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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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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941회 작성일 21-08-13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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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대교양실에 경계근무성원만 내놓고 중대전원이 다 모였다. 신금성의 고향소식발표모임이 시작된것이다.

연탁에 나선 분대장 신금성은 호기심어린 눈들을 빛내이는 동무들을 둘러보며 선뜻 말머리를 떼지 못하였다. 고향에 머무른 날은 며칠되지 않았지만 받아안은 충격이 너무도 컸던것이다. 게다가 현실체험을 나와있는 만수대예술단 단장까지 들어서고보니 더욱 말문을 열기 힘들다. 단장은 지금 중대장과 함께 뒤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쪽을 생각깊은 눈길로 지켜보고있다.

중대정치지도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격려해주었다.

《금성동무, 뭘 힘들게 생각할게 없소. 고향에서 보고 들은것을 있는 그대로 차례차례 쭉 이야기하면 되는거지.》

신금성은 그제야 정신이 펀뜩 드는듯싶었다. 하긴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거지. 그러자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동지들!…》

그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정작 이야기를 시작하자 마음이 안정되여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앞으로는 고향땅에 첫 발을 내디디던 그 순간부터 자신이 직접 체험한 가지가지의 생활화폭들이 방불히 펼쳐지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본 녀맹돌격대, 그들에게서 풍겨오던 진한 화장품냄새, 앓으면서도 직장에 나간 어머니, 밥상보를 젖혔을 때 보았던 가슴아픈 광경… 그다음 어떻게 했던가? 어머니를 찾아가볼 생각에 벌떡 일어났댔지!…

 

어머니를 찾아 문을 열고 나서려던 신금성은 주춤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복도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낯익은 모습을 가려보았던것이다.

그가 먼저 찾기도 전에 전지를 든 금주가 뽀르르 어머니를 마중하며 재깔댔다.

《엄마, 오빠가 왔어! 이자 방금! 금자라랑 내거 손거울이랑 가져왔다.…》

《오빠라니?!…》

금성은 어머니를 향해 몇걸음 마주 갔다.

《어머니!…》

《금성아!…》

그들은 서로 두손을 마주 잡으며 한동안 얼굴을 마주보았다.

금성의 가슴은 쇠쪼각으로 훑어내리는듯 아팠다. 푹 꺼진 볼, 잔주름이 더 많아진 얼굴, 정녕 이렇게까지 수척해질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군사복무의 나날 힘들 때에도 기쁠 때에도 늘 그려보군 하던 어머니의 은근한 눈길은 변함없었다. 아들을 만난 기쁨때문인지 더욱 그윽히 빛나고있었다.

《어떻게 된거냐, 이렇게?…》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끄당겨 마주잡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휴가왔어요. 어머니가 앓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휘관동지들이 1차로 보내주었어요.》

어머니는 짐작되는것이 있는듯 금주가 들어간 부엌쪽을 얼핏 보고나서 눈빛을 흐렸다.

《금주가 끝내 편지를 했더구나, 말렸는데도…》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런데 앓으시면서 이렇게 직장에 나가면 어떻게 해요? 》

어머니는 아들과 마주앉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내 병은 그저 그런거다. 약을 쓰고 휴식을 한다고 하여 나을 병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직장에 나가면 아픔도 덜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것 같구나. 모두들 옆에서 도와주고… 금주는 아홉살이라고 하지만 밥도 잘 짓고 어머니의 일손을 제법 잘 돕는단다.》

그 말을 확인해주듯 부엌에서 금주의 쌀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성은 그때에야 생각난듯 금자라가 든 버치를 끌어당겼다.

《금자라예요. 우리 중대장동지가 몸보신에 좋다면서 어머니에게 드리라고 보냈어요.》

《중대장동지가?!…》

어머니는 놀란듯 아들을 쳐다보았다.

금성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우리 지휘관동지들은 다 이렇게 인정이 깊어요. 친형들같아요.》

어머니는 옷자락을 들어 눈굽을 훔치고나서 한숨을 내쉬였다.

《내가 지휘관동지들한테까지 걱정을 끼쳤구나.》

어머니는 금자라들이 저저마다 머리를 추켜드는 버치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고맙구나. 너의 지휘관들의 마음에 보답하자구 해도 내가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구나.…》

어머니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이 어려있었다.

저녁식사를 한 후 그들은 한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금주는 피곤한지 오빠의 팔을 베고 벌써 다랑다랑 코까지 가볍게 골며 꿈나락에 잠겨들었다. 그러나 금성은 쉬이 잠들수 없었다. 어머니도 역시 잠들지 못하고 자기쪽으로 돌아누워 그의 장알진 손을 꼭 잡고 어루쓰는것이였다.

문득 역에서 내려 집으로 오며 본 녀맹돌격대생각이 나 입을 열었다.

《참, 어머니, 오늘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오면서 보자니 녀맹돌격대원들이 화장냄새까지 풍기면서 건설장에서 돌아오는게 아니겠어요. 아, 거리가 들썩하게 웃고 떠들면서…》

금성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즐겁게 웃었다.

《사실 그럴만한 일이 있었단다.…》

《그럴만한 일이라니요?》

어머니얼굴은 한결 더 밝아진듯싶었다.

《녀맹돌격대를 처음 무었을 때 사실 말이 아니였단다. 머리단장, 옷단장… 생활이 어렵다나니 몸치장을 할 생각을 잊었던거다.

녀맹돌격대장은 너무 기가 막혀 〈그래가지고 우리가 무슨 돌격대인가요. 오히려 사람들의 동정의 대상으로밖에 되지 못할거예요. 우리 돌격대원이 되기 전에 건설장의 꽃이 되자요.〉라고 호소했다누나.

대장은 그날로 아들결혼식을 위해 준비하여두었던 례장감을 모두 화장품으로 바꾸었단다.

그 다음날부터 모두 모여앉아 곱게 화장을 하고 가창대마냥 떠들썩 노래까지 부르며 거리를 돌아 건설장으로 갔단다. 그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녀맹돌격대에서는 새로 들어온 녀맹원들에게 화장품부터 안겨주군 한단다.

왜 그렇게 하겠니. 우리의 생활이 어두워진다면 좋아할건 놈들뿐이 아니겠느냐!》

금성은 컴컴한 천정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헛나발을 일삼는 원쑤들에 대한 증오로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놈들아, 뭐 우리 사회주의가 질식되여 마지막숨을 몰아쉰다구? 천만에,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내 고향 인민들은 네놈들의 머리우에 불벼락을 씌울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억척스레 투쟁하고있다! 고향사람들에 대한 뿌듯한 감정으로 가슴이 마냥 벅차올랐다.

이튿날 오후였다. 금성은 아빠트 뒤마당에서 얼마 안되는 석탄을 이겨 구멍탄을 빚었다. 그가 거의 일손을 끝내가는데 난데없이 경쾌한 노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금성은 바삐 뒤거두매를 하고 앞마당으로 나왔다. 뜻밖에도 인민반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있었다.

앞가슴에 꽃을 단 청춘남녀들이 있는것으로 보아 누구네 잔치를 축하해서 춤을 추는것 같았다.

축전지를 끼운 록음기에서 쿵짝쿵짝 음악이 울려나오고있었다.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우리 당이 붉은기로 지키여주는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팔을 번갈아 너펄너펄 올렸다내렸다하며 제멋에 겨워 흥취나게 춤을 추는 늙은이들, 사뿐사뿐 발놀림에 맞추어 팔을 가볍게 휘저으며 우아한 률동을 펼치는 젊은 녀인들, 여기에 합세하여 아기작아기작 어른들의 춤을 흉내내는 어린이들…

춤판을 둘러싼 구경군들이 분위기를 돋구었다.

《좋다!》

《잘한다!》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찾아오댔는지 꽃다발을 들고 마당에 들어서던 젊은이들이 서로 눈짓해가며 춤판에 뛰여들었다. 그들까지 섞여들자 춤판은 더욱 고조를 이루었다.

금성은 한동안 멀찌감치에서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굶주리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던 적들의 궤변과 달리 얼마나 굉장한 랑만인가!… 사람들은 고난과 시련속에서 질식된것이 아니라 그것을 디디고 굳세게 일어서서 소박하지만 여유넘친 생활을 펼치고있는것이였다.

그때였다. 춤구경을 하던 한 늙은이가 금성을 알아보고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어머니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40여년을 선반을 다룬다는 최아바이였다. 엊저녁 어머니는 그 아바이가 때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만가동을 하다나니 기대앞에서 쓰러져 낮에 집에 실려왔다고 몹시 걱정했었다.

《금성아, 끌끌하게 번졌구나.》

최아바이는 인사를 하는 금성을 와락 끌어안으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어머니가 가져다준 금자라로 보신탕을 끓여먹고 이렇게 기운이 뻗쳐 자리를 털고일어났다. 내가 쓰러지면 미국놈들밖에 좋아할 놈이 더 있겠다구? 고맙구나. 네 덕에 내가 다시 일어섰으니…》

금성은 놀랐다. 그러니 어머니가?…

금성은 아바이의 칭찬을 듣기가 몹시 거북스러웠다. 하루새에 무슨 약기운이 동했으랴만 최아바이는 부디 그것을 자기와 련결시키고있는것이다. 그랬어도 남을 도와주었다는 긍지로 마음은 거뿐해왔다. 그러다 문뜩 생각히우는것이 있어 부랴부랴 집으로 뛰여올라왔다. 금자라가 들어있는 부엌의 버치부터 찾아보았다.

금성은 다시한번 놀랐다. 다 어디로 갔는지 한마리의 금자라만이 외로이 물속에서 자맥질하고있었던것이다. 중대의 성의가 어머니에게 가닿지 못한듯 한 기분으로 하여 가슴이 무직해왔다. 그러나 늘 남을 위해 사는 어머니로서는 달리는 행동할수 없었을것이다.

금성은 아침에 어머니가 한 신칙도 있고 하여 공장을 찾아가보기로 결심하였다. 공장당비서부터 찾아갔다. 그동안 집안살림을 돌봐주느라 이럭저럭 왼심을 많이 쓴 그에게 인사를 드리는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문기척을 하고 들어서니 금방 무슨 모임을 끝낸듯 사람들이 자리에서 막 일어서는 찰나였다. 몸이 우람찬 공장당비서가 거수경례를 붙이는 금성의 인사를 반갑게 일어나 받았다.

《아, 우리 금성이가 왔구나. 동무들, 주옥순아주머니의 아들이요. 언젠가 이 동무의 부대에서 보내온 편지를 내 독보한적 있지.》

그러자 너도나도 그의 인사를 받으며 몹시 반가와들 하였다. 금성은 이들이 바로 직장장을 비롯한 공장일군들이며 방금전까지 3. 8절을 축하하여 자기 어머니를 비롯한 녀성혁신자들의 가정방문문제를 놓고 토론했었다는것을 다는 알수 없었다.

모두들 자리에 둘러앉자 당비서는 금성에게 웃음어린 눈길을 보냈다.

《그래, 고향에 와본 인상이 어떤가. 입대전하고는 다르겠지?》

《예, 다릅니다.…》

금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하나 힘있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더 강해지고 더 억세여진것 같습니다.…》

《더 강해지고 더 억세여진것 같다!…》

당비서의 주름잡힌 눈가에 느슨한 미소가 실리였다.

《사실 엊저녁에 도착하였지만 벌써 받아안은 느낌이 큽니다. 우리 어머니모습을 보아도 그렇고 또 어머니가 말해주는 공장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그렇고 길거리나 아빠트현관앞에서 본 인민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승리한 래일이 보이고 신심과 락관을 더 크게 가지게 되였습니다.

지금 적들은 후방인민들이 다 굶어죽어가고 완전히 주저앉은것처럼 개나발을 불어대고있는데 정말 격분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전 이 사실을 우리 중대군인들에게 그대로 다 들려주겠습니다.》

당비서는 만족스럽게 공장일군들을 돌아보았다.

《동무들, 우리 군대가 어떻소. 난 자기 고향에 대한 이런 믿음을 안고사는 우리 군대한테서 더 큰 힘을 받아안게 되는구만. 우리가 지금 보다 더 높이 일떠서야 하지 않겠소?》

한 일군이 일어나 불끈 틀어쥔 주먹을 힘있게 내흔들었다.

《우리야 이미 소왕청유격구 사람들처럼 살걸 결심한 자강도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때 소왕청형편으로 말하면 왜놈들이 2중, 3중으로 악착하게 봉쇄를 하고 비행기, 대포까지 동원해서 달려들었지요. 사람들은 굶다못해… 나중엔 개구리와 뱀까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손에 보총과 작탄밖에 가지지 못한 소왕청군민은 기어이 왜놈들과 싸워이겼습니다.

지금형편이 아무리 어렵단들 어떻게 그때 같기야 하겠습니까? 문제는 정신에 있지요.》

《옳습니다.…》

당비서는 그의 말을 수긍하였다.

《금성이 어머니도 지금 그런 정신으로 살고있소. 아들이 생각하는것보다 더 강한분이지. 이제 후날 알게 되겠지만 어머니는 나라의 국력을 과시하는 사업에서 정말 중요한 몫을 맡아안고있소.

이런 어머니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군사복무를 잘하라구!》

금성은 산악같은 믿음을 안고 공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그날 저녁 금성은 어머니와 마주앉았다. 공장을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한 후 그는 금자라를 두고 자기의 섭섭한 감정을 표현했다.

《그런데 어머니, 마지막금자라까지 없어졌더군요.》

《…》

《어머닌 정말… 거기엔 저뿐이 아니라 빨리 병을 털고일어나길 바라는 우리 중대군인들의 진정도 어려있단 말이예요. 그런데 어쩌면…》

《용서해라, 금성아! 난 그저 그 마음만으로도 병을 다 고친 기분이구나.

사실 그래서 마지막 한마리만은 내가 먹자구 했다만… 그걸 손질하자구보니 자꾸만 아버지의 친구였던 송기사가 생각나지 않겠니? 그는 지금 수자식조종기계를 설계하고있는데 요즘 점심밥도 못 싸가지고 출근하고있다. 공장에서는 하루빨리 그 설계를 기다리고있고… 헌데 그 기사의 건강이 지금 여의치 않다. 그래서 너와 토론없이 그렇게 한거란다.

금성아, 최아바이랑 송기사랑 왜 그 어려움을 참아가면서도 일감을 놓지 않겠니. 그건 사탕알이 없이는 살수 있어도 총알이 없이는 살수 없다는 각오가 있기때문이란다. 난 우리 금성이가 이 엄마의 심정을 충분히 리해해주리라 믿는다.》

《어머니!…》

금성은 뜨거움에 젖은 눈길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그제서야 화제를 돌렸다.

《참, 금성아, 적들이 전연에서 그런 거짓선전까지 해댄단 말이냐?》

《그런 심리전만이 아니지요. 올해에 와서는 더 많은 땅크와 대포, 비행기까지 끌어들여가지고 우리를 어째볼 전쟁연습을 미친듯이 벌리고있답니다.》

어머니는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신중한 눈길로 아들을 마주보았다.

《금성아, 난 어쩐지 네가 집에 와있는것이 편하지 않다. 너두 아까 말했지. 당비서동지랑두 이야기했다지만 여기서는 모두 항일의 유격구정신으로 사생결단하고있단다. 그런데 네가 휴가왔다고 여기서 할일없이 시간을 보낼걸 생각하니 어쩐지 이 어미때문에 초소의 한 구간에 공간이 생긴것 같아 걱정이 되는구나.》

금성은 그만 웃었다.

《어머니두 참, 할 일이 없다니요. 당장 구들수리부터 해야겠어요. 연기가 빠지지 않아 불이 자꾸 죽구 구들이 차다구 금주가 막 야단이예요.》

《사내가 가정일에 신경을 쓰면 큰일을 못하는 법이다.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나라를 지키시느라고 매일이다싶이 위험한 전선길을 걸으시지 않느냐. 그런데 장군님을 보위해야 할 네가 제 집 아래목걱정부터 해서야 되겠니?

여기 형편도 그렇고 거기 정세도 그러니 난 네가 래일 부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금성은 깜짝 놀라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래일이요?》

어머니는 따뜻이 아들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너도 다 보았지만 공장에서 돌봐주고있는데 집에 더 있어서는 뭘 한다는거냐? 이렇게 서로 만나 얼굴을 봤으면 된거지.

직장에서도 요즘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는데 네가 옆에 있으면 나도 일에 전념할수 없을것 같구나.》

금성은 그 절절한 눈길을 그냥 마주볼수 없어 고개를 돌리다가 어머니곁에 앉아 타는듯이 애끓는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피나게 입술을 깨물고있는 금주의 눈물고인 까만 두눈에 시선이 못박혀버렸다.…

다음날 금성은 어머니와 동생 금주의 바래움을 받으며 렬차에 올랐다. 멀어져가는 역홈에 그린듯이 서있는 어머니와 동생을 향해 손을 젓다말고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어머니! 훌륭한 나의 어머니!…

신금성의 눈가에는 물기가 번뜩이였다.

《동지들! 그래서 나는 그 이튿날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과 작별하고 고향땅을 떠나왔습니다.

나는 이 자리를 통하여 우리모두 고향의 간곡한 부탁대로 수령결사옹위의 제1선인 여기 최전연초소를 철옹성같이 지켜가자는것을 호소합니다!》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신금성은 그 박수소리에 휩싸여 자기 자리로 돌아와앉았다.

1분대 부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고있었다.

《동지들, 나는 적들이 전연방송에서 우리 인민들의 생활형편을 두고 어쩌고저쩌고 할 때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두고온 고향의 부모형제들을 은근히 걱정하게 되는것을 어쩔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자 분대장동지의 고향소식을 듣고보니 새로운 힘과 용기가 생기고 부모형제들이 겪는 곤난을 두고 우리 병사들의 마음을 흔들어보려는 원쑤놈들을 한시바삐 죽탕쳐버릴 불타는 적개심을 금할수 없습니다.

우리의 존엄을 헐뜯고 우리 부모형제들을 우롱하는 원쑤놈들과는 오직 총대! 총대로 결산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사탕알이 없이는 살수 있어도 총알이 없이는 살수 없다면서 유격구정신으로 싸우고있는 고향의 부모형제들앞에 총쥔 우리는 무엇으로 대답하여야 하겠습니까?

항일의 오중흡7련대가 발휘했던 사령부보위정신으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며 원쑤들의 제재와 봉쇄를 총대로 기어이 끝장내는 여기에 고향과 부모형제들앞에 떳떳이 나설수 있는 우리 총쥔 아들들의 대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지들! 우리모두 항일의 7련대정신으로 오늘의 고난의 행군에서 기수가 되고 돌격대가 됩시다!》

늘 사관들의 정기휴가를 부럽게 생각하던 중대의 《막냉이》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정치지도원쪽을 흘끔 바라보고나서 자기 속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동지들, 나는 정기휴가가 시작되자 손가락을 꼽아가며 하루빨리 내 차례가 되여 고향의 부모형제들을 만날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떠나온 고향과 약속하렵니다. 고향아! 내 기어이 여기 최전연에서 위훈을 세우고 사랑하는 네 품에 안기리라!…》

열렬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신금성은 중대군인들과 어울려 박수를 치다말고 깜짝 놀랐다.

만수대예술단 단장이 연탁이 있는 앞쪽으로 걸어나오고있었던것이다.

박영순은 연탁옆에 서서 호인다운 부근부근한 얼굴에 웃음을 담고 특유의 웅글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런 훌륭한 모임에 참가하고도 인사 한마디없이 나가버린다면 그건 옳은 처사가 못된다고 생각되였기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나는 이 모임이 열리는 오늘 아침에야 다시 시작된 정기휴가에 깃든 깊은 사연과 우리 전연군인들에게 돌려진 위대한 장군님의 은혜로운 사랑과 믿음을 새롭게 알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고향을 그리며 다진 동무들의 맹세를 축하하여 노래 한곡 부르겠습니다.》

가벼운 환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신금성은 기쁨속에 단장을 바라보았다. 지휘관들한테서 들은데 의하면 단장은 빠리, 로마, 런던, 도꾜 등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노래로 명성을 떨치던 배우였다고 한다. 그런데 손풍금반주도 없이?!…

박영순은 그 무대들에 나섰던 자세, 감정을 초월하듯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있었다. 그러자 풍만하면서도 은은한 성량이 교양실을 메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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