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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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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309회 작성일 23-07-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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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 회)

제 4 장

2

(1)


비날론생산공정개건에 필요한 자재확보를 위해 국가적으로 서해안의 한 단위에서 탑, 설비, 장치물들을 2.8비날론련합기업소가 받아오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100여명의 로동자들이 서해안에 가서 탑, 설비, 장치물들을 실어오는 전투를 벌렸다.

주승혁은 설비와 장치물들을 선정하는 일을 봐달라는 기업소개건지휘부의 부탁을 받고 해당 단위에 가서 사업하였다.

그해 4월말 서해안에서 탑, 설비, 장치물들을 실은 첫 화물렬차가 동해안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향해 달리였다. 렬차에는 물자를 호송하는 몇명의 로동자들이 탔는데 그들속에 주승혁이도 끼여있었다. 그는 한달동안에 자기 사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이번에 주아바이가 큰일을 했어요.》 주승혁의 곁에 앉은 젊은 청년이 담배를 권하였다. 《아바이가 아니면 어느 설비가 어떻고 또 어떤 장치물이 필요한지 알 사람이 없지요.》

《정말 맞아요.》 또 다른 청년이 맞장구를 친다.

《녀석들, 날 그만 올리추려무나. 이젠 넌덜머리가 난다.》 승혁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웃었다. 《난 좀 눈을 붙여야겠다.》

승혁은 모포를 깐 바닥에 드러누웠다. 화물렬차의 한칸을 호송인원들이 생활하기 편리하게 꾸려놓았다. 승혁이가 눈을 감자 청년들은 저들끼리 이야기를 계속한다.

《지도소조책임자동지 정말 괜찮은분이지. 중앙에서 일을 보던분이 확실히 다르거던.》

《우리 로동자들과 꼭같이 자고 생활하면서 불러일으키니 감동되더라.》

로동자들의 말을 듣노라니 리영복의 인간됨에 대한 좋은 표상들이 승혁의 머리속에도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지도소조책임자 리영복이 이번에 설비운반작업에 동원된 로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솔선 후방사업도 맡아하였고 그들을 위훈에로 고무하였다. 하여 로동자들은 몇달이 걸려야 할 작업량을 한달동안에 해제낄수가 있었다.

리영복소조책임자는 주승혁에게도 각별하게 친절을 보였었다. 영복소조책임자의 눈빛과 말투를 보면 어쩐지 자기에 대해 잘 알고있는것만 같았다. 아마 책임일군들에게서 무슨 소리를 들은 모양이라고 승혁은 짐작하였다.

그는 떠나기 전에 소조책임자를 현장에서 만났다. 그때 리영복소조책임자는 한창 탑해체작업을 진행하고있는 75톤급차기중기의 작업모습을 바라보다가 승혁에게 친근한 웃음을 지어보이였다.

《렬차행군이 힘들텐데 일없겠습니까? 하긴 빨리 들어가야 한다니까 더 만류하지는 않겠습니다. 도중식사랑 잘 준비해가지고 가야 합니다. 아바이가 앓기라도 하면 큰일이지요. 비날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쓰러질 권리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사실 난 뭐 그렇게 앓는 체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놓입니다.》 소조책임자는 머리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난듯 물었다. 《참, 내 한가지 묻자던게 있었는데 저 75톤급차기중기 말입니다.》

소조책임자는 하늘공중으로 팔을 길게 뻗친 거대한 차기중기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2.8비날론련합기업소에서 설비, 장치물들을 조립할 때 저런 중기계가 있으면 참 편리하지 않겠습니까? 암만 봐도 저 차기중기가 마음에 들거던요.》

《거야 물론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저걸 우리에게 보내주겠습니까. 털어놓고 말해 저런 차기중기가 있으면 몇달동안에 조립작업을 해낼수 있을것이고… 연공들이 발대를 세우고 활차나 수동권양기 같은 기재들을 리용하여 높은 탑들을 조립한다면 장군님께서 정해주신 기일안에 개건공사를 해낸다는것이 좀…》

승혁은 갑자기 입술을 깨물었다.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을 차마 입밖에 낼수가 없었던것이다. 혹시 자기를 신념이 부족한 인간으로 생각할가봐 두려웠다. 지금 비날론공장도 포함한 온 나라의 전투장들에 《불가능》이라는 단어처럼 사람들의 혐오감과 격분을 자아내는 말은 드물것이다. 《조선말사전》에서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빼버려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 않는가.

승혁은 끙끙 갑자르다가 끝내 그 말을 하고야말았다.

《예, 그렇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난 생각합니다.》

그 말을 하고나니 등허리로 식은땀이 흐르는것만 같았다.

리영복소조책임자의 입에서 당장에 거칠고 무서운 욕설이 터져나올것이다. 혹은 《내 아바이를 잘못 보았구만.》 하고 로골적으로 환멸감을 터놓을는지도 모른다. 승혁은 우정 소조책임자를 외면하고 차기중기를 바라보았다.

(까짓거, 맘대로 생각하라지. 난 비날론을 뽑아내는 그 시각을 앞당기기 위해 할 말은 해야겠다.)

승혁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리영복소조책임자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주승혁아바이.》

그런데 그 말이 너무나 따뜻하게 울리고있어 승혁은 눈길을 돌려 영복을 보았다.

《솔직하게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내 주승혁아바이에 대해 헛보지 않았군요.》

승혁은 어리둥절했다가 게면쩍게 말하였다.

《난 그저… 저런 차기중기가 있었으면 좋겠길래 무엄한 말을 막 했습니다. 사실 우리 공장 로동계급이 달라붙으면야 무슨 불가능할것이 있겠으랴만 …》

《됐습니다. 내 아바이의 심정을 다 리해합니다.》

승혁은 고마움을 사무치게 느끼며 리영복소조책임자와 헤여졌다.

(참으로 리해력이 깊은 일군이다. 저런 일군이 지도소조책임자로 내려온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렬차안의 로동자들은 자기들의 말을 계속하고있었다.

《이번에 정말 본때있게 일했어. 우리가 전투를 하는 광경을 보고 거기 사람들이 몽땅 혀를 내둘렀지.》

《난 그들이 2.8사람들이 확실히 다르다고 하는 소릴 들었어.》

《뭐니뭐니해도 이번에 잘 먹었단 말이야. 동원다니던중 이번처럼 배를 두드려보기는 첨이야.》

《지도소조책임자동지가 후방사업에 관심을 돌렸기때문이 아닌가.》

주승혁은 어느덧 이제 공장에 돌아가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고있었다. 당면하게 합성직장에서는 초산비닐생산공정의 설비보수를 다그치는것과 함께 잔사처리공정을 살려야 한다. 잔사처리공정이란 초산비닐정류공정에서 성분별로 갈라낸 물질들을 다시한번 처리하여 회수리용하도록 하는 공정을 말한다.

잔사처리공정과 관련하여 주승혁에게는 이미전에 하나의 착상이 떠올랐었다. 그것은 이 잔사처리공정을 이미 위치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복구하기보다는 현재 비여있는 합성직장의 빈공간에 옮겨놓는다는것이였다. 그렇게 하면 외부에 따로 위치한 공정에로 늘이게 되는 배관을 절약하고 사뽀트를 세우지 않아도 될것이며 중요하게는 합성직장건물의 단위면적당 리용률, 생산설비들의 리용률도 높이고 공정의 콤퓨터화도 쉽게 실현할수 있을것이였다.

화물렬차가 도착하자 승혁은 곧장 기업소로 들어갔다.

방송선전차에서 울려나오는 녀성방송원의 힘있는 목소리가 그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선의 로동계급이 새로운 혁명적대고조를 일으킬데 대하여 전국의 로동계급에게 호소하였는데 2.8의 로동계급도 그에 적극 호응하여야 한다고 교시하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강선의 로동계급이 장훈을 불렀으니 2.8의 로동계급은 빅장을 불러야 한다고, 서해지구에서는 강선의 로동계급이 소리를 치며 내달리고 동해지구에서는 2.8로동계급이 소리치며 내달려야 한다고 기대와 확신을 표시하시였습니다.

동지들!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의 믿음과 사랑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강성국가의 대문을 하루빨리 열어제끼기 위한 올해 총진군의 앞장에서 힘차게 달려나가야 합니다.…》

승혁은 저도 모르게 격동되여 걸음을 다그쳤다.

잠시후 방송원이 하는 말이 승혁의 걸음을 멈칫하게 했다.

《설계실의 설계원 강혜경동무가 쓴 서정시를 랑송해드리겠습니다. 〈희망찬 래일이 우리를 부른다〉…》

(응? 강혜경이가 시도 쓰는가?)

승혁에게 있어서 그것은 또 하나의 놀랄만 한 발견이였다. 승혁이가 탄복하여마지않는 강혜경의 인간됨이라는 한폭의 아름다운 비단에 수놓아진 또 한송이의 크고 고운 꽃을 보는것만 같았다.

방송원이 시를 랑송하고있었다.


비날론지구를 흔들며

온 나라를 격동케 하며

백두의 번개가 쳤다

우리 빨리 그에 화답을 하자

비날론폭포로 화답을 하자


(강혜경이가 보통처녀가 아니야. 정말 신통한 시구절로 가슴을 울리는군.)

승혁은 혜경이와 같은 청년들이 많아야 하며 그들을 아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깊이하게 되였다.

(과연 리상적인 처녀야, 그렇구말구. 저런 청년들이 지금 비날론공장을 떠받들고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최성복이도 이제 강혜경이만큼 튼튼하고 억세게 자랄거야.)

《혜경아.》 하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였다. 《꺾이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줄기차게, 힘차게… 나는 너의 앞날을 축복하고싶다.》

승혁은 힘이 나서 씨엉씨엉 걸음을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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