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36
페이지 정보
본문
3
사흘뒤 류수진박사의 집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그의 안해 하정녀가 남편이 쏘련에 들고갔던 트렁크안을 정리하다가 무슨 편지초안같은것을 두석장 발견했다. 어디에 쓴것인지 알수 없었다. 심상치 않은 예감에 그것을 황황히 읽어본 정녀는 눈앞이 핑 돌아 한동안 이마를 싸쥐고 앉아있다가 마침 야간근무여서 자기 방에 있는 딸한테로 달려갔다.
성희는 그것을 읽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였느냐고 하며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였다. 하정녀는 모스크바로 떠날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면서 험한 소리를 탕탕하며 푸념질을 하고 딸은 엄마를 달래였다. 이윽고 모녀는 마주앉아 이것저것 억측을 하다가 여느때없이 이번 걸음에는 아버지가 자기들한테 선물 한가지도 사오지 않은것, 귀환담도 별로 안하고 얼굴빛이 좋지 못한것 등을 상기하고는 모스크바에서 무슨 일이 있었으며 종이에 쓴것은 자기비판서라고 생각하였다. 정녀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전화로 연구소장을 찾아 아버지와 바꾸어달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받은 서만복교수는 연구소에 없다, 당중앙위원회에 불리워갔다고 대답했고 안해는 왜 무슨 일로 불리워갔느냐고 다급히 캐여물었다. 교수는 퉁명스럽게 그쯤 알고 잠자코 있으라고 했다.
엄마는 전실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연을 안 성희는 삼촌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생각을 돌려 할아버지를 찾아 집에서 무슨 일이 생겼으니 건너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한무로인이 날이 어슬어슬 저물어 문수거리 맏아들집에 왔을 때도 모녀는 얼굴빛이 까맣게 질려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엄엄한 얼굴로 종이에 쓴것들을 쭉 내리읽어본 로인은 이런 일이 생길줄 알았다, 싸지… 싸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며느리는 그 말이 섭섭하여 둘째만 아들이고 맏이는 자식이 아니냐고 항변하며 눈물을 쏟았다.
바로 그때 류수진박사는 숨지는 마지막순간에도 잊지 못할 영광을 누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있었다.
한 초대소였다.
식사가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편안히 기대며 담배를 꺼내여 불을 붙이시였다. 그러시고는 눈언저리가 즐벅해져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박사를 애정어린 눈빛으로 여겨보시였다. 이윽고 박사는 갑자기 한손으로 이마를 싸쥐며 울먹이였다.
《저는… 저는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인간입니다. 이전 쏘련에 대한 사대주의가 골수에까지 배여 <개편>… 저 <개편>에까지 환상을. 아!…》
《그만… 그만하십시오.》 하고 그이께서는 손짓으로 만류하며 웃으시였다.
《그런거야 편지에 다 쓰지 않았습니까. 쓰딸린시기에 쏘련류학을 한 인테리들한테는 쏘련에 대한 좋은 감정이 오래 남아있어 그럴수 있었습니다. 그때에야 쏘련이 정말 훌륭했지요. 그럴수도 있었다는것이 리해됩니다. 다 지나간 문제입니다. 그 얘기는 그만합시다.》 하고 그이께서는 화제를 돌려 류한무로인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부친은 건강이 어떻습니까. 식사랑 잘하십니까?》
《예… 잡병이라고는 모르고 지냅니다.》
《허, 그거 다행입니다. 원래 건강체였으니까…》
《매일 아침 도수체조를 하는데 인민보건체조가 아니라 보병체조를 합니다.》
《이름난 련대장이였지요. 며칠전 군사예술잡지에 실린 아버지의 전투경험을 읽어보았습니다. 필자가 예비역상좌 류한무라고 나있어 호기심이 당겼습니다. 짧지만 주장이 뚜렷한 글이였습니다. 글을 보니 기억력과 사고력이 생생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이께서는 문득 화제를 돌리시였다.
《나한테 보낸 편지에 쏘련이 정치리념상으로 자본주의에 접근하고있는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들어섰다고 썼는데 어떤 사실적근거로 그렇게 판단했습니까?》
《저는 동창회에 참가하여 그리고 젊은 시절의 쏘련벗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많은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사실들을 알게 되였습니다. 정치적으로 볼 때 아직 다당제가 법령으로 선포되지 않았지만 헌법적인 기초가 없는 여러가지, 각양각색의 정치조직들이 생겨나 공개적으로 혹은 은밀히 활동하고있습니다. 거의다 이색적인 조직들인데 왕정복구를 주장하는 그루빠도 있습니다. 께렌쓰끼림시정부를 전복한 10월혁명을 볼쉐비크당의 비법적인 폭거로 묘사하여 부르죠아민주주의제도를 수립하자고 주장하는 조직들은 많습니다.
우익민족주의세력의 대두와 그 맹렬한 활동이 가맹공화국들을 뒤흔들고있습니다. 우익민족주의망명객들과 그 후손들이 관광객, 실업가의 명목으로 밀려들어 상봉모임, 기자회견들에서 반공적인 민족주의를 고취하고있습니다.》
《음… 쏘련당과 정부의 묵인하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있습니다.》
《막강한 국가안전체계와 독재기구를 가지고있으면서 수수방관하고있는데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에… 수수방관정도가 아니라 오늘은 비이데올로기화의 주장밑에 군대와 사법경찰기관들에서 당정치기관들을 없애려고 하고있습니다. 다당제를 실현하자면 군대나 사법기관이 어느 한 집권당의 령도를 받아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이 움직임은 수정주의자들이 무엇을 지향하고있는가를 명백히 시사해줍니다. 그들이 제창하는 민주주의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사회주의사회건설이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허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허울을 벗기면 자본주의복귀라는 시꺼먼 정체가 드러납니다.》
《예… 정말 그렇습니다. 이번에 제가 쏘련에 가서 보고들은것들은 놀라운것들뿐입니다. 지금 쏘련에서는 <공개성>의 구호밑에 텔레비죤방송으로 주당전원회의와 당회의들을 실황중계하고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은 비당원이건 반쏘분자이건 강도이건 관계없이 텔레비죤화면을 통하여 당회의내용을 다 알수 있고 전화로 회의에 의견까지 제기할수 있다고 합니다. 그뿐아니라 비당원들이 입당대상자들과 당원들에 대한 평가사업에 관여하게 되였습니다. 당회의록이 그대로 공개되고있습니다. 그래서 당원과 비당원의 구별이 없게 되고 사실상 당이 해체된것이나 다름없이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심각한 안색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정확히 보았습니다. 그런 <공개성> 정책으로 당의 령도적지위와 권위가 흔들리게 되였습니다. 그리고 반혁명분자들은 당원들, 핵심당일군들, 공산당을 마음대로 공격할수 있는 합법적공간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이것은 다 당을 약화하고 그 령도적역할을 없애버리기 위한 준비작업입니다.》
《예!…》
《오늘 쏘련당안의 변절자들은 공산당의 령도적지위와 역할을 법화한 쏘련헌법 6조를 페지하고 공산당도 일반 군소정당들과 같이 사법성에 등록하고 그 통제밑에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주의혁명의 전취물인 로동계급의 정치적지배권과 공산당의 령도권을 스스로 내놓자는 무서운 변절행위입니다. 사회주의 변절자, 배신자들은 공산당의 령도를 페지함으로써 우익정당들이 자유롭게 활동할수 있는 길을 열자는것입니다. 이 하나…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개편>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수 있습니다. 지난해 쏘련의 한 변절자는 모스크바에 온 미국무장관 베이커에게 쏘련에서는 미국을 모방하여 <개편>을 하고있다는 소리를 하였답니다. 이것은 외교적인 발언이 아니였습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개편>이란 어떤것인가를 더 똑똑히 알게 되였습니다.》
류수진박사는 빛나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박사선생이 보건대 쏘련인테리들속에서 <개편>에 대한 지지률은 어떤것 같습니까?》
《전반적인 상황을 료해할수는 없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지지자가 많은것 같습니다.》
《혁명을 한지 70년이 지났는데 어째 그런것 같습니까? 원인이 어디에 있는것 같습니까?》
《일반적으로 서방에 대한 환상이 크고… 또… 쏘련당… 당정책… 구체적으로는 인테리정책에 대한 불만과 원한이 쌓였기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봤습니까?》
《예… <개편>에 의혹을 품거나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인테리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품고있었습니다. 쏘련당이 력사적으로 인테리들을 동반자격으로 보면서 그들의 운명을 소홀히 취급한데 원인이 있는것 같습니다. 필요할 때에는 리용하고 버렸다는것입니다. 제가 모스크바에 체류하는 기간에도 좌우 량극에 서있던 두 시인 마야꼽쓰끼와 예쎄닌의 자살, 유전학파에 대한 숙청, 망명작가 네크라쏘브의 비참한 운명… 이런 화제들이 일부 인테리들의 입에 오르고 출판물들에도 실렸습니다.
동창생들의 반수이상이 <개편>을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다 과거의 쏘련력사를 암흑의 력사로 보면서 공산당과 사회주의제도에 대해 부정했습니다. <개편>반대자들은 수적으로는 적었지만 립장이 견결하고 반항열이 불같고 론리가 정연했습니다. 그들속에는 쏘련당의 제2인자인 <보수파>지도자에게 기대를 걸고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에게?…》
《예… 그가 어느 교육일군들의 회의에서 쏘련력사를 옳게 평가할데 대하여 연설하였는데 그때부터 그한테 이목이 집중된것 같습니다. 한 로씨야벗은 지금 당상층부에 <개혁파>와 <보수파>가 있는데 이제 <보수파>가 <개혁파>를 뒤집어엎을것이라고 믿고있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의깊이 듣다가 회의적인 미소를 지으시였다.
《뒤집어엎는단 말입니까? 우리는 반대로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수파>지도자는 맑스-레닌주의정통파로서 <개편>의 변질과정과 그 본질을 민감하고 예리하게 본것 같습니다. 그는 원칙적이고 청렴한 정치가입니다. 핀란드의 한 정치평론가는 그가 씨비리에서 당중앙위원회에 올라올 때 트렁크 하나만 들고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청렴결백하고 문화적소양도 높은 인격자로서 당내에서 존경을 받는 거물급실력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개혁파>는 그를 <개편>의 장애물로 여기다가 아주 정적으로 보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개편>로선에 정면으로 도전한 한 녀교원의 론문 <원칙을 양보할수 없다>가 <쏘베트쓰까야 로씨야>지에 발표된것도 그한테 그 혐의를 씌우려 하고있습니다. 지금도 쏘련에는 사회주의리념을 지키려는 견실한 공산주의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변질된 당의 규약을 준수하여 총비서를 통해서만 모든 모순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정세에 맞지 않는 이 <청렴성>때문에 그들은 일을 치지 못하고 실패를 면치 못할것입니다. 력사상의 모든 정치적암투를 봐도 청렴한 정치가들이 순간적이긴 하지만 모략을 일삼는 음모가들에게 대체로 패했습니다.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이제 <개혁파>가 <보수파>를 밀어내고야말것입니다.》
《예…》 류수진박사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반응하며 심각한 눈빛으로 그이를 지켜보았다.
《경제생활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대단히 혼란되여있었습니다. <개편> 지지자들은 그것을 과도기의 일시적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번 동창회에서 <개편과 인테리의 역할에 대한 토론의 밤>이란 연구토론회가 열렸는데 거기에서도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형태의 다양화, 사유화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론전이 벌어졌습니다. 공업기업소들과 쏩호즈와 꼴호즈들, 출판물들의 <공개성연단>들에서도, 최고쏘베트와 가맹공화국과 지방쏘베트들에서도… 제가 느낀것은 경제령역에서는 리론보다 실천이 썩 앞서 내달리고있는것이였습니다.》
《리론보다 실천이 앞섰다구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론쟁은 론쟁대로 내버려두고 대기업소의 지배인들과 상업기관의 우두머리들은 국가재산을 횡령하여 암거래시장을 통해 일확천금을 하여 백만장자로 자라고있으며 농촌들에서는 고용농을 거느린 부농들이 무리로 생겨나고있습니다. 동창생들의 말에 의하면 그놈들은 당, 정권기관의 간부들을 돈과 재물로 매수하여 암거래, 밀수밀매행위를 묵인하도록 하며 나가서 반사회주의적정치조직들에 활동자금까지 대주고있습니다. 쏘련당지도부가 마피아단과 내통되여있다는 여론까지 돌고있습니다. 레닌그라드의 검사 두명이 텔레비를 통하여 폭로연설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근거가 불충분한 고발이라는 여론도 있는것 같습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당이 얼마나 부패변질되였고 인민대중속에서 얼마나 위신이 저락되였으면 그런 일까지 있겠습니까. 세계 어느 공산당이나 로동당도 마피아와 관련된 혐의를 받은적은 없습니다. 수치입니다. 정말 수치입니다. 세계공산주의자들의 수치입니다.》
《예!…》
《우익민족주의세력의 대두… 암거래의 성행, 활기에 넘친 암시장… 부농경리의 재생… 쏘련의 현지도부는 이 모든것을 전혀 모르지 않겠는데 어째 못 보는척 하고 수수방관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능력이 없어서인가, 그런데 주목을 돌릴 경황이 없어서입니까? 그들이 갑자기 소경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였는가?…》
《그들자신이 변질되여 썩었기때문이라고 봅니다.》
《옳습니다. 이것은 배신입니다. 자기를 먹여주고 키워주고 내세워준 자기 당, 자기 조국, 자기 인민에 대한 로골적인 배신으로 빚어진 후과입니다. 이렇게 분석할수밖에 없습니다.》
《예.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에 모스크바에서 외국인에게 당증을 팔아먹자고 흥정판을 벌리는놈까지 보았습니다. 더욱 놀라운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아무런 분격도 느끼지 않는것이였습니다.》
《공산당에서 탈당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공산당 당원증이 무슨 그리 신성한것이겠습니까.》
《하층인민들속에서는 정치적무관심성이 류행심리입니다.》
《마비… 마비증상이 왔습니다. 죽음전의 마비… 어떤 생명체나 죽음전에 마비가 옵니다. 쏘련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그런 마비가 오고있습니다.… 쏘련의 붕괴는 시간문제인것 같습니다. 남조선괴뢰들이 죽어가는 쏘련에 접근하고있습니다.》
《지도자동지, 모스크바의 호텔과 거리들에서 남조선놈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까마귀들은 송장냄새에 특별히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있지요.》
《쏘련에… 레닌의 쏘련에 이런 종말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비장한 음조를 띠며 울렸다.
《아, 그처럼 강대했던 쏘련이…》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눈길로 그를 지켜보시였다.
《어째서 그렇게 됐습니까. 깊은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변절자, 배신자들의 책동으로 사상,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령역에 다원주의가 도입된 결과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환한 안색으로 거의 웨치다싶이 말씀하시였다.
《동유럽나라들의 거의 모든 당, 국가수반들과 정치지도자들, 쏘련과 세계의 수많은 정통파 맑스주의리론가들, 원사, 교수, 박사, 철학가, 정치학자, 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사고방법>에 현혹되고 다원주의에 속아 그것이 도입되면 사회주의적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에서 완성되리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제 모두 가슴을 치며 땅을 두드리며 후회할것입니다.》
《지도자동지, 저는 정말 자격이 없습니다. 이전에 인민경제대학에 나가 강연을 하면서 애매한 소리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일까지 있습니다.》
《알고있습니다.》
《자격이… 자격이 없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예?!…》
《지난날에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자격이 있습니다. 충분합니다! 나는 오늘밤 쏘련의 <개편> 실태에 대한 분석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박사선생이 큰 나라, 큰 당에 대한 비과학적인 환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주체의 신념이 투철한 학자로 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나한테는 이것이 제일 기쁩니다!》
그이께서는 류수진의 잔에 넘치도록 차를 따라주시였다.
《지금 세상에는 쏘련까지 망하면 사회주의는 끝장이라고 비탄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망하는것은 진보적인류의 가슴속에 있던 그 쏘련이 아닙니다. 30여년간의 수정주의로선과 <개편>으로 하여 변질될대로 변질되여 사회주의국가라는 허울만 남은 련맹국가가 몰락의 길을 가고있는것입니다. 그러나 동유럽, 쏘련이 다 허물어지고 하늘이 허물어진대도 이 행성에 자주성을 지향하는 인민대중이 살아있는 한 사회주의리념은 살아 승승장구합니다. 예속과 굴종이 아니라, 자본의 노예로가 아니라, 세계의 주인, 사회의 주인으로서 참되게 살려는 인간이 단 한명만 있어도 사회주의는 죽지 않습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사회주의는 과학입니다.》
그이께서는 차를 드시고 의례원을 돌아보며 쾌활한 음성으로 좋은 음악이 없느냐고 하시였다.
이윽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첫 악장부터 극적인 감정이 장쾌하게 터져나오는 피아노협주곡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명상적인 안색으로 담배를 피우며 음악에 귀를 기울이시고 박사는 매혹된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러다가 가슴속에서 무엇이 터져올랐는지 그만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말았다. 피아노의 탄주소리와 함께 몰아쳐오는 환희의 폭풍에 몸과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운듯…
그날밤 김정일동지께서는 류수진박사를 바래워주신 다음 대동강기슭으로 나가 이윽토록 서계시였다.
차거운 바람이 옷깃을 날리였다.… 이제는 《개편》의 반동적본질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며 미구에 쏘련도 붕괴되리라는것이 불을 보듯이 명백해졌다. 저 사회주의대국에서 자본주의가 복귀되면 그 영향으로 세계정치정세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군사력의 균형도 파괴될것이다. 유일초대국으로 된 미국은 더욱 오만하고 방자해져 행성의 모든 지역적문제들에서도 《지도력》을 행사하려고 할것이다. 미제는 우선 극동에서 일본, 남조선과의 군사적결탁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주의보루인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고 발광할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그렇게 나올것이다…
강물은 먼 외등의 불빛을 받아 재빛으로 번들거리며 무겁게 설레였다. 그이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강기슭을 따라 끝없이 오르내리시였다.
- 이전글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37 21.06.30
- 다음글[김영승 칼럼] 과거를 회고한다 44. 나의 빨찌산 투쟁에서의 최후의 결전 21.06.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