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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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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703회 작성일 21-06-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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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가 떴다.

눈부신 해가 떴다.

온 군이 들썩해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군을 현지지도하시였다는 소식이 찬란한 아침해살과 함께 거리와 마을들에 퍼졌던것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죤을 통해서만 그이의 영상을 우러를수 있었던 두메산골 사람들은 자기들이 깊은 잠에 들어있던 시각에 친애하는 그이께서 자기네 집 창문앞을 지나가고 자기네 아빠트층계를 오르고 자기네가 다니는 거리로 걸어가시고 자기네 일터를 돌아보시며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네들을 잘살게 하려고 마음쓰시였다는것을 알았을 때 격정이 터지지 않을수 없었다.

사람들은 울며 웃으며 감격과 흥분, 행복감을 나누었다. 그이께서 돌아보신 아빠트아래층에 사는 이쁘장한 아주머니는 이른새벽, 자기가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고있을 때 복도에서 발자욱소리가 났는데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고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단층집에 사는 90살에 나는 할머니는 새벽에 꿈을 꾸었는데 자기네 지붕에 무지개가 비낀것을 보았다고 하며 눈물을 흘리였다. 집구석에 앉아있는 사람이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이집 저 집으로 밀려다니며 혹은 거리에 떨쳐나와 떠들어대였다. 그이께서 돌아보신 체육관건설장쪽으로 뛰여가는 청년들, 그이의 발자취가 찍힌 시내가의 동뚝으로 달려나가는 처녀들… 온 읍거리가 설레였다. 가로수, 길, 집들, 시내물, 공기, 산발… 모든것이 새로 태여난듯 청신한 기운을 내뿜었다.

9시경에는 벌써 읍거리로 서서히 미끄러져가는 선전차에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노래》가 합창으로 터져나오다가 그이의 현지지도소식이 격정에 넘친 목소리로 울려나왔다.

선전차안에서는 여느때처럼 방송원처녀가 아니라 나이지숙한 군당선전비서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주먹을 흔들며 부르짖고있었다.

《수정주의자들의 <개편>바람에 날을 따라 국제정세가 험악해지고 미제국주의자들이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고 온갖 발악을 다하고있는 이러한 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천금같은… 그야말로 천금같은 시간을 내여 오늘 새벽 우리 군을 현지지도하셨습니다. 두메산골에 사는 우리 군인민들을 잘살게 하시려고… 우리가 걱정되시여… 동지들, 군안의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동무들, 위대한 그이의 사적이 깃든 영광의 땅에서 살게 된 영예와 긍지를 가슴깊이 간직하자! 송탄은 어제날의 송탄이 아니다. 이 영광의 땅에 사회주의지상락원을 꾸리자!》

바로 그때 차영진은 세멘트공장사무실에서 주상민이와 마주 앉아있었다.

군당책임비서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믿음에 대하여, 그이께서 나도 믿는다고 하신 말씀을 전달하였을 때 우리 제도를 등지고 도망친 반역자의 아들, 아버지가 버린 피덩어리를 당이 품에 안아 먹여주고 입혀주고 배워주고 믿어주어 오늘은 지배인으로까지 된 그… 주상민은 얼이 나간 사람처럼 크게 뜬 눈으로 책임비서를 지켜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입술만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책상에 와락 쓰러져 어린애처럼 흐느껴울었다. 그의 세찬 흐느낌과 격동으로 책상이 움씰거렸다. 책임비서도 목이 메고 눈시울이 젖어나 말을 잇지 못하였다. 곁에 앉은 박재순이도 한손으로 이마를 싸쥐고 잠자코있었다.

이윽고 흐느낌소리가 잦아들더니 주상민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

《그이는 제 은인입니다. 보답하겠습니다… 세멘트를… 천년만년이 가도 부서지지 않게 구워내겠습니다!》

군당책임비서는 손을 내밀어 그의 주먹을 으스러지게 그러쥐였다.

불같은 눈과 후더운것이 끓는 눈이 서로 뚫어지게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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