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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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그림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방금 완성한 소묘를 들여다보았다.
까만 오목눈, 오똑 선 코마루, 도톰한 입술…
선과 명암으로만 되여있는 그림이지만 신통히 내 동생 기남이였다.
학교미술소조원인 나는 그림솜씨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선생님에게서 자주 칭찬을 받군 한다.
(이 그림을 보시면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가?)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내눈으로가 아니라 선생님의 시선으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꼼꼼히 훑어내렸다.
이번에도 합격이였다. 기쁨이 살랑거리는 선생님의 눈매가 벌써부터 눈앞에 환히 보여왔다.
《손들엇!》
갑자기 들려오는 폭탄터지는듯 한 소리에 나는 하마트면 연필까지 떨굴번 했다.
언제 봐야 발끝걸음으로 살금살금 나의 등뒤로 다가와서는 주먹으로 잔등을 쿡 쥐여박으며 깜짝 놀래우는 동생이였다.
《너 정말?!》 하고 짜증을 내려던 나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는 동생의 눈빛이 진지했기때문이였다.
지금까지 동생에게서 그런 눈빛은 처음 보았다.
그 눈빛은 9번을 단 운동복차림에 공을 안고 서있는 그림속의 소년과 꼭같았다.
학교의 축구소조원인 동생은 축구밖에 몰랐다. 자면서도 뽈차는 꿈을 꾸는지 이불을 힘껏 차던지군 하여 감기라도 걸릴가봐 어머니는 마음을 놓지 못하군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축구공과 동생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로 지향시키느라 품을 많이 들였다. 그리고 배경은 동생의 푸른 꿈이 그대로 물들여진 하늘로 그려놓았다.
《어때?》 하고 나는 소묘의 진짜주인공에게 물었다. 동생은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나서 다시 그림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제법 어른처럼 도리머리를 치며 《쳇, 아니야.》 하고는 축구공을 옆구리에 끼고 방을 씽하니 나가버리는것이 아닌가.
나는 그만 발끈해졌다.
(흥, 자기라고 인정하기 싫었던게지.)
다음날 아침 미술소조에 가려고 그 그림을 찾던 나는 깜짝 놀랐다.
글쎄 품을 들여 그린 그림에 난데없는 크레용색갈이 물들여진것이 아닌가.
그림속의 소년- 동생의 앞가슴에는 공화국기발이 새겨져있었다. 아마 어제밤 동생이 그림을 보고 또 보고나서 자기가 직접 덧그린것이 틀림없었다.
공화국기발, 순간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공을 든 모습을 생동하게 그리면 사랑하는 동생을 그림에 다 담을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철부지로만 여겼던 그 어린 마음속에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꿈이 자라고있는지 난 왜 알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빛내여주는 사회주의 우리 조국의 고마움을 언제나 가슴에 새겨안고 어서 빨리 커서 더없이 자랑스러운 우리의 공화국기를 세계의 하늘가에 높이 휘날려갈 소중한 꿈을 지닌 동생의 기특한 그 마음을 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가.
- 공화국기발을 그리며(자료사진) -
소묘에 크레용칠이라는것이 미술학적요구에는 맞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의 그림이 정말로 마음에 꼭 들었다.
아마 우리 선생님도 그림을 보시면 만족해하실것이다.
나는 그림의 한쪽귀퉁이에 썼던 내 이름옆에 동생의 이름도 나란히 써놓았다.
기쁜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서는 나의 눈앞에 동생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비껴왔다.
대동강구역 소룡고급중학교 공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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