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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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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647회 작성일 23-08-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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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회

제 1 편

22


《이 방송을 듣고계시는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잠시후에 중대방송이 있겠습니다.…》

방송원이 벌써 두번째로 알리고있었다. 기다렸던듯 하늘은 건듯 개이기 시작했다. 시꺼먼 구름장들이 허둥지둥 사라져가자 바람도 잤다. 방금 폭격이 있은 서평양부근에서만 화재의 불길이 치솟고있었다. 적기들은 사라져버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탁의 마이크앞에 앉아계시였다.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는 심정이였다. 지뢰를 안고 적땅크에로 내닫는 병사, 가감변을 틀어잡고 철길우를 달리는 기관사, 전야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녀인들, 의자우에 올라서서 선반을 돌리고있는 소년, 그들 한사람한사람을 눈앞에 보시였다.

먼 적후의 전사들도 그려지시였다. 최현과 박정덕의 사단장병들… 그들은 어데 있을가. 지금도 적들과 치렬한 싸움을 벌리며 오고있는것일가?…

그시각 최현은 소양강기슭에 이르고있었다. 락타등처럼 생긴 산중턱에서 최현은 지도를 들여다보고 무선수를 소리쳐 불렀다. 대답소리는 등뒤에서 울렸다. 적들의 무선기를 로획해온 때부터 사단장의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나어린 병사였다.

《사단장동지, 시작하랍니까?》

벌써 그는 무선기를 벗어내리고있었다. 말없이도 사단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있었다.

《여기선 되지 않을가?…》

최현이 물었다.

《해보겠습니다. 사단장동지!》

최현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다시금 무선수의 가무스레한 가는 손가락들이 재빨리 움직이는것을 지켜보았다.

멀리 문경고개에서부터 매일같이 찾고 또 찾는 최고사령부였다. 그런데 오늘은 틀림없이 련계가 이어질것 같았다. 아무리 출력이 낮은 무선기인들 38°선을 눈앞에 두고있는 이곳에서야 왜 안되겠는가?!…

출렬표시등이 켜지고 조절기가 섬세하게 움직였다. 광대한 공간, 전파음들의 비밀의 세계, 최현은 부지불식간에 숨을 죽이고있었다. 파장을 맞출 때마다 튀여나오는 짧은 전파음, 전건을 두드리는 소리… 어느덧 숨이 막혀 참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됐습니다. 최고사령부가 나왔습니다!》

금시 무선수가 환성을 지르며 뛰쳐일어나는듯 했다. 너무도 아름찬 기대에 가슴이 뻐근해났다.

(장군님께선 지금 어데 계실가. 작전실에서 전선을 지도하고계실가?… 혹시 우리들때문에 근심하고계시지는 않을가?… 장군님! 장군님을 뵙고싶습니다. 장군님이 그리워 목이 타고 가슴이 타는 이 최현입니다. 장군님께 사단의 전투행적을 보고드리고 새 전투명령을 받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장군님!…)

숨쉬듯 껌벅거리는 작은 불빛, 도간도간 튀여나오는 예리한 전파음들, 전건 두드리는 소리… 그때였다. 무선수의 두눈이 번뜩이였다.

《사단장동지!》 레시바를 낀 귀전을 한손으로 감싸쥐고 그는 부르짖었다. 《중앙방송을 잡았습니다. 우리 평양방송을!…》

《뭐?》 최현은 무엇이 가슴을 쥐여박은것처럼 헉 하는 소리부터 내질렀다. 《그래 뭐라구 해? 무슨 소식이 있어?!…》

《예, 잠시후 중대방송이 있겠다고 합니다.》

《중대방송?》

《예, 들어보십시오.》

무선수가 음량을 조절했다. 그 순간 최현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온 방송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잠시후 중대방송이 있겠습니다. 전국의 청취자여러분, 잠시후부터 중대방송이 있겠습니다!…》

별안간 허연 번개불이 눈앞을 스쳐간듯 했다. 최현은 두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숨을 크게 들이긋고 경련이 이는듯 한 얼굴을 홱 돌렸다.

《참모장동무!》 그는 소리쳤다. 《전체 사단을 여기 모이게 하시오. 빨리, 시간이 없소!》

무선수가 걱정했다. 출력이 낮은 로획한 이 무선기로서는… 하는 말을 중얼거렸다. 한 50명만 둘러앉아도 다 듣기 어려울것이라는것이였다. 최현이 그의 머리를 두들겼다.

《걱정말라구. 천명 만명도 다 들을수 있어!…》

구령을 받은 부대들이 달려왔다. 서로 덮씌우듯 비좁게 들어앉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또 방송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이 방송을 듣고계시는 전국의 청취자여러분, 지금부터 경애하는 김일성장군께서 전체 조선인민에게 보내는 방송연설을 하시겠습니다.》

최현은 사레들린것처럼 흐느낌소리를 내질렀다. 뒤미처 누군가 입속말처럼 부르짖었다.

《장군님께서 연설하신다!-》

그러자 그 소리는 골안의 전체 장병들의 가슴에 파문지어갔다. 헝클어진 호흡, 피가 멎고 숨결이 멎고 심장의 고동조차 멎는듯 했다.

아득한 침묵의 공간이 열렸다. 고조되던 음악도 사라지고… 홀연 가슴을 압박하는듯 한 적막이 있은 후 장군님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힘차게 울려나왔다.


《친애하는 동포들!

형제자매들!

영웅적인민군장병들!

용감한 남녀발찌산들!

미국강도놈들은 우리 조국을 자기들의 식민지로 만들며 우리 3천만인민을 자기들의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을 계속하고있습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그동안 커다란 타격을 받고 막대한 병력을 손실당하였으나 태평양지역에 있는 자기의 무력을 총동원하여 대공세를 취하였습니다.

우리 인민군대는 전투를 계속하면서 부득이 전략적인 후퇴를 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전선은 엄중한 형편에 처하여있습니다. 우리 조국앞에는 커다란 위험이 닥쳐왔습니다…》

최현은 주먹으로 눈언저리를 씻었다.

《장군님!》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이 최현이 지금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있습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이 가슴에… 죄다 새겨넣고있습니다!…》

눈굽이 쩌릿쩌릿 저려났다. 가슴속에서 밀물처럼 북받쳐오르는것이 있었다.

장군님의 연설이 계속되였다.

《영웅적인민군대의 노도와 같은 진격앞에 미제침략군대는 패전에 패전을 거듭하였으며 마침내 우리 조국강토에서 완전히 격멸될 위기에 부닥치게 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미제국주의자들은 어떠한 희생을 당하더라도 여지없이 추락된 자기들의 위신을 만회하며 조선에 대한 침략목적을 기어이 달성하여보려고 태평양방면의 륙해공군과 지중해함대의 일부 그리고 예비로 두었던 군함들까지 총동원하여 발악적인 공세를 감행하여왔습니다.…



력사가 보여주는바와 같이 자기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인민들의 위대한 투쟁은 평탄한 길을 걷는것이 아닙니다. 이 투쟁과정에는 성과도 있으며 일시적인 실패도 있을수 있습니다.



멸망의 운명을 지닌 제국주의는 력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보려고 온갖 발악을 다합니다. 제국주의는 로씨야에서 이것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제국주의는 중국에서 이것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제국주의는 조선인민을 노예화하려는 시도를 감행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강도 미제국주의의 침략계획은 반드시 참패를 당하고야말것입니다.



조국과 인민의 해방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 바칠 결의에 충만되여있으며 자기 위업의 정당성을 확신하고있는 조선인민은 그 어떤 난관과 준엄한 시련도 용감하게 이겨내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하고야말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승리할수 있는 온갖 조건들이 다 마련되여있습니다.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것입니다.》

《장군님!-》

최현은 또 속으로 목메여 부르짖었다. 웬일인지 온몸의 근육이 아프게 죄여들었다. 살이 떨렸다. 그 어떤 작렬하는 섬광이 눈을 때린것 같았다. 장군님! 장군님의 말씀을 들으니 힘이 부쩍부쩍 솟습니다. 심장에서 피가 솟구치고 불이 황황 입니다!… 그는 연신 주먹으로 눈굽을 닦아냈다.

계속하여 장군님께서는 종국적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과업을 밝히시였다.

《인민군장병들은 조국의 촌토를 사수하며 우리의 도시와 농촌을 수호하기 위하여 마지막 피한방울까지 바쳐 용감하게 싸워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부모형제들을 살해한 미제침략자들과 리승만역도를 천백배로 복수하며 우리가 쟁취한 민주개혁의 성과를 고수하여야 하겠습니다.

전체 인민들은 적의 후방을 교란하며 부득이 퇴각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에는 모든 물자와 철도운수수단을 옮겨 한대의 기관차, 한대의 차량, 한알의 쌀도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적 강점지역들에서는 빨찌산투쟁을 광범히 전개하여 적의 지휘부를 불의에 습격소탕하며 도처에서 도로, 교량과 같은 적의 보급선을 끊으며 전신, 전화 시설같은 통신수단을 파괴하며 적의 창고와 군수물자들에 불을 질러야 하겠습니다…》

이어 장군님께서는 후방의 로동자들, 농민들에게 나서는 과업들을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고 다음과 같이 연설을 마치시였다.

《오늘 우리앞에 나선 가장 중요한 과업은 조국의 촌토를 피로써 사수하며 적에게 새로운 결정적타격을 주기 위하여 모든 력량을 준비하는데 있습니다. 우리는 외국무력간섭자들과 리승만도당을 우리 강토에서 단꺼번에 그리고 영원히 소탕하여야 하겠습니다.

전체 조선인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기치, 승리의 기치를 높이 들라!

영웅적조선인민군에게 영광이 있으라!

조국의 자유와 독립과 영예를 위하여 미제침략자들을 반대하는 투쟁에 궐기한 영웅적조선인민 만세!》

연설이 끝나자 최현은 벌떡 일어났다. 구령을 받은것처럼 전 사단이 욱-일어섰다. 세찬 파도소리같이 퍼져가는 그 움직임의 음향, 불시로 누군가 《만세!-》하고 목메여 부르짖었다. 그러자 다들 걷잡을길 없는 흥분에 몸을 떨며 두팔을 번쩍 쳐들었다.

김일성장군 만세!-》

《만세!-》

《만세!-》

최현의 주먹아래 나어린 무선수의 작고 가무스레한 주먹이 솟구쳐올랐다. 붕대로 감긴 팔뚝, 불타고 찢겨진 팔소매, 눈물에 얼룩이 진 주먹들이였다. 만세를 웨치고는 서로들 마구 붙안았다.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부글부글했다. 다시 찾은 삶과 희망, 서로 얼싸안고 목터지게 부르짖고 정신없이 울기도 한다.

…이날 최현은 전사단장병들이 해여진 옷을 깁고 목달개를 갈며 바지주름까지 잡고 대렬검열에 나서게 했다. 오래동안 잊혀져있던 사단군악대도 준비되였다. 모두 명절처럼 차렸다. 그리하여 2시간후에는 언틀먼틀한 숲속공지에서 부대별 분렬행진이 진행되였다. 사단장 최현이 앞에 나서서 대렬경례를 받았다. 그는 대렬이 지날 때마다 소리높이 웨쳤다.

《동무들의 전투성과를 축하합니다.》

《조국을 위하여 복무함!》

전투원들이 목터지게 합창했다. 그리고는 곧 《만세!-》하는 호창을 위엄차게 뽑았다. 그들의 발걸음을 사단군악대가 연주하는 《유격대행진곡》의 힘찬 선률이 받들어주었다.

그길로 최현은 부대들을 양양해방전투에 진입시켰다.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불의적이고 드센것이였던지 양양의 적들은 일거에 섬멸되였고 동해연선을 따라 기동하던 괴뢰군1군단의 후속부대들마저 사방 흩어져버렸다.

양양해방전투가 끝나자 최현은 방향을 바꾸어 린제쪽으로 부대를 북상시켰다. 보다 큰 섬멸적인 공격계획이 최현의 머리속에서 무르익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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