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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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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326회 작성일 21-05-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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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2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과 함께 록화필림을 보고계시였다. 오랜 탐구와 곡절끝에 드디여 성공적으로 제작된 초고압유압프레스의 작업모습을 찍은 필림이였다. 그이께서는 손에 드신 설명서와 화면을 번갈아보시였다. 참으로 기쁘고 대견하시였다. 프레스에는 우리 과학자들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지혜가 여러모로 깃들어있었다. 본체부터가 새로운 방법으로 제작되였다. 무게를 종전의 기둥식방법에 비하면 12분의 1내지 15분의 1로 줄일수 있었다. 초고압유압체계도 전반적으로 새롭게 구성되였다. 무엇보다 의의있는것은 유압장치의 심장부라고 할수 있는 유압뽐프에 기름류출을 완전히 방지하는 특수한 기밀장치가 적용된것이다. 여러시간 시운전을 하여본데 의하면 동력을 차단한 상태에서 힘유지성능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의 초고압유압프레스는 세계유압공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훌륭한 기계였다.

《프레스를 록화할 때 연구사동무들의 모습도 함께 찍었으면 좋았을걸 그랬습니다.》

록화필림을 다 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자랑스러운 청년과학자들의 얼굴들을 보고싶으셨던것이다. 무수한 곡절과 시련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석홍범의 기쁨은 그 무엇에도 비길수 없을것이다. 처음 그를 만나셨던 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준절히 꾸짖고 안타까이 타이르던 그때의 심정도 되살아나시였다. 그때의 아프시던 마음이 크셨던만큼 지금의 대견스러운 마음은 정녕 누를길 없으시였다. 그를 얼싸안고 찬양과 축하를 아낌없이 해주고싶으시였다. 그때 석홍범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한껏 기가 눌린 모습이였다. 그러나 프레스를 조작하는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어엿하고 긍지로울것인가. 그때와 심한 대조를 이룬 모습이 못 견디게 보고싶으시였다. 그와 연구사업을 함께 하여온 다른 연구사들은 한번도 만나신 일이 없었다. 낯모르는 청년과학자들의 수고도 낱낱이 헤아려지시였다. 초고압유압프레스는 그들모두의 집체적지혜의 산물이였다. 그 훌륭한 창조물을 만드는데 기여한 다른 청년과학자들의 얼굴들도 하나하나 기억에 새기고싶으시였다.

《제가 그만…》

간절한 심정이 비낀 그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중환은 더 말을 못하며 얼굴을 붉혔다.

과학기술보고서에 첨부되는 록화필림인것만큼 프레스외형과 기술적특성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방금 돌린 화면을 록화할 때 거기에는 석홍범을 비롯한 연구집단성원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은 김정일동지께 보고드리기 위해 록화한다는것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였는지 모른다. 기대에 스위치를 넣고 인조금강석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흥분된 모습을 그대로 화면에 담았어야 했다. 과학기술적인 성과보다도 그것을 창조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언제나 더 크신 그이의 심중을 그만 헤아리지 못했었다.

《연구집단을 책임진 석홍범동무는 더 말할것도 없고 다른 동무들도 수고가 많았습니다. 강철사로 힘받이능력을 보강하는 방법은 처녀연구사동무가 연구를 하였다지요?》

《그렇습니다. 몇해전에 리과대학을 나온 동무인데 양영복박사의 손녀입니다.》

《뭐라구요? 양영복박사의 손녀란 말이지요? 이름이 뭡니까?》

《양명심이라구 부릅니다.》

《양명심…》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이름을 대견히 부르시며 못내 기뻐하시였다.

《양영복박사가 자식들중에 자기 대를 이어갈 과학자후비가 없는것을 늘 한탄했는데 그런 훌륭한 손녀가 있으니 참말 다행스런 일입니다. 아들이면 어떻고 손녀면 어떻습니까. 양영복선생이 이젠 마음을 놓게 됐습니다. 초고압유압프레스를 만든것보다 이 과정에 많은 인재들이 자라났다는 그것이 더 기쁜 일입니다.》

그이께서는 흥분을 누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훌륭한 시제품을 만든것만큼 대량생산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기계공장에 맡기지 말고 기계공학연구소의 중간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공장을 좀 확장하고 설비와 기술력량을 보충해주면 인차 대량생산에 넘어갈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생산경험이 있는 중간공장에서 생산하는것이 합리적입니다. 과학지구건설계획에 그 공장확장공사를 추가적으로 포함시킵시다. 필요한 설비도 보충해주고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기계대학에서 유압공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을 보내줍시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에 연구집단이 개발한 기술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야 하겠습니다.》

《한달내로 전국적인 학술토론회를 조직하고 과학기술성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는 해당 부문의 연구사들과 대학교원들은 물론 현장기술자들도 참가시키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작 그러한 사업을 구상하고있는 고중환을 미더웁게 바라보시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내 생각에는 국내에서뿐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이번 성과를 널리 자랑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아마 동무도 무슨 안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이께서 고중환에게 머리를 끄덕여보이시였다.

《있으면 말해보시오.》

고중환은 이미 많이 생각해본듯 침착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라이쁘찌히국제시장에 출품했으면 합니다.》

《부부장동무, 나도 그 생각을 했댔습니다. 동감입니다.… 나는 지난 가을철라이쁘찌히국제시장소식이 실린 통신을 본 일이 있습니다. 동무도 알고있겠지만 그 시장은 상업거래와 함께 국제적인 과학기술경쟁이 치렬하게 벌어지는 곳입니다. 초고압유압프레스를 가지고 그 경쟁에서 우리도 한번 겨루어봅시다.》

《이제 몇달동안 더 연구를 완성해서 명년 봄철시장에 출품한다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중환은 확신에 넘쳐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국제수학올림픽에 우리 학생들의 진출을 주저하던 때를 상기하시였다. 그는 2년전만 하여도 뒤떨어진 우리의 수준을 생각하며 세계적인 과학기술경쟁에 나서기를 꺼려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이런 발기를 내놓았다. 고중환의 성장을 눈앞에 뚜렷이 보게 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동무가 그렇게 락관하는걸 보니 좋은 결과를 가져올것 같습니다. 설사 결과가 시원치 않더라도 일없습니다. 여러해동안 고심어린 연구사업을 하여오던 석홍범동무네가 외국려행을 하면서 국제시장을 한번 돌아보고오는것만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그이께서는 불현듯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시였다. 지난해 여름 과학원에 나가셨을 때 석홍범을 안해와 함께 가족휴양을 하게 하라고 그곳 안전부장에게 당부하셨던 기억이였다.

그후 그들의 가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시였다.

《석홍범동무의 안해가 지금은 어떻습니까?》

《가족휴양을 다녀온 후에 그 동무는 과학원도서관에 입직하고 일을 잘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보내주신 책들을 그 녀동무가 관리하면서 학자들에게 보급하고있습니다. 현지에 나간 연구사들한테 필요한 책들을 직접 배낭속에 넣어가지고 찾아다닙니다.》

《좋은 일입니다.… 가정의 화목도 이루어졌겠구만.》

《그렇습니다.》 고중환은 시뭇이 웃으며 흥겨운 어조로 계속했다. 《지난 당창건기념일에 과학원에서 예술소조경연이 있었는데 그들부부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2중창을 기가 막히게 잘 불렀습니다. 누구나 그들에게 그런 솜씨가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워낙 그들은 대학시절에 2중창으로 솜씨를 보였고 그 과정에 사랑도 맺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학지구에 온 후로는 가정불화가 계속되다보니 그들부부가 무대에 나서본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여러해동안 묻어두었던 솜씨를 지난번에 처음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목청도 좋고 화음도 잘되였지만 당의 은혜를 노래하는 그들의 감정이 하도 절절하여서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노래속에 맺어진 사랑을 노래속에 꽃피운다니 매우 반갑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생활이나 문화정서생활에 담을 쌓고 오직 학문에만 전심해야 연구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는 누구보다 생활을 사랑해야 합니다. 과학자의 안해들속에는 남편의 연구사업을 잘 리해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교양사업도 잘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 부문 일군들이 과학자들에 대한 생활조직을 잘해주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원에서 예술소조경연에 과학자가족들을 광범히 참가시킨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앞으로 과학자와 그 가족들의 정서생활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예술이나 체육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보니 과학자들의 생활을 정서적으로 조직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을 두고 생각하시였다. 지금 그의 생활에는 보다 커다란 공백이 남아있었다. 상처를 한 후에 그는 여태까지 재취를 하지 못하고있었다.

《부부장동무.》

친근한 어조로 부르시였다.

《이해도 다 지나가는데 왜 아직 새 부인을 맞아들인다는 소식이 없습니까?》

《어차피 재취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여적 결심을 못 가지고있습니다.》

《혹시 데리고있는 막내딸이 철없이 반대하는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 애는 오히려 새 어머니를 데려오자고 보챕니다. 며칠전 저녁에는 아주 심각해서 대상까지 찍어가며 권고를 했습니다. 엉뚱한 그 애 생각에 저는 놀랐습니다.》

고중환은 저도 모르게 가정에서 벌어진 일을 실토했다. 어느새 은근한 이야기도 허물없이 터놓고싶은 심정에 사로잡혔다.

《그 애가 새 어머니로 모셔오자는 녀성은 어떤 녀성입니까?》

《사실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도 만나셨던 녀성인데…》

고중환은 말끝을 못 맺고 어줍은 미소속에 붉어지는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내가 만났던 녀성이라니… 그가 누굽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초조히 물으시였다.

《평양1중학교 정금화교원입니다.》

《그 녀교원도 독신이였습니까?》

고중환은 정금화가 남편을 잃고 오래동안 독신으로 살아온 경위를 간단히 말씀드리였다.

《그런데 왜 딸애가 그 녀교원을 데려오자고 합니까?》

《정금화동무한테서 그 애가 개별수업을 받았습니다. 그 동무가 제가 없는 사이에 몇번 우리 집에 가정방문도 왔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나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즐겁게 웃으시였다.

《그래 그 녀교원한테 딸애의 마음을 비쳐봤습니까?》

《뭐 철없는것의 말을 그에게 비쳐보겠습니까.》

《내 생각에는 딸애가 철없는것이 아니라 신통히 새 어머니 대상자를 짚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의 기색을 살피시였다. 딸애를 빗대고 여담처럼 말을 하는 그의 내심을 엿보고싶으시였다.

고중환은 응대없이 시뭇이 웃을뿐이다. 그도 정금화에게 은근한 감정을 품고있는게 분명했다. 그들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생활의 행복을 찾는다면 그 이상 기쁜 일이 없을상싶으시였다. 홀로 사는 고중환을 두고도 마음을 써오셨지만 듣고보니 정금화의 정상도 마음에 걸리시였다. 정금화는 한번밖에 만나보지 못하셨지만 그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으시였다. 국제수학올림픽우승자를 키워낸 그처럼 훌륭한 녀교원의 사생활에 독신의 외로움이 있다고 하니 그것을 가셔주고싶은 동정의 마음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일순 생각에 잠기셨던 그이께서는 장안에서 록화필림 하나를 꺼내시였다.

《다가오는 설날에 정금화동무에게 전해주시오. 소학교 학생들의 속셈경연을 수록한 필림입니다.》

그이께서는 한해전에 뛰여난 학생들을 널리 소개하기 위하여 텔레비죤방송을 통한 알아맞추기경연을 발기하시였다. 소학교 학생들의 첫 속셈경기의 시험관은 정금화였다. 그때의 일은 수십년간 교육자로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도 특별히 인상깊은 추억으로 남아있을것이다. 고독하게 지내는 정금화가 이 화면을 보면서 설명절을 즐겁게 보내기를 바라시였다. 동시에 그 기회를 빌어 고중환과 행복한 인연이 맺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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