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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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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606회 작성일 23-09-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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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 회

제 2 편

29


《〈크리스마스총공세〉는 불행한 공세였소.》하고 트루맨은 정기적인 기자회견에 나가기 전에 로스보도관을 보고 말하였다. 《오늘 나는 기자회견에서 그것을 명백히 말해주자고 결심했소. 왜냐하면 이건 다 저 동방의 늙다리장군이 저지른 엄중한 과오이기때문이요.》

이어 기자회견에 나간 트루맨은 수십번도 더 검토해본 성명서를 읽었다.

《지금 세계는 엄중한 위기에 직면하고있다. 최근의 조선정세로 인하여 우리의 자유세계는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되였다. 인류의 념원은 유린되고 좌절되고있다.》 트루맨이 랑독한 그 성명문은 처음부터 페허에 대한 극적묘사와도 같이 장엄하게 울리였다. 《…최근 사태는 북조선에 있는 유엔군이 매우 조직적이며 강력한 공격에 직면하였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 유엔군의 형세가 결정적으로 불리하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패배한채로 전쟁을 중지하지는 않을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유엔군은 조선에서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공산주의 적색병은 일소될것이다!…》

성명서랑독이 끝나자 기자들이 질문을 제기하였다.

《대통령각하! 우리는 조선전쟁의 현실태에 비추어 대통령이 어떤 구체적인 대책을 취할 의향인가 하는것을 알고싶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기 필요한 수단이라면 그 무엇도 가리지 않았소. 조선전쟁에 대해서도 합중국정부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어떠한 수단도 취할 용의가 있소.》

《그 필요한 수단가운데 어떤 무기들이 포함되는가요?》

《우리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무기의 사용이 포함되오.》

그러자 기자석에서 소요가 일어났다.

화독에 물을 퍼부은것처럼 폭발적으로 뛰쳐일어난 기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어댔다. 개중에는 의자를 걷어차고 퇴장해버리는 기자들도 있었다. 《워싱톤포스터》지의 한 기자가 소음을 짓누르며 큰소리로 말했다.

《대통령각하! 당신은 보유하고있는 모든 무기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원자폭탄의 사용을 선언하는것이 아닌가요?》

《원자폭탄!》하고 트루맨은 부지중 그때 등골로 줄달음치는 전률을 느끼며 그 말을 되받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을 던진이래 세계력사상 가장 끔찍한 희세의 살륙자라는 비참한 《영광》을 얻은 그였다. 그러나 곧 몸을 떨고나서 으름장을 놓듯이 말했다. 《원자폭탄- 그것은 무서운 무기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것을 나의 손에 쥐여준 이상 나는 주저함이 없이 선언하는바요. 〈원자폭탄은 필요한 때 사용된다!〉》

트루맨의 이 발언은 즉시 전세계에 보도되여 각국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미국이 조선전쟁을 확대하여 새 세계대전까지도 결의한것으로 해석되였던것이다. 격렬한 론의가 거듭되는 가운데 영국수상 애틀리는 야당지도자이며 세계정치무대에서 저명한 활동가로 공인된 이전수상 쳐칠까지 대동하고 워싱톤으로 날아왔다.

그리하여 12월 4일 트루맨대통령의 전용요트 《윌리암 스퍼크》호에서 미영수뇌자회담이 열렸다. 미국측에서는 트루맨과 국무장관 애치슨, 브래드리 합동참모 본부의장, 마샬국방장관이 참가하고 영국측에서는 애틀리수상, 베윈외무상, 쳐칠이 참가했다.

광범한 문제들이 론의되였다.

여기에서 트루맨이 관심한것은 조선전쟁에 대한 서유럽나라들의 적극적인 지지였다. 다음 일본과의 단독강화조약타결, 그후의 일본의 군사경제적잠재력을 공개적으로 리용하는것이였다. 미국내에서는 《국가긴급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륙군무력을 대대적으로 늘일데 대해 론의했다.

영국수상 애틀리는 기본적으로 트루맨의 립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우리도 적극 싸울것입니다.》하고 그는 대륙과의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변함없이 충실한 동맹국으로 있을것을 약속했다. 《우리모두는 제3차세계대전에 대처할 대책을 사전에 세워야 합니다. 그러되 그 모든것은 조선전선에서의 사태발전이 결정할것이라는것을 잊지 않는것입니다. 그런즉 대통령각하, 우리는 조선전선에서 유엔군이 결정적인 우세를 이룩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담당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이전수상 쳐칠은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시간적여유를 얻는것이 급선무라고 하면서 교전대방에 즉시적인 정전을 제기하도록 권고했다.

《왜냐하면.》하고 로회한 책략가인 그는 력설했다. 《군사적으로 볼 때 될수록 빨리 정전이 이루어지면 유엔군은 위기를 수습할수 있을뿐아니라 대륙을 공격하려는 최종적인 목적도 달성할수 있기때문입니다.》

트루맨은 쳐칠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북조선측에 정전을 제기할데 대한 권고만은 생각해보겠다고 하였다.

그때로부터 전쟁확대를 위한 군비확장, 추종국가군대들의 증파, 《조선정전3인위원회》의 조작 등으로 트루맨은 분주탕을 피웠다. 그러나 여전히 트루맨을 난처하게 한것은 조선전쟁에서 실패한 책임을 지고 트루맨과 애치슨이 사직할것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집요한 공격이였다. 특히 조선전선의 맥아더가 날뛰였다. 《뉴욕타임스》지와 《뉴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드》지 등에 미군이 조선반도의 작전에서 부당한 제한을 받았다고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발표하였으며 유피통신사 사장 베이리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트루맨은 분노했다. 국방성, 국무성, 합동참모본부 간부회의를 소집한 트루맨은 대뜸 맥아더의 해임문제를 제기하였다.

《지금 맥아더는 실패의 책임을 워싱톤에 넘겨씌우려고 갖은 술책을 다하고있소. 물론 그런것쯤 참을수 있소. 우선 우리는 승리하여야 하오. 그러므로 나는 무능력하고 도발적이며 철면피한 현지사령관을 보다 능력이 있고 적극적인 사령관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이요.》

잠시 무거운 침묵이 있은 후 국방장관 마샬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럼 대통령각하는 누가 그를 대신할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브래드리대장이요!》 트루맨의 확신에 넘친 대답이였다. 《나는 벌써 합동참모본부의장 브래드리대장을 추천하기로 결심했소.》

브래드리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각하! 신임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원수는 많은 업적과 명성으로 미국국민의 기억에 새겨져있습니다. 만약 그를 해임한다면 미국을 둘로 갈라놓는 대론쟁이 벌어질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샬국방장관이 머리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원수를 해임하면 각하는 대통령임기중 가장 치렬한 싸움을 각오하여야 할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오?》

《예. 또한 그를 해임하면 군사예산의 국회통과가 어려워질수도 있다는것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트루맨은 미간을 잔뜩 찌프렸다. 구원을 바라는 심정으로 애치슨을 넘겨다보았다.

《당신은 왜 침묵을 지키고있소?》

《각하!》하고 애치슨이 소심하게 말했다. 《저는 이 문제를 륙군참모총장 콜린즈대장이나 합동참모본부의 전체 성원들과도 협의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트루맨은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콜린즈대장이나 합동참모본부의 성원들 대다수는 맥아더의 옛 부하들이다.

《좋소.》 끓어오르는 격분을 누르며 그는 말했다. 《당분간 이 문제를 보류하기로 합시다. 당신들의 의견을 참작해보겠소.》

하지만 트루맨은 마음속으로 기어이 맥아더를 《영웅》의 기념탑우에서 끌어내려 시궁창에 처박고말리라는 굳은 결심을 다지고있었다.


12월 11일 오전 11시경, 림진강일대에서 미 제9군단이 섬멸당하고있을 때 맥아더는 자기의 전용비행기 《스캪》호로 하네다비행장을 떠나 련포비행장에서 알몬드소장과 만났다.

낡은 빠넬식 조립건물주위에 철갑모를 쓴 호위병들이 울바자처럼 둘러서있었다.

맥아더는 알몬드가 안내하는 목조건물로 들어갔다. 조그마한 석유난로가 방안을 덥히고있었다.

《일이 어떻게 돼가오?》

맥아더는 접이식쇠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각하, 해병대의 손실이 큽니다. l해병사단 2만 3 215명중 전사자와 전상자 약 3 918명, 동상 등 전투이외의 부상자 7 313명으로서 병력의 절반이상에 이르고있습니다.》

맥아더는 석유난로에 손을 쪼이며 묵묵히 앉아있었다.

잠시후 1해병사단의 탈출형편을 물었다. 알몬드는 현재 해병대의 마지막후위에 있던 땅크 약 40대와 정찰중대가 고토리를 떠난 후 진흥리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여기서부터는 화물자동차와 렬차를 리용하여 해안도시 흥남으로 빠질수 있다고 했다.

《해병소장은 지금 어디에 있소?》

《묘지에 가있을것입니다. 그렇게 련락을 받았습니다.》

《묘지?》

《예, 전사한 해병대원들이 도처에 매장됐는데 소장은 매장위치들을 다 지도에 장악하는 한편 자기가 직접 묘지들을 찾아 묵상하겠다고 했습니다.》

《…》

맥아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알몬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당신을 축하해야겠소. 장군! 해병대가 손실은 크지만 지옥에서 빠져나온것은 당신의 생일에 대한 더없이 귀중한 선물이요.》

알몬드소장은 어쩔바를 몰라했다. 바로 래일 12월 12일은 알몬드가 59살이 되는 생일날이다. 하지만 비참한 패배의 운명에 놓인 지금 생일에 대한 선물이요 축하요 하는 말들이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각하.》 알몬드가 말했다. 《각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것이 제2의 바탄반도의 비극이 되지는 않겠습니까?》

별안간 맥아더의 수척해진 얼굴에 그늘이 비꼈다. 그는 맥없이 중얼거렸다.

《나갑시다. 비좁은 방안에 들어앉으니 우리에 갇힌것 같은 느낌이요.》

비행장은 황량했다. 칼바람이 회초리처럼 얼굴을 후려쳤다. 흰눈에 덮인 먼산 봉우리너머에서 웅근 포성들이 울려왔다. 맥아더는 알몬드의 팔을 끼고 호위병들의 귀에 미치지 않을가 저어하듯 아주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당신도 콜린즈대장을 만나서 알겠지만 지금 워싱톤에서는 조선전쟁에 대한 두가지 가상을 예견하고있소. 그 하나는 공산군측에 정전을 제기하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군이 지난 여름처럼 부산교두보에 밀려가 롱성을 하는 경우인데… 그런 최악의 경우엔 원자폭탄의 사용을 결심하게 될것이요.》

여기서 그는 말을 끊었다. 비행기있는데로 알몬드를 이끌어가다가 갑자기 멎어섰다.

《아니, 우린 승리해야 하오. 지금 당장 원자폭탄을 던져서라도 다시 압록강으로 진격할 가능성을 얻어야 하오.》

《각하!》

알몬드가 신음소리를 삼켰다.

《각하자신이 얼마전에 원자폭탄의 사용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 조선전쟁에는 전선의 륜곽이 없고 적아가 뒤섞여있어서 원자폭탄도 쓸모없이 되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맥아더는 두손으로 귀를 틀어쥐였다. 혹한이 그를 괴롭혔다. 활주로를 휩쓸어가는 눈바람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웠다.

《그랬지. 그렇게 말한 일이 있소.》 맥아더는 또 침울하게 이마를 찌프렸다. 《빌어먹을 전쟁이요. 운명이 나를 배반했소!》

그때 맥아더는 이제 자기가 몇달후 전쟁실패의 책임을 지고 철직되여 본국으로 소환되여가는 날 비행장에서 다시 이 말을 하게 되리라는것을 알지 못했다.

그날 맥아더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선전선의 하늘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저기가 조선이지… 내가 평생에 이룩해놓은 모든것을 짓밟아버리고 나의 운명을 끝내 시궁창에 처박은 조선!…)

바람이 불면서 늙고 지치고 쓰라린 울분으로 하여 마음마저 병든 맥아더로 하여금 부지불식간에 온몸을 부르르 떨게 했다.

《아, 운명은 나를 배반했소!》

이 부르짖음에 그의 후임으로 온 릿지웨이가 열심히 위안하는 말을 했다. 그러나 맥아더는 진물이 고인 우묵한 눈으로 점도록 음산한 하늘가를 보고있을뿐이였다.

《아니요. 나를 위안해줄 필요는 없소. 나는 패배했소. 우리는 다 비참한 패배를 당했소. 명심해두오. 북조선의 최고사령관은 비범한 예지를 가진 걸출한 명장이요!》

맥아더는 배웅나온 사람들 모두에게 손을 들어 대충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자기의 이전 전용기 《바탄》호로 힘들게 올라갔다. 사다리가 물러갈 때 마지막으로 또 한번 자기를 비참한 운명에로 차버린 조선을 향해 그 무서운 인민이 사는 나라쪽으로 흐릿한 눈길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수개월후에 있게 될 일이다.

맥아더는 점점이 널린 흰눈을 밟으며 전용비행기 《스캪》호로 걸어갔다. 알몬드 혼자서 그를 바래주었다. 전례가 없는, 기자들앞에서의 호화로운 성명도 없는 외로운 행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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