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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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드넓은 판도의 제국이 붕괴된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허다했다. 인까제국의 붕괴사멸의 원인은 아직도 력사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현대… 2차대전후에는 두개의 대국이 붕괴되였다. 광활한 자기 령토에서 해지는 일이 없다던 대영제국의 붕괴, 힘내기에서 미국과 겨루던 사회주의대국 쏘련의 붕괴… 대영제국은 왜 붕괴되였는가? 제국에 예속되였던 식민지들에서 민족해방투쟁이 앙양되여 수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쟁취하는 바람에 붕괴되였다. 쏘련의 붕괴는 영국과는 달리 그 원인이 보다 심각하고 복잡하다. 모든 가맹공화국들이 련맹에서 탈퇴하면서 사회주의제도를 뒤집어엎었다.
사회주의사상과 그 제도에 대한 배척, 민족적인 《자주성》의 미명하에 감행된 련맹탈퇴, 이 두 과정이 동시에 벌어진 쏘련붕괴… 그 복잡한 원인은 앞으로도 력사학의 과제로 남아 계속 연구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깊은 원인은 사상사업을 홀시한데 있다. 사회주의사회의 변질은 사상의 변질로부터 시작된다. 사상!… 사상의 변질로부터… 그렇다. 사회주의사상이 허물어지면 사회주의제도도 허물어지기마련이다. 쏘련당지도부는 인민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사업, 혁명전통교양과 사회주의애국주의교양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상, 사상을 틀어쥐지 못하였다. 놓쳤다! 저 변절자, 배신자들이 일으킨 《개편》의 광풍속에서 《공개성》, 《새로운 사고방식》이 정책으로 실시되자 어떻게 되였는가? 사회주의제도와 그 생활양식에 대한 비방중상, 수령들에 대한 비난이 허용되고 쏘련의 전력사에 먹칠을 하게 되였다.
거기에 자본주의사상문화가 휩쓸어들었다. 인민대중의 적지 않은 부분이 서방식 개인주의, 자유주의에 물젖어 사회주의적인 모든것에 회의, 환멸, 반감까지 가지게 되였으며 반체제적인 우익반동들의 감언리설에 속아 사회주의제도에 적의까지 품게 되였다. 《개편》의 제창자들은 쏘련이라는 대국의 지반밑에서 끓고있는 그런 감정까지 타산에 넣는것이 분명하다. 처음에는 《개편》의 앞장에 섰다가 그 본질을 깨닫고 반기를 들어 밀려난 고위지도자들, 깨닫고 단합하면 사태를 수습할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그들은 대중속에 깊이 뿌리박지 못하여 병든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딛고선 지반밑에 어떤 폭약이 묻혀있으며 어떤 용암이 끓고있는지 똑똑히 알지 못했다. 《새로운 사고방식》, 《다원주의》, 《공개성》의 구호밑에 《개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자 그 폭약이 폭발하고 용암이 터져올랐다. 정당한 의견과 함께 쌓이고쌓인 그릇된 불만과 원한까지 한꺼번에 터져올랐던것이다. 정치지진이 일었다. 그 지진파에 사회주의제도의 지반이 뿌리채 뒤흔들리고 온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그 혼란속에서 여태 잠복해있던 반체제세력들이 들고 일어나 정치무대를 차지하고 합법적인 연단에서 반사회주의, 반공산주의광풍을 일으키며 당과 정부와 사회주의제도를 공격하였다.
체제전복의 기운은 도처에서 요동치고 붕괴의 징후는 사회전반에서 나타났다. 사회주의대국, 생사존망의 그 운명적인 계기에서 쏘련지도부는 국가의 독재기능을 발동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까지도 쏘련지도자들의 비단장갑밑에는 강철주먹이 숨어있다고 평했는데 왜 이 극적인 계기에서 강철주먹을 뽑아들지 않았는가, 왜?… 어째서? … 의지박약인가, 타협인가, 묵인인가?… 그 《속수무책》이야말로 《개편》의 최종목적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것이 아닌가.
…어느 누구 혼자의 힘으로, 몇몇 변절자일당의 힘으로 강대한 사회주의나라를 뒤집어엎을수 있는가? 그럴수 없다. 수많은 요인들이 합쳐져… 복합적요인의 작용으로 붕괴되였겠지만 그중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나라의 정치생활에서 소외된 로동계급, 근로대중과 깊이 관련된다.
로동계급정당의 변질은 로동계급, 근로인민대중에 대한 관점과 립장, 태도에서 가장 뚜렷하게 표현된다. 저 변절자, 배신자들은 인민대중이라는 바다우에 기름방울처럼 떠있었다. 그들의 관심과 정치활동은 미국과 서방에 쏠리고있다. 미국과 서방 정치지도자들과의 협상만 잘되면 군비경쟁이 완화되고 공고한 평화가 유지되여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울수 있는 국면이 열린다고 타산하여 정부의 고위인물들, 《개편》의 두뇌진을 이룬 선발된 인테리들… 늘 그들속에 있으며 그들을 중시했다. 반면에 로동계급, 인민대중과의 뉴대는 경시되였다. 국가와 사회제도의 상징인 마치와 낫이 새겨진 붉은 기발밑에서 로동계급국가의 지도부는 로동계급, 근로인민대중의 의거해야 한다는 령도원칙을 외면하고 정치활동을 진행했다. 근로인민대중으로부터 멀어진것, 이것이… 바로 이것이야말로 제일 무서운 화근이였다.
변절자, 배신자들의 시점에서 보면 인민대중은 사회발전의 주체가 아니였다. 나라의 정치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줄 능력도 없는 저지능의 로력자군이였다. 그래서 혁명의 주체가 무시되였다. 당강령, 헌법, 수많은 결정서들과 연설문들… 종이장우에서만 로동계급, 근로인민대중의 존중시되고 그들의 복리를 위한다는 말이 흐를뿐이였다.
력사상의 어느 위정자, 어느 정당이나 정치가도 백성들, 만민을 위한다는 소리를 안하는자가 없다. 히틀러까지도… 말은 그것들의 정치를 미화분식하는 수단이였다. 정치와 통치의 정체는 미사려구가 아니라 행동, 실천에서 드러났다. 나라의 정치생활에서 로동계급, 근로대중의 의사와 감정은 점차 배제되였다. 무엇보다먼저 최고쏘베트와 지방쏘베트들에서 근로자대의원의 의석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불과 몇석, 상징적으로만 남아있게 되였다.
근로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그릇된 사상관점으로부터, 반인민적이고, 반동적인 사상관점으로부터 사회에 관료주의가 부식되였다. 각급 단위의 적지 않은 간부들이 표방하는 소리와는 판판 다르게 인민대중우에 군림하여 강권으로, 호령질로 사람들을 다스리면서 자신과 일족의 부귀영화만을 추구하였다. 그런 관료배들에 의하여 사회생활에서 사회주의적인 원칙과 도덕이 흐려졌다. 쏘련사회는 바로 그들… 그들, 관료배들에 의하여 썩기 시작했으며 변질되여갔다.
저 변절자, 배신자들은 관료주의와 투쟁한다는 미명하에 《공개성》의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였다. 대중보도수단들을 총동원하여 관료배들의 죄상을 확대과장하여 폭로함으로써 인민들속에서 간부일반과 당기관, 정권기관들에 대한 불신, 반감, 사회주의제도에 대한 회의와 불만이 터져오르게 하였다. 사회주의제도의 와해과정은 이렇게 가속화되였다.
만약에… 만약에…《개편》을 반대한 견실한 지도자들이 변절자, 배신자들의 간계를 민감하게 간파하고 로동계급에게 의거하여 그들을 각성시켰더라면…그들을 불러일으켜 군중적인 운동으로, 관료주의와 투쟁하는 한편 변절자, 배신자들에게 반공격을 가했다면 사태를 수습할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얼마나…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분통한 일인가!… 간부들이 인민대중우에 군림하여 세도, 전횡, 관료주의를 부리는것은 스스로 독약을 먹는 행위와 같은것이다.
…쏘련이 형성된후 지난 70여년동안 쏘련의 철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들은 미국이 망한다는것을 계속 줄기차게 론증해왔다.
2차대전후 랭전시기가 도래하면서 그 선전은 날카로운 론조로 더욱 열기를 띠였다. 그런데 미국이 아니라 쏘련이 먼저 망했다. 왜 이렇게 되였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쏘련당의 지도사상이 교조화된데 있다. 교조… 교리로 굳어졌다. 맑스- 레닌주의를 발전하는 현실의 요구에 맞게 창조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시대가 제기하는 문제에 해답을 줄수 없는 하나의 명제라도 의혹을 품거나 부정하면 이단시했다. 당권으로 압력을 가했다. 사회발전과정을 자연사적과정으로 보고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사회발전, 혁명의 원동력으로 본 지도사상으로는 현대세계의 많은 문제들을 설명할수 없었다. 특히 미국… 미국을… 미국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의연히 존속되고 첨예하게 격화되기도 하지만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망하지도 않았다. 망해야 하는데 망하지 않고 경제가 부흥한다는 이 리론, 주의주장과 현실의 차이, 모순, 자가당착은 쏘련당의 지도사상, 무엇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교조적인 유물사관에 대한 회의, 허무, 불신을 조성시켰으며 쏘련사회에 심각한 동요를 일으켰다. 자본주의경제제도에 대한 환상, 시장경제에 대한 현혹, 사상문화침투, 관료주의적경제운영에 대한 반감… 혁명과 건설의 주체인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이 노는 역할을 과소평가한데로부터 그들은 어느 길로 나갔던가?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생산관계를 그에 적용시켜나가는 길, 경제만 발전시키면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할수 있다는 굳어진 의지로 경제위주의 한길로 나갔다. 그들은 사상적요새와 물질적요새라는 말도 몰랐다. 그 결과로 사회에 창궐한 물질주의풍조, 극단적인 리기주의사상조류는 오늘의 참변을 불러온 하나의 요인이 아닌가…
…우리는 오늘의 국제적인 동란을 통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자기 당의 정책과 로선, 립장의 가치를 더 깊이 인식하게 된다.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 그에 기초하여 전개된 지도리론, 정치철학, 일찌기 경제관리에서 관료주의적요소의 부작용을 간파하고 세워주신 우가 아래를 도와주는 사업체계, 청산리정신, 청산리방법, 대안의 사업체계, 경제관리에서 군중로선의 철저한 관철, 사대주의, 교조주의를 반대하는 피어린 투쟁을 통하여 확립된 자주적립장, 사람위주의 정치철학에서 흘러나온 인덕정치, 《이민위천》의 좌우명, 당과 수령, 인민대중의 일심단결의 위력… 이 모든것이 없었다면 정치의 리성을 뒤흔들어 혼란시키는 세계적인 대정치지진속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가 고수될수 있겠는가.
이렇게 놓고볼 때 우리 사회주의가 고수되고 승승장구하는것은 전적으로 수령님의 공적이다!
…쏘련의 붕괴, 이것으로써 유럽에서 사회주의는 완전히 전복되고 자본주의가 복귀되여 자본주의세계는 판도가 넓어졌다. 크게 넓어졌다. 자본주의가 복귀된 나라들의 수억만 사람들은 경제적타산이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랭혹한 세계에서 먹고살기 위하여, 자기의 생존과 보존을 위하여 이제 스스로 랭혹해지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자신의 리익을 위해 주저없이 남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리하여 수억만 심장들이 차거워질것이다. 수억만 심혼이 사악해지고 온혈이 식어들어 랭혈로 될것이다. 개개의 인간들은 점점 의지할데가 없는 고립무원한 존재로 되여갈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정치령역을 휩쓰는 한랭기운의 흐름이 아닌가. 따뜻한 인간성의 세계는 이 차거운 흐름에 들쑹날쑹 침식되여 그 판도가 좁아졌다. 반면에 랭혈에 세계는 빙하의 범람처럼 판도가 넓어졌다. 그 세계에서 돈, 황금, 자본의 노예로 되여 인간적인 존엄과 자주성이 짓밟힌 사람들은 미구에 기만당해버렸던 사회주의시기를 그리워하게 될것이다. 사회주의… 그 제도, 그 생활양식, 그 도덕에 대한 향수에 젖어 탄식할것이다. 쓰디쓴 회오속에, 피눈물속에… 자본사회의 모순과 불의를 체험하면 할수록 그 향수는 정의로운 의분으로 자라나고 그속에서 사회주의재생의 기운이 태동할것이다. 만약 저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이 사상사업, 사회주의사상교양을 앞세우며 대중을 불러일으킨다면 사회주의재생운동이 일어날것이다. 그렇다. 재생운동은 사회주의가 무참히 허물어진 저 페허들에서 료원의 불길처럼 타오를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올려보낸 정세분석자료들을 보시였다.
자본주의가 복귀된 나라들에서 와해된 당의 당간부들과 당원들의 타락상에 대한 분석자료였다.
한 동유럽나라 이전 집권당의 정치위원은 부정축재죄로 기소되여 재판을 받으며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자기는 일생동안 믿었던 사상을 포기한다고 하며 감방안에 성경책을 넣어달라고 간청하였다. 어느 나라 2주당비서와 구역당비서로 있었던자들이 사회주의시기에 절취한 공금으로 기업활동을 벌려 일확천금을 하는가 하면 장사치, 거간군으로 되여 돈벌이에 환장하여 돌아치고있었다. 주당위원으로 있던 한 로당원은 골동품상점을 번듯하게 차려놓고 사회주의시기의 공로자들속에서 긁어모은 갖가지 훈장, 메달, 기념휘장들을 팔고있다.… 모두 이러루한 자료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료묶음을 옆으로 밀어놓고 한석비서를 찾으시였다.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올려보낸 자료를 봤습니다. 오늘에 와서 이런 타락상이나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한석비서는 얼굴빛이 심각해졌다.
《사회주의가 좌절됐다고 해서 로씨야, 독일, 로므니아, 벌가리아… 그 나라 공산주의자들이 다 이런 속물로 되였을수 없습니다.》
《제가… 방향을 똑바로 주지 못했습니다…》
《국제문제연구소의 사업방향을 180°로 돌려놓아야 하겠습니다. 변절자, 배신자들에 의해 비록 사회주의위업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그 나라 당들은 하나같이 력사적인 뿌리가 깊은 당들입니다. 빛나는 전통을 가지고있는 당들입니다. 좌절감에 위축되고 아주 타락해버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전통을 이어받은 견실한 공산주의자들도 많을것입니다. 그들은 좌절의 이 비극적인 국면에서도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와해된 당대렬을 수습하고있을것입니다. 사회주의기치를 다시 들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한석비서는 사업수첩에 그이의 말씀을 속필로 적어나갔다. 말없이…
《당국제부와 국제문제연구소를 비롯한 모든 해당기관들이 이 문제에 특별한 주의를 돌려야 하겠습니다. 류수진박사한테도 똑똑히 일러줘야 합니다.
타락분자들이 아니라 견실한 공산주의자들의 동향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중앙통신에 들어온 자료가 없으면 주동적으로 재외대표부들과 해외파견기자들을 통해 찾아봐야 합니다.》
《예… 알았습니다.》
창밖에서는 눈송이들이 하얗게 흩날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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