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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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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571회 작성일 23-05-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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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제 1 장

5

(2)


그 시각 공업기술연구소 초급당비서의 방에 두사람이 마주앉아있었다. 한사람은 주승혁이였고 그와 엇비슷한 나이의 다른 사람은 초급당비서였다.

《비서동무, 과연 비날론이 전망이 없는거요?》

주승혁은 당비서에게 자기의 괴로움과 울분을 토로하고있었다.

좀전에 합성실의 한 연구사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비날론연구소가 조만간에 없어지게 된다고 말을 하는 바람에 삽시에 실의 분위기가 침울해졌었다. 그 말의 신빙성은 둘째치고라도 어쨌든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나는감을 느끼고있던 그들인지라 받아안게 되는 감정들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마지막희망까지 버려야 한단 말이요?》

누군가 격하여 이렇게 말하자 꺼지는듯 한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여나왔다.

주승혁은 물론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비날론연구소가 없어지게 된다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치밀어오르는 원통한 감정을 어찌할수가 없어 당비서를 찾아온것이였다.

《다 뜬소문입니다. 난 처음 듣는데요.》

초급당비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지만 어쩐지 그의 목소리에서도 서글픔이 느껴지는것이였다.

그들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지금 한창 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시면서 비날론공업을 되살릴데 대하여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고계시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자신의 현지지도에 대해 떠들지 말데 대해 지시하시였기때문에 기업소의 책임일군들만이 그이를 맞이하고 동행하고있었다.

게다가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대단히 큰 부지에 전개되여있었다. 비날론생산계통의 직장들이 차지하고있는 지구와 가성소다직장과 염화비닐직장과 같은 화학공업기지들이 위치하고있는 지구는 일정하게 떨어져있었다. 공업기술연구소도 비날론생산지구에 자리잡고있었기에 장군님의 현지지도에 대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장군님께서 기업소를 현지지도하고계신다는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가성소다직장과 염화비닐직장을 향해 달려가고있었다.

공업기술연구소 초급당비서의 방문이 벌컥 열리는 바람에 주승혁은 깜짝 놀랐다.

《비서동지, 아직 모르고있습니까.》 한사람이 기웃이 들여다보면서 숨이 찬 소리를 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지금 가성소다직장과 염화비닐직장을 돌아보고계십니다.》

《그게 정말이요?》

초급당비서가 놀란 소리를 지르는데 그 사람은 어느새 사라지고 복도에서는 다급한 발자국소리들이 울려오고있었다.

주승혁의 가슴을 열어헤치며 감격의 세찬 물결이 휩쓸어들었다. 심장이 쿵쿵 흉벽을 울리였다.

(아니, 우리 장군님께서 찾아오시다니. 과연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왔단 말인가.)

승혁은 허둥지둥 공업기술연구소건물을 나서서 달리였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아래쪽의 화학공업지구에로 흘러가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오셨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환호성을 터뜨리면서 장군님을 찾아 달리고있었다.

주승혁이 가성소다직장쪽에 이르니 거기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설레이고있었다. 정준학지배인이 가성소다생산건물 지령실로 오르는 야외계단의 2층에 올라서서 모여든 종업원들에게 무엇이라고 웨치고있었다.

승혁은 장군님께서 이미 현지지도를 끝마치고 떠나가시였다는것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미전부터 와있던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장군님께서 정말 우리 공장에 오셨댔소?》

여러 사람들의 대답소리가 겨끔내기로 들려왔다.

《아니, 그것도 모르고 달려왔소?》

《떠나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오.》

《가만, 좀 조용하오. 지배인동지가 하는 말을 들어보기요.》

《자, 조용합시다.》

승혁이 귀를 강구었으나 지배인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가늠되지 않았다.

《…이렇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주위의 소음속에 그의 목소리가 묻히고있었다.

정준학지배인의 곁에는 신명욱책임비서가 서있었는데 그는 아직도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던 그 흥분과 격동상태에서 깨여나지 못한듯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가 달려간 도로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사실 신명욱책임비서에게는 삼복철의 무더위에 목깃이 축축하니 젖어있던 장군님의 모습이 그냥 안겨오는것이였다. 하여 그는 장군님의 현지지도에 대한 연설은 지배인에게 아예 맡겨버리고말았다.

정준학지배인은 더 크게 말해달라는 군중의 요구에 난처한 표정을 짓고있는데 누군가 휴대용확성기를 들고 계단을 달려올라갔다. 이윽고 마이크를 통해 증폭된 지배인의 목소리가 승혁에게 정확히 들려왔다.

《…장군님께서는 비날론은 어버이수령님의 인민에 대한 사랑이 깃든 섬유이며 민족의 자랑이라고 하시면서 하루빨리 우리 기업소에서 비날론을 뽑아야 한다고 교시하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우선 비날론중간체공정들을 현대적으로 개건하자고 하시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다 풀어주겠다고 하시였습니다.》

승혁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고있었다. 그는 가슴이 후련하도록 만세를 부르고싶었으나 흐느낌때문에 시원하게 목소리가 터쳐지지 않는것이 안타까왔다.

문득 누군가 그를 그러안았다.

《승혁동무, 이젠 우리 비날론공장이 살았소.》

승혁이 쳐다보니 그는 방금전에 함께 비날론의 운명을 놓고 절통한 심정을 나누던 그 사람, 바로 공업기술연구소 초급당비서였다. 승혁은 그의 어깨를 치면서 부르짖었다.

《살지 않구, 언젠 우리가 죽었댔소. 장군님께서 계시는데 우리가 왜 죽는단 말이요.》

여기저기서 숱한 사람들이 울고웃으며 그러안고 돌아갔다. 소박하고 강의한, 그러면서도 고뇌를 숨길수가 없어 때없이 어두워지던 그들의 얼굴에는 깊이 감추고있던 자부심과 긍지가 두드러지게 살아올랐다. 비날론을 품어안고 고심하던 그 사람들은 자기들보다 더 뜨겁게 비날론을 사랑하시는분이 계신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발이 내돋는 무더위에 공장을 찾아주신 장군님에 대한 감사의 정이 모두의 가슴마다에 끓어넘치였다. 하여 그들은 약속이나 한듯 그분을 그리며 만세를 불렀다.

《21세기 태양 김정일장군님 만세!》

《만세!》

만세소리는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넓은 구내를 뒤흔들고 하늘가 멀리로 울려퍼지였다.


그날 집에 들어온 주승혁은 침통하게 얼굴을 찌프리고 담배를 피워대면서 씨근거리였다. 부엌에서 밥상을 차리던 그의 안해 백영희가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기웃이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기쁜 일이 있으면 부엌에 나와 안해의 일을 거들어주기도 하면서 우선우선하게 롱질도 곧잘하는 남편이 장군님의 현지지도가 있은 오늘 오히려 기분이 상했으니 무슨 일이란 말인가?

지숙한 나이에 이르러 몸이 부하게 나고 얼굴피부의 탄력이 풀어졌지만 아직 젊었을적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있는 영희의 얼굴에 의아쩍은 빛이 어렸다. 녀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다들 기뻐하는데 선철이 아버지는 왜 그 모양이예요? 무엇이 못마땅한가요?》

《무엇이 못마땅한가구? 바로 내가 못마땅해서 그러는거요. 내가 밉단 말이요. 우리 장군님께서 이 무더운 삼복철에 비날론을 살리겠다고 강행군을 하시였는데 우린 해수욕장을 찾아다녔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단 말이요.》

승혁은 눈물이 글썽해서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쾅쾅 두드려댔다.

그제야 승혁의 심정을 알게 된 백영희는 이윽고 금방 차린 저녁상우에 귀중히 간수해두었던 고급술 한병을 곁들여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승혁은 여전히 찌프린 낯으로 마치 그 어떤 가증스러운 원쑤를 보듯 술병을 쏘아보는것이였다.

《왜 그래요? 어서 한잔 들고 마음을 진정해요. 기뻐서 한잔 마시고 자기를 탓하면서 한잔 들라니까요.》

장군님의 비날론공장에 대한 현지지도는 남편이 지내 술을 마신다고 늘 지청구를 해온 녀인까지도 돌변케 했다. 앞으로 비날론이 쏟아질 그날을 생각하면 오늘 고급술 한병이 간단히 없어진대도 별로 아깝지 않고 오히려 남편의 흥뜬 모습을 보고싶기도 한것이 비날론지구 녀인들의 공통된 심정인지도 모른다.

《안 마시겠소.》 승혁이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참새가 방아간을 그저 지나갈 때도 있구만요.》 영희는 놀라서 눈을 치떴다.

그 녀자는 승혁이가 지금 얼마나 가책으로 모지름을 쓰고있는지 다는 알수가 없었다. 승혁은 해수욕장에 가서 즐기며 술을 마시던 그 광경을 떠올리며 괴로와하고있는것이였다. 자기들은 한탄이나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술을 마시면서 불고기를 했는데 장군님께서는 땀을 철철 흘리시면서…

승혁은 술병을 손에 들고 처음 보는 물건이기나 한듯이 들여다보았다. 영희가 살며시 웃음을 머금었다.

《그것 보라요, 선철이 아버지가 술을 마다할리가 있나.》

승혁은 픽 코웃음을 치고나서 술병을 멀찍이 밀어놓았다.

《아니, 이제부턴 안 마시겠소. 다신 내게 술을 권하지 마오, 비날론이 나올 때까지.》

《정말이예요?》

《내가 허튼 소릴 하는걸 봤소?》

《난 믿어지지 않아요.》

《두고보오. 당신도 내 성밀 알지? 난 한번 말하면 그만이요.》

참으로 이날은 뜻밖에 찾아온 기쁜 날, 사람들의 가슴을 감격으로 격동케 하고 맹세로 뜨겁게 달군 날인 동시에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온 날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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