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주의 생활에세이] '더 통일' 아직도 통일에 대해 말하는 책을 읽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작성일 25-02-05 08:39 조회 107 댓글 0본문
[이범주의 생활에세이] '더 통일' 아직도 통일에 대해 말하는 책을 읽다
이 글은 이범주 선생이 김광수 박사의 책 "다시 쓰는 더 통일"을 읽고 쓴 독후감이다. 현 시점에서의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짚어준 글이다. [민족통신 편집실]
"..한편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에 대한 예속을 벗고 자주정권 혹은 자주적 민주주정권을 건설하는 것 그 자체도 하나의 중대하고 심각한, 독립된 영역의 혁명이다.
혁명은 기존 사회구조를 바꾸어 그것에서 꿀 빨고 있던 자들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조건에서 이 나라 대부분의 재부를 소유하고, 경찰 군대 행정권력 등의 물리력을 갖추었으며, 신문 방송 학문 등 이데올로기 통제장치까지 확보한 그들이 그들의 막대한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 놓으려 할까?..."
저자: 이범주.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출처: 예스24 홈페이지]
많은 이들이 통일도 하지 말고 국가보안법도 그대로 두고 이대로 살자고 한다. 전쟁 없으니 그럭저럭 살만하고 이 정도면 일상이 평화롭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자는 건 앞으로도 계속 동족들이 사는 북을 적대, 증오하면서 살자는 말이고 매년 수조원의 현금을 여기 주둔하는 미군에게 바치며 살자는 말이며 이 나라에 대한 미국의 난폭한 내정간섭을 감수하면서 살자는 말이다. 또한 매년 엄청난 돈을 미국산 무기 사들이는 데 탕진하고 상시적인 전쟁 위험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뿐인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삼성, 현대, SK 등 이 나라 대표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규모 핵심 제조업들을 미국에 건설하는 데서 보듯 미국에게 경제적으로 부당하게 수탈당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다른 나라들 경제는 대체로 순조로운데 유독 이 나라만 이리 심하게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것도 이 나라가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는 현실에 주로 기인할 것이다.
분단된 상황에서 한국은 절대로 안정적인 평화와 번영을 구가할 수 없다. 이는 북도 마찬가지니 그들 또한 분단으로 인한 상시적인 전쟁위협 때문에 심하게 시달리는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홀로 맞서야 하니 매년 막대한 물자를 국방부문에 소모해야 하고 그로 인한 인력의 손실 또한 막대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그들 또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없다. 결국 이 분단상황에서 극심하게 고통받는 건 남북 우리 민족 전체다. 미국, 일본 같은 주위 나라들은 우리들의 이 고통스런 현실에 빨대를 꽂고 단물을 빤다.
따라서 이 땅에서 사는 우리가 선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화급한 과제는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일이다. 공식적으로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우호적 관계로 돌리는 일이다. 이 자체가 바로 통일(의 시작)이다!!!. 통일은 한 체제가 다른 체제를 제압, 굴복시켜 반도 전체에서 같은 체제로 통일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적대관계의 청산과 그에 이은 진정한 평화공존, 이것이 바로 이 시점에서의 통일이다. 그렇게만 되면 국가보안법도 필요없고 국방비로 막대한 돈을 탕진하지 않아도 되며 나라의 정치와 경제도 미국의 눈치 보지 않고 우리들 이익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
분단으로 인한 고통이 극히 심각하고 그 문제가 우리들 일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분단문제와 그것의 극복 태도로서의 통일, 남북 간 대립관계의 해소 등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오래 지속된 분단과 피로를 부르는 일상에 지쳐서 그렇기도 하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북에 대한 거부감도 한 몫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엄존하는 심각한 문제를 잊거나 비켜두고 산다.
북은 그렇지 않다. 북의 지도자들은 분단되고 난 후부터 남북의 통일을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과제로 여겼고 그렇게 인민들을 가르쳐 왔다. 그랬던 북이 최근 들어 남을 ‘제1 불변의 적대국’으로 규정하여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점령, 평정, 수복, 편입하겠다” 선언한 것도 (이 책에 따르면) 통일을 포기했다기보다는, 통일에 이르는 방법을 바꾸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분단이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기에 그렇다.
북이 입장을 그리 전격적으로 선회한 데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환멸과 실망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국힘당이 되었든 민주당이 되었든 이 나라 정권들 모두, 북을 제1의 주적으로 보고 미국에 대한 예속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며 북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 체제 방식으로 흡수통일하겠다는 의도를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역시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말이다. 만약 지금 남북 간 현 구도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전쟁 가능성은 언젠가는 현실로 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그들의 의지가 그렇고 지금 미국이 패권을 상실해 가는 세계 정세를 봐도 또한 그러하다. 북에 대해 극히 적대적 자세로 일관하는 현 정권의 행태 또한 그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북은 진정으로 동족과의 전쟁을 원할까. 최근 그들은 단시일 내에(2036년?)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은 전쟁을 선호하지 않는다. 전쟁은 사회주의 건설에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과 인력을 탕진하게 하고 인민들이 피땀으로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물들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만약 그들이 전쟁을 걸어 온다면...”라고 하여 전쟁을 선택하는 데서의 조건을 달았다. 그들도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그러나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 결행할 것이다).
그건 그들의 판단이다. 여기 사는 우리는 우리 몫의 고민을 해야 한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어떻게 하면 현실적 가능성으로 등장한 전쟁을 피하고 합의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각계 각층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우리의 힘으로 미국의 예속을 거부하는 ‘자주정권’ 혹은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워서 북을 제 1의 주적으로 보지 않고 북을 흡수통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면, 하여 북에 대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동족 사이의 전쟁을 피하고 남북 간 대화와 합의를 통해 상호 공존, 공영하는 연방제 통일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조건을 만드는 게 남쪽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것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은....책에 다 있다.
대략 이상의 내용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간략히 정리해 본 것이다. 책은 얇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독립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미국에 예속되어 진정한 자주국으로 되지 못한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단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한편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에 대한 예속을 벗고 자주정권 혹은 자주적 민주주정권을 건설하는 것 그 자체도 하나의 중대하고 심각한, 독립된 영역의 혁명이다. 혁명은 기존 사회구조를 바꾸어 그것에서 꿀 빨고 있던 자들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조건에서 이 나라 대부분의 재부를 소유하고, 경찰 군대 행정권력 등의 물리력을 갖추었으며, 신문 방송 학문 등 이데올로기 통제장치까지 확보한 그들이 그들의 막대한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 놓으려 할까? 게다가 혁명 추동할 이쪽의 힘은 물리력, 정치적 응집력 등에서...
그들에 비해 비할 바 없이 허약한 조건에서? 내가 알기에 어떤 종류의 혁명이든 기득권 계급의 호의적 선양(禪讓)에 의해 이루어진 적 없다. 현실적으로 난망(難望)한 일 아닐까.
“비록 그럴지라도 그 힘든 일을 우리는 해내야만 한다, 그것만이 비극적인 전쟁의 가능성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시간이 없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출처 : 통일시대 (https://www.tongiltimes.com)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