계실을 모조리 불태워버릴번 하였다. 이전의 사고까지 겹치여 엄중하게 론의되였지만 종당에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되였다. 이 사실을 안 전 책임비서는 전과도 있는 사람인데 기술창안을 맡겼다고 호되게 추궁하였다. 그는 농촌건설대에 옮겨졌다.
이튿날 차영진은 구영세와 함께 주상민을 앞세우고 석회석을 발견했다는 범바위골치기로 올라갔다. 그는 이 일때문에 또 무슨 봉변을 당할가봐 긴장된 얼굴로 자기 말만 믿지 말고 탐사대에서 사람들을 불러다가 감정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석회석은 질이 좋고 매장량도 많았다. 석회석광산을 개발하는 한편 소형세멘트공장건설을 시작하였다. 주상민에게 설계와 시공을 떠맡겼다. 그는 전에 없는 믿음에 충격을 받아 침식을 잊고 일하였다. 소형이라고 하지만 있을것이 다 있어야 되는 하나의 세멘트생산공정체계를 빈손으로 꾸리기란 헐한 일이 아니였다. 거의 반년에 걸치는 악전고투끝에 세멘트공장이 완공되였다. 그런데 지배인으로 임명할만 한 인재가 없었다. 군에서 세멘트생산의 속내를 아는 사람은 주상민밖에 없었다. 구영새를 비롯한 몇몇 일군들은 아무리 사람이 없다 하여도 그를 지배인으로 임명하는 문제는 하나의 경제단위를 맡기는 일인것만큼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저 책임자를 시켰다. 세멘트가 생산되여 나오기 시작하자 불이 나게 기와공장을 꾸리고 벽돌공장, 부재공장을 련이어 세웠다. 다른편에서는 설계실을 꾸리고 군소재지형성도안과 도로, 살림집, 병원, 학교, 문화회관을 비롯한 부문설계들을 작성하여 군중토의에 붙였다.
건설은 도로를 확장하고 포장하는 공사로부터 시작되였다. 도로를 합리적으로 토막내여 구간마다에 기관, 기업소, 주민집단들을 붙이고 경쟁을 벌리도록 하였다. 온 군소재지가 건설판이 되여 들끊었다. 영진이도 인민들과 한데 어울려 질통을 지고 뛰여다니고 땀방울을 휘뿌리며 몰탈을 이기는 작업도 하였다. 그 과정에 여러 사람들과 친숙해져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도 하고 군살림살이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들었다. 쉴참에 오락회가 벌어지면 사람들의 요청과 박수갈채에 못이겨 그자신이 노래도 불렀다. 한 녀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십전의 아름다운 녀성이였다. 식료공장 지배인인 그 녀자는 쉴참이면 의례히 랭차나 단물통을 이고 나타나 사람들에게 한고뿌씩 권하며 익살스러운 롱말에도 곧잘 응수하였다.
어느 쉴참에 차영진이 노래를 부르고났을 때 두손으로 랭차고뿌를 내밀며 살뜰한 미소를 보내였다.
어느날 저녁녘이였다. 차영진이 도로공사장에서 군당으로 돌아오는데 그 녀자가 따라오며 말을 건네였다. 제지공장에서 전공으로 일하는 자기 사촌동생이 물이 맞지 않아 도소재지의 화학공장으로 옮겨가게 되였는데 보내주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전 책임비서도 보내주라고 한 문제인데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 문제는 인계받은것도 없었으며 전공이라는 청년의 경우에 대하여서는 듣느니 첫소리였다. 아마 부임직후 해당 기관에 합당한 리유가 없이는 함부로 주민들을 옮기지 말라고 오금을 박아놓았기때문에 수속이 안되는 모양이였다. 이러한 녀성의 눈물섞인 청원을 물리치기란 어려운것이다. 그는 알아보자고 막연한 대답을 하였다.
도로공사가 끝난 다음 이전에 지은 낡은 살림집들을 허물고 그자리에 다층주택들을 짓는 일을 시작하였다. 거리에 면한 낡은 단층집들은 큰 길가를 따라 길게 둘러친 울담에 가리워 지붕만 보였는데 구영세부위원장은 무슨 까닭인지 그 담벽은 다치지 않고 집들만 허물기 시작하여 작업에 여간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어느날 영진은 건설현장을 돌아보다가 구영세에게 울담부터 허물어버려야지 차들도 에돌아다니지 않느냐고 하였다. 구영세는 난감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였다.
《허물기야 허물어야지요. 맘이 별래져서 선뜻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송규태책임비서가 발기하고 착상해서 세운겁니다. 하얗게 회칠을 하고 색감을 써서 꽃송이와 단풍잎무늬까지 돋혀놓은 다음 나와보구 얼마나 만족해하였는지 모릅니다. 단층집마을의 잡동사니들과 구저분한것들을 다 가리워버리니 얼마나 깨끗한가, 이제야 거리가 환해졌다구… 그해 위생문화월간에는 이 거리가 도일보에 사진까지 났습니다. 송부위원장한테 허문다고 인사말이나 하고 허무는게 좋지 않습니까?》
《허 이사람이? 굉장한 감상주의자구만. 이걸 허물었다고 노여워할가봐 그러는가 엉? 허허허…》
그러자 한 로동자가 괭이를 들고 낡은 유물을 없애버리자고 소리치며 울담벽을 냅다 찍었다. 뒤따라 청년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괭이며 쇠메로 담벽을 조겨대는데 누가 끌어온것인지 불도젤이 나타나 슬쩍 미니 울담이 와르르 허물어졌다. 한데 박산이 되여 쓰러진 울담쪼각들밑에서 잡다한 곤충들이 기여나오고 쥐새끼들이 산지사방으로 도망쳐가고 박쥐까지 날아올랐다. 로동청년들이 너무 기이하고 놀라와 일손을 멈추고 벅작 떠들며 그것들을 구경하는데 한 친구는 《히야, 이밑에 이런 놈들이 숨어있었는가?》 하고 소리쳤다. 웬일인지 구영세는 침울한 얼굴로 한옆에 서있다가 그렇게 소리친 청년을 언짢은 눈길로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시범적으로 다층살림집 한채를 지어놓고 그 경험에 토대하여 한채 또 한채 세워나갔다. 살림집건설이 점점 판이 크게 벌어지자 세멘트와 강재의 부족을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되였다. 세멘트는 군 자체로 생산하는것에 보충을 좀 받으면 되였지만 강재는 전적으로 제철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제철소는 온 나라 사회주의건설장들에도 철강재를 원만히 보장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산간군까지 보살필 여유가 없었다. 철강재가 없어 건설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차영진은 군안의 전체 당조직들을 발동하여 파철수집운동을 대대적으로 벌려 제철소의 강철생산을 여러차례 도와주었다. 그뿐아니라 살림집건설용 목재며 농산물도 보내주면서 제철소의 로동계급을 지원하였다. 이에 감동된 제철소의 로동계급은 철을 증산하여 몇번이나 답례로 강재를 보내주었다. 영진은 제철소로 찾아가 말이 적고 뚝한 리근우지배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다.
리근우지배인은 자기한테가 아니라 로동자들에게 인사하라고 하며 군의 건설을 좀 죽이라, 앞으로는 도와줄수 없다고 잘라 말하였다. 그는 겉치레를 모르는 사람이였다.
그리하여 송규태부위원장에게 전화로 혹은 직접 찾아가서 부탁하였다. 그는 제철소에 말하여 두세번 풀어주고는 자기가 전직관념과 인맥관계로 송탄군에 너무 왼심을 쓴다는 말을 들을것 같다고 하며 웃어보였다.
도로들을 새로 닦고 다층살림집들을 지으면서 지도일군들과 인민들은 자기 힘을 믿게 되고 자신심이 생겨 건설판을 점점 더 크게 벌려 학교, 병원, 지방산업공장들을 새로 짓거나 개축하고 체육관건설에도 다시 달라붙었다.
차영진은 농업발전에 힘을 넣으면서 왕성한 정력으로 건설을 내밀었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산간군의 수수한 방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에 대하여 펼치신 사상과 그 리상적인 면모에 대한 그이의 구상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았다. 그이께서 자기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며 군을 잘 꾸리라, 꼭 찾아오겠다고 격려해주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설 끓었다.
그는 책임비서로서 당조직들을 세차게 움직여 건설을 다그쳤을뿐아니라 하나의 건설로력으로 되여 질통을 지고 사람들의 앞장에서 뛰여다니며 세멘트, 모래, 자갈을 날랐으며 흙칼을 잡고 로동자들과 어울려 미장작업을 하였다. 벽돌을 잘못 쌓았거나 벽을 유리판처럼 미끈하게 바르지 못한데를 발견하면 허물고 반복시공하도록 요구하였다.
건설장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눈에 피가 지고 입술이 말라붙었다.
그래도 피로를 몰랐다. 북받쳐오르는 사업의욕때문에 하루종일 건설장에서 일하다가도 방에 돌아와서는 건설기술도서들을 탐독하였다. 자재가 보장되지 않아 속이 타번지면 줄담배로 가슴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차영진은 친애하는 그이의 관심이 군에 돌려지고있는 오늘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자신의 사업과 생활에 빈구석이 많고 해놓은 일도 변변치 못한것 같아 마음이 여간 무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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