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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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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312회 작성일 21-07-1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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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용범의 보고가 과장되고 일부 외곡된것이기를 은근히 바라시기도 하였다. 더우기 송규태가 홍수때 위험지구로 가지 못한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으시였다.

그러나 닷새후 집무실에 들어온 허용범은 모든것이 죄다 사실이라고, 홍수때 그가 송탄으로 가지 않은 문제에 대하여서도 위험지구에 있는 인민들을 생각했더라면 갔을것이라고 하였다.

《인민들에 대한 그의 사상관점이 어떤가… 진속이 어떤가 하는것은 지난날 일상적인 사업행정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드러났습니다.》

용범은 제기된 문제들이 다 진실이라는것을 건별로 하나하나 밝히고나서 마감으로 송기선의 개인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송기선은 한 처녀를 2년동안이나 쫓아다녔는데 자기 정신세계와 인품으로 안되니 재물로 유혹하자고 집까지 구한것 같습니다. 처녀는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의 딸입니다.》

《어느 부소장이요?》

《류부소장입니다.》

《류수진박사?!》

《예…》

그이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아주 똑똑한 처녀입니다. 그 유혹을 보기 좋게 물리친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 그 처녀는 얼마전에 한 예비역중위와 약혼했소.》

《예?!…》 이번에는 용범의 눈이 커졌다.

《하나의 물방울에 우주가 비쳐든다더니 처녀의 그 작은 심장속에서도 개인주의냐, 집단주의냐 하는 선택의 투쟁이 벌어진것 같소.…》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였지만 그릇된 가치관때문에 처녀의 버림을 받은 그 청년이 측은하게도 여겨지시였다.

그날밤 자정이 훨씬 지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친히 차를 몰아 잠든 수도의 거리들을 돌아보시였다. 승용차는 인적이 없는 텅 빈 차도의 중앙선을 따라 천천히 달리였다.

그이께서는 아빠트들의 어둠이 서린 창문들에서 생각깊은 눈길을 떼지 못하며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차를 몰아가다가 대동문앞에 이르시였다.

차에서 내린 그이께서 강안유보도를 따라 대동교쪽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시는데 저 앞쪽 긴의자에 붙어앉아있는 두 그림자가 눈에 띄였다. 총각처녀가 분명하였다. 그들은 사랑에 취하여 추위도 시간이 가는줄도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청춘들에게 방해가 될세라 돌아서며 뒤따르는 책임부관에게 가자고 손짓하시였다. 그러시고는 대여섯걸음 걸어가다가 집에서 부모들이 저것들을 찾지 않을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찌랴싶어 책임부관에게 누구들인가 알아보지도 말고 그저 날이 추워지는데 그만하고 이제는 집에 들어가는것이 어떤가 하는 말만 하고 오라고 이르시였다. 책임부관은 한참후에 돌아왔는데 몹시 흥분된 얼굴이였다.

《대단한 동무들입니다! 둘이 뜻이 맞아 약혼을 하고 고원탄광으로 탄원해간답니다. 거기에 뿌리를 내릴 작정이랍니다!》

《아, 그렇소?!》

《래일 떠난답니다. 마지막 평양의 밤을 한껏 즐기고싶답니다. 저 보구 누구인가 자꾸 물어 땀을 뺐습니다.》

《그래 뭐라고 대답했소 ?》

《대동문동에 산다고, 인민학교 교장이라고 했습니다.》

《잘했소. 여보, 뭐가 좀 없소. 저들한테 줄게 뭐 없나?》

《주머니에 담배하구 라이타밖에…》

《그거라도 주자구.》

《예!》

《놀랄수 있으니 뛰여가지 말고 스적스적…》

그이께서는 뜨거운것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수많은 청춘남녀들의 모습이 떠올라 포도우로 왔다갔다 걸음을 옮겨가시였다. 김광철영웅… 인민군 여러 부대들에서 제대되여 대흥광산으로 달려가 《김광철청년돌격대》를 무은 청년들… 그들의 뒤를 이어 대흥땅으로 달려간 함흥성천강피복공장의 19명의 처녀들, 제대를 앞두고 녀성제대군인당원소대를 뭇고 대흥으로 달려간 20명의 처녀들, 대흥으로 가서 착암기마다에 자기들의 총번호를 바꾸어 새기고 광물생산전투에 뛰여든 제대병사들,

그뒤를 따라 련이어 대흥으로 달려간 은률광산의 세쌍둥이처녀들, 박천견직공장 처녀들과 판문군 대련고등중학교 처녀교원들, 함흥제2교원대학 46명의 졸업생들… 탄광에 집단진출한 김광철의 모교 김광철고등중학교 39명의 졸업생들, 인민군대에 집단탄원하여 조국보위초소로 달려나간 평양건국고등중학교 46명의 졸업생들, 통일거리 건설장으로 달려온 남포혁명학원 115명의 전체 졸업학년 학생들과 5명의 교원들, 무산광산에 집단진출한 무산군 성천고등중학교 91명의 졸업생들과 학산고등중학교 85명의 졸업생들… 그이의 눈앞에는 당창건 45돐에 수도의 거리로 흐르던 10만 홰불의 흐름, 그 장엄한 불의 대하가 훤히 떠올랐다. 그리고 웬일인지 그속에 류성희의 홰불도 타오르지 않았을가싶은 생각이 드시였다.

그날밤 주체사상탑의 봉화는 선홍빛 화염으로 황황 타오르며 누리를 밝히는듯 하였다.

며칠후… 그날도 조선중앙텔레비죤은 년간인민경제계획을 넘쳐수행한 온 나라 수많은 단위들에 당중앙위원회 감사문이 전달된 소식들을 현지실황화면과 함께 떠들썩하게 방영하였는데 유라시아대륙의 북방에서는 이전 쏘련이 붕괴되였다. 지구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대륙이, 70여년이나 솟아있은 사회주의대국이 모래성처럼 맥없이 허물어졌던것이다. 몇년째 계속된 정치지진의 대폭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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