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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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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858회 작성일 21-06-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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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시인지 알수 없었다. 환상인지,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류수진은 어떻게 자기네 아빠트까지 왔으며 어떻게 층계를 뛰여올라왔는지 알지 못하였다. 문을 활짝 열어제끼며 전실에 들어선 그는 정신없이 달려나온 안해와 딸에게 랭수를 달라고 하였다. 안해가 부엌으로 날아들어가 고뿌에 랭수를 떠가지고 나오자 《사발로! 바가지로!》 하고 버럭 소리쳤다.

안해는 그 기상에 기겁하여 황황히 부엌으로 돌아들어가고 딸은 취한 아버지, 체취며 표정이 완전히 달라진듯 한 아버지를 화등잔같은 눈으로 쳐다볼뿐… 의지하여 사는 기둥이며 가장인 아버지는 엄마가 떠온 유리사발의 랭수를 들이키고는 서재로 들어가 넥타이도 풀지 않은채 침대에 번듯하게 누워버렸다.

엄마는 아버지의 팔을 흔들며 여보, 여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데 아버지는 크게 뜬 눈으로 천정만 쳐다보며 나를 건드리지 말라,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벌떡 일어나앉아 헛소리처럼 알수 없는 소리를 속삭이였다.

《…꿈 …꿈이 아니야. 다섯개 아니 열개의 머리가 있어야 다 알아들을수 있어.…》

취중의 소리거나 고민끝에 실성한것이라고 여긴 엄마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침대곁에 주저 앉아서 그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여보… 여보…》

《…그분을… 지도자동지를 만나뵈었어.…》

《예?!… 당신이?!…》

이튿날에는 류한무로인이 둘째아들 수명이와 둘째며느리, 손자손녀들을 다 데리고 수진의 집으로 찾아와서 모두 명절기분으로 큰방에 빙 둘러앉아 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사는 친애하는 그이를 만나뵙게 된 자초지종의 전말을 다 이야기하였다.

온 가족이 눈물을 머금고 들었다. 그들은 날이 아주 어두워진 다음 명절날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들었다.

로인은 말없이 식사를 드는 두 아들이며 두 며느리 그리고 흘끔흘끔 곁눈질도 하고 형제끼리 팔굽으로 툭툭 건드리는가 하면 공연히 캐득거리는 손자손녀들을 흐뭇한 얼굴로 돌아보다가 벙글써 웃었다.

식사가 끝난 다음 수진이 쏘련에 가서 만난 옛 학우 리지야 꾸즈네쪼바와 그 일가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였는데 로인은 조용히 듣고있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한가정은 그 모양으로 망했는데 우리 가정은 어떠냐?…》 그리고는 얼굴빛이 침울하게 흐려졌다.

《나는 이런 기쁜 일이 있을적마다 가슴이 들썩해지다가도 마음이 무겁다. 가두세포에 당비나 바치는게 고작이야… 나이타령이나 하면서… 련대가 어디 가있는지도 모르거든. 귀신이 다됐어. 허참…》

이때 유치원에 다니는 가문의 제일 막내손자녀석이 할아버지앞으로 달려나오며 챙챙하게 부르짖었다.

《귀신이 아니야- 예부역 상좌야-》

그바람에 온 식구가 유쾌하게 웃어대는속에 류한무는 그녀석을 번쩍 안아들어 볼에 입을 뻑 맞추고는 껄껄 웃었는데 눈굽에 물기가 끓었다.

구석쪽 엄마곁에 앉아있는 성희가 밝게 웃으며 끼여들었다.

《할아버지, 지도자선생님께서도 할아버지의 글을 보시고 기억력이 생생하다고 기뻐하시지 않았나요!》

《엉 옳아. 다망하신분이 언제 그런 졸작까지 보셨는지!》

《할아버지, 전 아버지일보다 그 글을 평가해주신게 더 좋아요.》

《성희야, 거기엔 너… 너에 대한 칭찬도 들어있어. 네가 얼마나 정성들여 필사를 했냐. 지금 생각해보니 글끝에다 필사에 류성희라… 이렇게 이름자를 박아넣는건데. 그랬더라면 다심하신분이 아버지한테 이 류성희라고는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셨을지 아냐.》

《아이, 엄마!》 하고 성희는 순간에 앵두빛으로 물들여진 얼굴을 두손으로 싸쥐였다. 모두 그 모양이 재미나서 껄껄 깔깔 웃어대였다.

류한무로인도 벙글거리다가 생각깊은 그윽한 눈빛으로 자손들을 둘러보며 시름에 겨운듯 큰 숨을 가슴이 부풀게 들이켰다가 조용히 내쉬였다.

《허- 얼마나 좋냐!… 모두 제가 잘나서 일이 이렇게 잘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돼. 우리 수령님과 지도자동지 은덕을 자면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근래에 복잡해지는 주변정세가 우리 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수 없거든. 그렇지 않냐?》 하고 둘째아들을 돌아보았다.

《예…》하고 수명은 고개를 공손히 숙이였다.

《그러니 두분께서야 얼마나 걱정이 많고 로고가 크겠니. 모두 자기 초소에서 잘 받들어야 한다…》

그날 류수진박사의 집 창문에서는 밤이 깊도록 환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하늘과 잇닿은 수도의 무변대해같은 불빛바다에서 반짝이는 한점의 불꽃이였다. 그들의 행복이 아무리 크고 그들의 심정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 불빛은 열화의 거대한 항성이 우주의 성운들속에서 반점으로 보이듯이 이 거창한 락원의 불빛바다에서는 류다른데라고는 전혀 없는 한점의 불빛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수도의 그 불빛바다우로 한대의 직승기가 날고있었다. 승객실에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인민군 총참모장과 함께 앉아계시였다. 동해안에서 진행되는 한 련합부대의 야간기동과 반타격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기 위하여 떠나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창으로 수도의 불빛바다를 굽어보시였다. 가없이 펼쳐진 불빛들이 현란한 바다는 유유히 넘실대며 뒤로 서서히 흘러가는듯 하고 앞을 다투어 따라오는듯도 싶었다. 세세히 여겨보면 그 불빛들은 끝없이 반짝이며 제나름의 사연들을 속삭이는가 하면 하많은 소원과 당부의 말을 하는듯싶었다.

그이께서는 문득 야간훈련을 상기하시였다. 련합부대는 동해안에 상륙하여 내륙지방으로 진격하는 적의 선견대에 대한 반타격전에 출동하는것이였다.

그 가상적인 정황이 현실로 된다면 저 불빛바다는 꺼져버릴것이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식령부근의 한 지점에서 실전과 같이 진행되는 반타격훈련을 지도하시고는 새벽녘에 어버이수령님께서 계시는 동해안의 한 초대소로 향하시였다.

국제정세와 국방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자신께서 집필하신 론문에 대한 수령님의 고견도 직접 들으시고싶었다. 꾸바공산당기관지 《그란마》사장 엔리께 로만동지의 서면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쓰신 론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이 《그란마》사장의 명의로 되였으나 쏘련당의 《개편》로선으로 진통을 겪고있는 꾸바공산주의자들이 우리 당의 견해와 립장을 알고싶어 보내온 질문이라는것을 느끼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서면답변을 집필하여 어버이수령님께 올리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개편》을 둘러싼 국제적인 론쟁이 첨예한 때에 나가는 글인것만큼 어버이수령님의 고견을 직접 듣고 수정보충하고싶으시였다.

그날 이른아침,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와 함께 산책을 하며 론문에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였다.

소나무숲속에 난 오솔길은 연한 안개에 묻혀있었다. 상쾌한 공기… 어딘가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우짖음소리…

《사회주의건설에 대한 우리 당의 자주적인 로선과 독창적인 방침들이 전면적으로 심도있게 서술되였소. 혁명전통교양과 간부사업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한것이 특히 좋았소. 나는 이 서면대답을 그대로 보내는데 동의하오. 꾸바와 라틴미주공산주의자들에게 신심을 주고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만족을 표시하시였으나 어딘지 모르게 미흡한 점이 있는것 같아 론문의 구절구절들을 묵묵히 더듬어보시였다.

《우리 련합부대 기동력과 타격력이 그 정도라면 괜찮소.》 하고 수령님께서 화제를 돌리시였다.

《바다와 해안에서 상륙집단의 기본력량을 소멸하면 2제대 련합부대의 반타격으로 나머지력량을 소멸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말씀이 없이 걸으시다가 멎어서며 하늘을 쳐다보시였다.

《오늘은 가상적인 정황이지만 래일은 현실로 될수 있소. 격변하는 정세로 보아…》

《그렇습니다. 쏘련과 남조선괴뢰들과의 관계발전이 가속화되고있습니다. 모스크바-서울사이 정기항로가 이제 곧 개설되고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쏘련외무성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외무상의 우리나라 방문요청이 곧 있을것 같다고 합니다.》

《그가 무슨 얼굴로 또 오자는건가?》

《쏘련이 남조선과 외교관계를 정식으로 맺는 경우 우리 정부의 반발이 국제여론을 불러일으켜 쁠럭불가담나라들과 3세계나라들의 규탄의 대상으로 될수 있기때문에 그 어떤 내적인 약속으로 우리의 분격을 완화시켜보자는것 같습니다.》

그들은 미행정부에 추파를 던지고… 또한 자그마한 경제적리해관계때문에 동맹국과의 의리마저 저버리는 배신행위를 감행하고있다. 사실상 그들은 우리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봉쇄하려는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북방정책》에 동조하고있다.

《우리가 사회주의원칙을 고수하고 <개편>을 반대하는 강력한 보루이기에 적들의 공세는 더욱 악랄해질것입니다. 그러나 수령님,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들의 어떤 침략도 짓부실수 있는 준비가 되여있습니다.》

《고맙소…》

《저는 지난밤 련합부대의 기동훈련을 보고 확고한 신심을 가지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소나무가지들사이로 흘러드는 밝은 빛에 그이의 머리칼이 은빛으로 빛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백발의 한오리한오리가 시련의 흔적으로 안겨와 가슴이 못내 저려드시였다.

위인의 백발은 항일전의 탄우속에서 전우들을 잃은 비감으로 하여, 변절자들의 비렬한 배신행위로 하여, 종파들의 책동과 현대수정주의자들의 악랄한 죄행으로 하여 생긴것이였다. 몇해전 고령의 수령님께서는 사회주의나라들의 단결과 화목을 위하여 멀고먼 모스크바까지 다시 찾아가시여 쏘련지도자들을 만나시였다. 그때 쏘련당 총비서는 조선혁명과 국제문제, 조쏘관계에 대한 수령님의 견해와 립장에 전적인 동의를 표시하고는 자기의 모든 언약과 공동콤뮤니케의 정신을 뒤집어엎고 배반의 길로 내달렸다.

작년말 쏘련외무상은 제발로 찾아와서 남조선에 대한 쏘련의 원칙적립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남조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그들과 정치적 및 외교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재확언하였었다. 그리고는 량심과 의리도 다 줴버리고 배신적인 행위들을 계속하고있으니 머리에 서리가 내리지 않을수 있겠는가…

이 아침 아픈 마음으로 수령님의 머리에 내린 서리를 여겨보시는 김정일동지의 가슴에서는 분노의 격랑이 일었다.

《책임부관이 밤에 쉬지 못하신다고 걱정했습니다.》

《잠이 안오오. 옛날 일도 자꾸 생각나고… 국제혁명과 공산주의운동에 대하여 진지하게 의논할수 있던 마오쩌둥(모택동), 저우언라이(주은래), 쓰딸린, 몰로또브, 쥬다노브 꾸씨넨… 피크, 고트왈트, 찌또도 다 갔소.》

《이제는 쏘련과 동유럽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가 시간문제인것 같습니다.》

《비극이요.… 우리한테는 엄중한 난관이 닥쳐올것이요.》

《수령님, 어떤 역경속에서도 사회주의위업을 끝까지 고수하고 발전시켜나갈 결심입니다.》

《그러자면 실천으로… 사회주의건설의 빛나는 성과로 사회주의위업의 정당성과 진리성을 과시해야 되오. 고전가들의 말처럼 실천은 진리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신념에 넘친 침착한 안색으로 수령님과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시였다.

《저- 50년대중엽부터 현대수정주의가 대두하면서 쏘련경제학자들속에서는 경제외적인 방법으로 경제를 추켜세울수 없다, 물질적관심성을 높여 생산자들을 자극해야 한다는 우경적견해들이 터져나오고 그것이 <리베르만체계>로 정식화되였소. <리베르만체계>가 도입되면서 경제운영에서 사상도덕적인 요인이 무시되고 물질주의가 범람하고 로동자들은 돈밖에 모르는 속물로 타락해갔소. 스따하노브운동이나 가가노바운동 같은것도 다 줴버리고… 그것은 자본주의적방법이였소. 사회주의경제를 자본주의적방법으로 운영하자니 부조리가 생길수밖에… 그때 나는 사회주의경제는 사회주의적방법으로만 추켜세울수 있다, 그러면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가 잘 안되는 근본요인은 무엇이냐, 주관주의, 관료주의이다, 이렇게 생각했소. 그래서 우가 아래를 도와주고 정치사업을 선행시켜 생산자대중의 창조성을 적극 발양하는 경제관리체계를 세우려고 청산리와 대안에 나갔지. 사실상 그때부터 사회주의나라들의 경제관리체계에서는 두개의 길이 갈라졌소. 나는 지금도 우리가 원칙적으로 옳은 길을 걸었다고 확신하오.》

《지난 30여년의 경험은 청산리정신, 청산리방법과 대안의 사업체계를 철저히 구현하자면 경제에 대한 당의 령도적기능을 높여야 한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사회주의건설에서 당의 령도는 생명선입니다.》

《생명선!… 옳소. 생명선이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하시였다.

《지난날 쏘련당의 실태를 보면 당기관들이 권력기관화되고 당세도, 관료주의가 나와 인민들의 불만을 격증시켰습니다. 그래서 현집권자는 그것을 극복한다는 미명하에 당의 령도를 약화시키거나 아예 페지했으며 당자체를 약체화했습니다. 나중에는 대통령제를 내오고 자기 권력중심을 최고행정관의 자리에로 옮겼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모두쉼을 길게 내쉬셨다.

《그래… 그들한테는 똑똑한 당건설리론도 없었거든. 집권자에 따라 당의 체질이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고… 원리와 원칙이 없소.》

《우리 당에서는 당세도와 관료주의가 나올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온다면 그건 부분적이고 우연적인 현상입니다. 우리 당의 지도사상자체가 사람중심의 주체사상이고 다스리는 정치가 아니라 복무하는 정치, 믿음의 정치, 사랑의 정치이기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당일군들은 당의 령도를 강화하라는것이 인민대중속에 더 깊이 들어가 인민들에게 헌신복무하라는 요구라는것을 누구나 잘 알고있습니다. 우리 당을 어머니당으로 더 튼튼히 건설하고 당일군들을 인민의 참된 충복으로 키우겠습니다.》

《그러면 일이 잘되지…》 수령님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리였다.

《마음을 놓으십시오. 여기 더 계시면서 푹 쉬십시오.》

뒤에서 발자국소리가 났다.

김정일동지께서 돌아보시니 책임부관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송구한 얼굴로 식사시간이 되였다고 알리였다.

《들어가십시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바다가쪽으로 걸음을 옮겨가시였다. 바다물이 거품을 일으키며 기여오르는 바다기슭 모래불에 서신 수령님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거창하게 설레이는 바다를 바라보시였다.

수평선우에 한발만큼 떠오른 커다란 주홍빛 해가 열기를 풍기며 이글이글 불타는데 그밑 바다는 온통 황금빛을 띠고 거센 숨결로 어마어마하게 뒤설레이고 갈매기들은 갈기를 날리며 달려오는 파도우로 미끄러지듯이 날아예는가 하면 크나큰 환희를 작은 가슴으로 감당하기 어려운듯 비명비슷한 탄성을 내지르며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얼마나 좋습니까! 수령님, 만시름을 다 잊고 저 바다를 보십시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자 그이께서도 못내 흡족하신듯 밝게 웃으시였다.

《어, 시원하군. 바다는 바다야! 좀더 걷자구.》

두분께서는 바다기슭을 따라 가지런히 걸어나가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다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수령님을 돌아보시였다.

《수령님, 안심하십시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뒤짐을 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시였다.

《우리 당이 이때까지는 저 <개편>과정을 주시하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치자고 합니다. 적절한 방법으로… 우선 사회주의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악선전공세에 반격을… 선전수단들을 총동원하여 반타격을 가하자고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며 한없는 믿음과 기대에 찬 안광으로 그이를 돌아보시였다.

《때가 되였소. 우리의 주체적인 립장을 온 세상에 과시해야 되오!》

끝없이 의견을 나누며 걸어가는 두분의 발자국이 하얀 모래불에 나란히 찍혀나갔다.

바다는 환희에 넘친듯 거창하게 설레이고 밀려오는 파도들은 물갈기를 날리며 모래기슭으로 치달아오르는가 하면 저앞 도래굽이에 쿵쿵 부딪쳐 싯허연 포말을 장쾌하게 휘뿌려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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