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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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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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희색이 만면해서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준선은 아버지의 칭찬을 오래간만에 받아본다. 그는 중학교시절에 교원들의 속을 많이 태운 애군이였고 따라서 부모들에게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는 비날론공장에 입직하여 일하면서 사랑을 알았다. 처녀에 대한 사랑보다 먼저 작업반과 공장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원래 눈썰미가 있어 수리작업반에서의 기능급수도 빨리 높아졌고 그가 사랑을 바친만큼 사람들에게서도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는 애군이였던 아들이 공장에 입직하여 생활하면서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것을 대견하게 지켜보았다. 아들이 입당했을 때 비로소 아버지는 칭찬하는 소리를 했었다. 지금 아들은 작업반을 이끌고 개건공사에서 이름을 떨치고있었다. 아들의 작업반이 온 종업원들의 앞장에 서서 나가는것이 기쁘면서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의문스러웠는데 막상 나와보니 알것만 같았다. 아들의 작업반원들은 그야말로 한덩어리였다.
《정말 너희네 반원들이 다 괜찮구나.》 아버지는 다시금 칭찬의 소리를 하였다.
아버지의 말을 듣노라니 준선은 더욱더 자기 작업반원들에 대한 긍지와 정이 북받치는것만 같았다.
이때 박춘섭이 나타났다. 그는 현장을 돌아볼 때면 꼭 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일하는 현장에 들리는것이였다. 그는 준선에 대한 정때문인지 각별하게 작업반일에 관심을 돌리였고 어언간에 반원들과도 친숙해졌다.
《준선의 아버지까지 나오고 온 가족이 나와 지원하는데 어떻게 1등을 양보할수 있겠는가.》 춘섭은 마치 웅변이라도 하듯 격조높이 말하였다.
《준선이, 이악하게 나가야 해. 자넨 지금 기치를 높이 들고나가는 기수인셈이야.》
《무슨 말씀을…》
준선은 춘섭에게 감사의 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준선의 아버지는 강선에서 함께 와서 비날론지구에 뿌리내리는 과정에 가까운 사이가 된 동무의 처조카인 박춘섭, 총명하고 례절이 밝아서 자기가 고와하던 학생이였지만 이제는 높은 간부여서 어렵게 대하지 않을수 없는 그에게 겨우 부탁의 말을 하였다.
《처장어른, 우리 준선이를 잘 이끌어주시우. 혈기는 넘치나 아직 모르는것이 많지요.》
《걱정마십시오. 난 언제든지 준선이와 한편이랍니다.》
춘섭은 호탕하게 웃고나서 팔을 걷어붙이고 준선이 하는 일을 거들어주었다.
김준선의 집에서 지원나온 일을 계기로 작업반원들의 가족들이 매일같이 음식들을 해가지고 현장을 찾아나왔다.
박건일의 안해도 지원물자를 가지고나왔다.
《모두 1등에 혼들이 나갔다지요? 남편들이 혼이 나갔는데 우리 가족들도 함께 혼이 나갈수밖에 없지요.》
몸매가 소녀처럼 자그마하고 귀엽게 생긴 얼굴에 안경을 쓴 건일의 안해는 생긴것과는 딴판으로 목소리가 걸걸했는데 성격이 활달하여 전혀 내우라는것을 모르는듯 너스레를 잘 떨었다.
이 안경쟁이녀의사에게 반하여 미남자인 건일이가 기어코 처녀를 쟁취하리라 굳은 결심을 품고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뻔질나게 처가집 걸음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퍼져있었다. 하여튼 그들부부는 어찌나 다정한지 온 아빠트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한다. 준선은 건일의 안해를 따로 만나 큰소리쳤다.
《아주머니가 의사이면서 남편 관절염 하나 못 고쳐준단 말이요? 우리 박동무 계속 앓게 하면 앞으로 평양견학갈 때 아주머니만 빼놓고 데려가지 않을테요.》
(고작 바라는건 평양견학이 다란 말인가. 얼마나 소박한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건일의 안해는 웃음이 나왔다.
《아이참, 큰소리는… 반장이 날 데려가지 않겠다면 남편도 못 가게 해야지요.》
《아무렴 우리 박동무가 안해가 붙든다고 평양견학을 마다하는 시라소니겠소.》
《안해의 의사를 따르는 남편이 똑똑한 사람이지요.》 그 녀자는 걸걸한 목소리로 자기의 독특한 부부관을 꺼리낌없이 력설하자고들었다.
《반장동지는 제 안해에게 이겨서 무슨 리득을 보았는가요? 내가 주위를 휘둘러보니…》
《됐소, 됐소.》 준선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좌우간 건일동무도 행복한 사람이요. 그건 그렇고… 우리 건일동무 관절염을 고쳐주겠소, 아니면 작업반 사상투쟁모임에 나서겠소?》
준선은 사실 건일의 안해가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침을 놓는다, 뜸을 놓는다 하면서 관절염치료에 극성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너무 안타까와 치료를 당부하는것이였다.
《알아요, 알아요. 내 꼭 남편의 관절염을 고쳐놓겠어요. 작업반 사상투쟁모임에 나서서야 내 체면이 서지 않지요.》 그 녀자는 심각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리정삼의 안해 안지향이도 지원물자를 가지고 나왔는데 단고기장이 특색이 있었다.
《정삼동무네가 최고요. 개를 다 잡다니…》
준선이가 감동된 얼굴로 단고기장이 든 그릇을 들여다보는데 정삼이가 말하였다.
《반장동지, 이 단고기에 깃든 사연을 들어보겠어요? 2년전에 반장동지가 우리 집에 중개 한마리를 끌어다주었지요. 내가 몸이 약하다고 몸보신을 하라고 말이예요. 아마 이에 대해서는 반장동지나 우리 가정을 내놓고는 다들 모를거예요.》
정삼이가 잠시 침묵했는데 지향이가 남편의 말을 이어 계속하였다.
《그때 우리 철수 아버지는 개를 못 잡게 하더군요. 그래서 우린 그 개를 집에서 길렀답니다. 그런데 이번에야 작업반원들모두에게 먹이자고 잡게 하더군요.》
준선은 가슴이 뜨거워져서 숟가락으로 단고기장을 휘저었다. 2년전에 가져다준 개를 이렇게 먹게 될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이거야말로 소설에서나 볼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삼동문 너무 속이 깊어 나로선 헤아리기가 어렵구만.》 하고 준선이 롱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모두들 명백히 알아둘게 있소. 내가 정삼동무에게 주었던 그 개로 말하면 원주인은 우리 성철동무요. 그가 몇년전에 우정의 표시로 내게 강아지새끼를 한마리 주었던거요. 난 그개를 기르다가 정삼동무에게 주었지.》
《아니, 내가 그때 준 강아지가 결국 단고기장이 되여 나에게 다시 돌아왔단 말인가.》 김성철이 껄껄 웃어댔다.
작업반원들은 서로의 동지애를 느끼면서 더욱더 힘을 내여 작업에 달라붙었다. 저장조제작작업에 착수한지 6일째 되는 날 저녁이였다.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은 저장조의 제작을 마감고비에서 다그치고있었다.
이때 전명성의 기계화직장 사람들은 벌써 저장조기본동체제작을 끝내고 운반차에 싣고 떠났다. 그 저장조를 중합직장현장에 날라다 세워놓고 이미 만들어놓은 삿갓을 씌우고 때붙이면 저장조는 완성된다. 그 소식이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의 귀에도 들려왔다.
《이젠 지고말았구나.》 박건일이 한숨을 내쉬였다.
《실망하지 말기요. 맥을 놓지 말고 마지막까지 내밀기요.》
준선은 이렇게 말하였으나 끝내 전명성의 직장에 지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이 몹시도 불안해졌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났다.
사회주의경쟁에 들어서면서 반원들과 함께 다진 그 맹세는 어떻게 되는가. 만약 2등으로 떨어진다면 반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실망할것인가. 내가 조직사업에서 그 무엇을 놓친것은 없었는가.
벌써부터 작업반원들의 얼굴에 구름이 낀것이 눈에 띄게 알리였다. 웃음과 활기가 사라지고 대신 불안과 긴장이 얼굴피부를 당겨놓았고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성가신것이 몸을 조여대는듯 괜히 덤벼치고 허둥거린다.
저것 보라. 애기아버지가 된 후 늘 벙글거리던 원동식의 얼굴도 심각해지지 않았는가. 악의없는 빈정거림을 즐기는 김성철의 입도 굳게 닫기였고 강희선아바이의 엄숙한 훈시도 듣기 힘들다. 안되겠다. 이건 확실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왜 이렇게 긴장들 해졌소? 덤비지 말고 침착하게 작업하기요. 아직 시간이 있소.》 준선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마지막까지 해보기요. 어떻게 승부가 나는가.》
그리고 준선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였다.
집 떠나는 이 오빠의
부탁을 잊지 말고
…
그의 짐짓 태연한 거동이 반원들의 마음을 가라앉히는듯 다시금 얼굴들이 부드럽게 풀려간다. 그들은 준선을 믿었고 그의 의지를 따랐다.
한편 기계화직장사람들이 제작한 저장조를 싣고 달리던 운반차가 구내도로를 달리다가 공중으로 뻗어간 배관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사뽀트에 걸리였다. 높이가 6메터에 달하는 저장조는 반메터길이만큼 더 높아서 사뽀트를 통과할수가 없었다. 전명성은 자기의 이마를 때렸다. 저장조의 높이와 공중배관의 높이를 타산하지 못했던것이다. 그래도 그는 1등을 포기할수 없었다.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자기들이 맡은 저장조제작을 끝내자면 아직 시간이 걸릴것이다. 여기저기 뛰여다니며 20톤급 차기중기를 불러내였다. 차기중기가 와서 저장조를 적재함에서 내리우고 사뽀트밑으로 끌어당기고 다시 올려싣는다. 그렇게 가느라면 다시금 사뽀트라는 장애물이 다가선다. 다시 사뽀트를 극복하는 전투… 이런 역사질을 새벽 3시까지 하다가 지쳐서 기권하였다. 어쨌든 아직 김준선의 작업반보다는 앞섰다고 생각하였다. 전명성은 자기네 사람들은 집에 보내여 쉬고 다음날 일찍 출근하도록 하였다.
그밤을 꼬박 밝히며 김준선작업반원들은 일을 다그쳤다. 그들은 마지막철판을 말구었다. 새 철판이 아니고 자투리들을 많이 무어 한토막을 만들어야 하였다. 그렇게 완성된 저장조웃토막을 권양기를 리용하여 들어올리고 발대목으로 유지하면서 제 위치에 정확히 가져다놓고 고정시키는 작업은 일정한 시간이 걸리였다.
드디여 용접이 시작되였다.
그들이 일구는 용접불꽃이 어두운 밤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있었다.
밤참을 가지고나왔던 송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매혹된 눈길로 밤하늘의 불꽃들을 바라보았다. 반짝거리는 무수한 별들을 무색케 하는, 마치 축포를 상상케 하는 용접불꽃들이였다. 비날론폭포를 불러내는 신기한 불꽃들이기에 아름다울수밖에 없다고 송희는 생각하였다.
그는 누가 청하지도 않았건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잘해. 송희동무 노래가 듣기 좋구만.》 누군가 말하였다.
송희는 저도 모르게 격동되여 계속 노래를 불렀다. 자기의 노래가 반원들의 밤작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면 밤이 새도록 부른대도 보람있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송희의 노래가 이밤처럼 반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흔들어본적은 없었다.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처녀인가.) 하고 준선은 새삼스럽게 생각하였다.
처녀가 남달리 수집음을 잘 타는것이여서 시키지 않는 한 그 잘하는 노래마저 듣기 힘들었는데 이밤엔 스스로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것이였다.
(저런 처녀가 남자와의 사랑에서도 행복해야 하는데… 송희 아버지는 그게 뭐야? 아니, 앞으로 일이 제대로 되겠지.)
송희는 얼마전에 준선에게만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그때부터 준선은 송희에게 은근히 마음이 씌여지는것이였다. 송희가 고민을 안고있으면서도 반원들을 위해 힘껏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면 더욱더 감동이 되였다.
송희는 알고있는 노래가 어찌나 많은지 쉬임없이 부르고 또 부른다. 밤의 투명한 대기속에 그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랑랑하게 울려퍼지였다.
그대가 한그루 나무라며는
이 몸은 아지에 피는 잎사귀
준선의 심장은 더욱 힘차게 고동치고 온몸에 피는 끓어넘친다. 어느덧 감정은 대범해지고 정신은 서서히 숭고한 세계에로 날아오르는것만 같았다.
(누구에게 이기고 지는게 문제가 아니지. 우린 꼭 자랑을 안고 평양에 갈것이다. 금수산기념궁전에 가서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뵈옵고 영생축원의 인사를 드리고나서 이렇게 보고올려야지. 우린 수령님의 사랑이 곳곳에 어려있는 2. 8비날론련합기업소에서 왔습니다, 우린 비날론공장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다시 일떠세우는 전투에서 있는 힘을 다바쳤습니다 하고…)
송희는 또 다른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잊지 못할 가요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였다.
행복의 요람속에 인민을 재우시고
이밤도 사랑의 길 떠나시는 수령님
가슴이 뜨겁게 젖어든 준선은 눈앞이 흐릿해와서 용접면을 벗고 눈굽을 닦았다. 다시 용접불꽃을 날리였다.
(아, 수령님… 수령님의 비날론이 다시 태여나자고 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령을 내리시였습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아침이 되여서야 기계화직장사람들이 저장조를 싣고 나타났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밤사이에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제작이 끝난 동체우에 삿갓을 씌우고 마지막용접불꽃을 날리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은 부랴부랴 자기들이 제작한 저장조를 세우고 삿갓을 씌우는 작업에 달라붙었다. 그들은 김준선의 반원들의 곁에서 용접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김준선의 반원들은 작업을 끝내고 작업장을 정돈하고있었다. 전명성의 입에서 탄식이 터지였다.
(졌구나. 준선이네 작업반에 지고말았다.)
쓰라린 탄식속에서도 차마 믿어지지 않아서 김준선의 작업반이 제작한 저장조에 가서 용접한 부분들을 깐깐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흠잡을데가 하나도 없었다. 용접기술 또한 보통이 아니였다. 감탄과 탄복이 전명성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정말 이 친구들이 불같은 사람들이군.)
그러나 명성은 내색하지 않고 준선을 시까슬렀다.
《이번엔 하늘이 자네들을 도왔다는것을 알아야 해. 그 사뽀트들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하지만 자네 작업반이 시라소니가 아니고 틀림없이 범이라는건 인정하겠어. 범하고야 붙어볼만 하지. 다음번엔 어림도 없소.》
《우리가 범이면 직장장동지넨 사자인가요?》
《글쎄 사자라고 할가? 좌우간 그쯤 된다고 생각하게나.》
김준선은 어렵고 아짜아짜하게 전명성의 직장을 이겼지만 예상했던 벅찬 환희는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저 응당 그렇게 될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자부심을 안고 자기의 작업반원들을 미덥게 돌아보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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