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0회
페이지 정보
본문
(제 40 회)
제 4 장
1
(2)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찾아주신 2월초의 그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희뿌연 하늘에서 떨어지는 싸락눈이 2.8비날론련합기업소구내에 우뚝우뚝 치솟은 굴뚝들과 합성탑들, 정류탑들을 어루쓸며 날리고있었다. 솜털같은 눈들은 쌀쌀한 바람에 내리불리고 올리불리다가는 종당에 생산건물들의 지붕들과 아스팔트도로우에 살풋이 내리덮이고있었다. 눈은 여느때없이 정숙이 깃든 기업소당위원회청사의 책임비서방의 창문에도 덤벼들어 바람과 함께 들이때리기도 하고 창턱에 내려앉기도한다. 하지만 그 방에 모여앉은 책임일군들은 밖의 날씨에는 관계없이 제나름의 심각한 사색에 빠져있었다. 앞상에 빙 둘러앉은 사람들속에는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 당위원회 비서들외에 중앙에서 조직하여 파견한 2.8비날론련합기업소개건지도소조 책임자가 앉아있었다. 그들이 피운 담배연기가 방안에 그물그물 떠돌고있었다. 신명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였으나 싫다는 소리 한마디 않는다. 그만큼 협의회분위기가 그 어떤 개인적인 감정이나 불만을 말할 여지를 주지 않는것이였다.
《난 아무래도 기사장자리를 내놓아야 할것 같습니다. 죄책감이 뼈에 사무쳐 잠도 잘수 없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한명산기사장이 침울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였다.
《기사장동무도 그렇지만》 하고 당위원회 조직비서가 말하였다. 《나도 장군님의 의도를 제때에 파악하지 못했지요.》
이 기업소의 책임일군들이 대체로 그러한바와 같이 골격이 굵직한 조직비서의 얼굴에도 괴로운 빛이 어려있었다.
장군님께서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신 그날에 지배인과 책임비서는 평양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회의에 참가하고있어 기업소 기사장과 당위원회 조직비서가 장군님을 맞이하였다. 이날 장군님께서는 앞으로 진행하게 될 개건공사의 전망에 대해 하나하나 료해하여보시고 언제까지면 비날론생산공정을 전부 살릴수 있겠는가고 한명산에게 물으시였다.
한명산은 지난해 5월 장군님께서 찾아오시였을 때 외국출장을 간 지배인을 대신하여 그이를 안내하였었다. 그때에도 그랬지만 이날에도 장군님께서 너무나 허물없이 친근하게 대해주시여 아버지를 따르는 아이처럼 응석이라도 부리고싶은 심정이였던 명산이지만 그 순간엔 갑자기 당황해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기업소에서 타산하고있는 그 시일은 장군님의 기대와 믿음에 비해볼 때엔 너무나 늦잡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배인도 책임비서도 없는데 기사장인 자기가 마음대로 타산하여 말씀올리는것도 옳은 처사같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갑자기 소심해진 한명산의 속을 들여다보신듯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 교시하시였다.
《일없소. 기사장동무가 타산한것을 말해보오.》
그제서야 한명산은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면서 한껏 기일을 단축하여 2년안으로 개건공사를 완성하겠다고 아뢰이였다. 한명산으로서는 너무나 대담한 계획이여서 혹시 장군님께서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꾸중하시지나 않을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고나서 《아니요!》 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1년안으로 끝내야겠소.》
그이께서는 잠시 침묵하시였다가 다시 말씀하시였다.
《비날론생산공정의 개건공사를 다그쳐야 하오. 하루빨리 비날론생산공정을 살려야 하오, 1년안에! 더 미룰수 없소.》
조직비서가 장군님의 명령을 기어이 관철하겠다고 힘차게 대답을 드리였다. 그때까지도 한명산은 어리뻥뻥해있었던것이다.
한명산은 지금 그때 장군님께서 만족하실 대답을 올리지 못한 자기자신을 두고 끝없이 자책하는것이였다.
신명욱은 괴로움이 짙게 비낀 젊은 기사장을 여겨보며 그를 질책하기보다 오히려 그에 대한 호감을 느끼였다. 한명산은 솔직하고 사심이 없는 일군이였다. 그는 장군님께 자신이 없는 대답을 올릴수가 없었던것이였다. 우리 일군들이 어찌 장군님의 크고 심원한 세계를 다 헤아릴수 있을것인가. 그저 그이의 뒤를 따르며 그이께서 가르치시는대로 일을 하기 위해 안깐힘을 다할뿐이다.
《그만하오.》 정준학지배인이 핀잔하는 눈길로 한명산을 치떠보았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말문이 막혔을거요.》
아마 정준학도 한명산의 괴로운 심정에 리해가 가는 모양이였다.
《동무들의 심정이 리해됩니다. 나도 오늘 기업소에 내려와 생산공정들을 연구해보고 해야 할 일을 타산해보니까 정말 아찔해집니다. 그러나 할수 있겠다는 신심이 있습니다.》 하고 개건지도소조 책임자인 리영복이 말하였다.
리영복은 지금 책임비서방에 모여앉은 사람들중에서 가장 젊은 40대의 일군이였다. 그때문인지 온몸에서 힘이 넘쳐보이였다. 검실검실한 강철빛의 그의 얼굴은 커다란 바위마냥 듬직하고 억세보이였고 두눈엔 따뜻한 빛이 어렸으나 그속에선 바다물밑에서 폭풍이 이는것처럼 길들이기 어려운 그 무엇을 느끼게 하였고 미소가 흐르는 입매는 푸근한 성품을 느끼게 하였다. 한마디로 한껏 뜨거운 정을 퍼부을수도 있고 무서운 힘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내달릴수 있는 완력가처럼 보이는 사람이였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의 명령을 집행해야 할 의무 그 하나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고 리영복은 말하였다.
《지도소조책임자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결사관철! 이것이 우리의 구호입니다.》 신명욱이 선망어린 눈길로 리영복을 보며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실 올해 수행해야 할 과업은 간단한것이 아니였다.
이미 시작한 농약, 물감생산공정을 새로 꾸리는 전투를 중단없이 밀고나가면서 비날론생산공정들을 전부 복구하여야 한다.
우선 자재와 설비확보가 급선무이다. 일부 자재와 설비들은 수입해야 하며 국내에서도 유휴자재들을 찾아 빠른 시일내에 공장으로 운반해와야 한다.
중합직장, 방사직장, 촉매직장을 비롯한 일부 직장들은 완전히 새로 일떠세워야 할 형편이였다.
그들은 매 직장들의 개건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놓고 토의하였다. 합성직장에서도 할일이 많았다. 합성직장에서는 거의 파괴되다싶이한 잔사처리공정을 복구하여야 하며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보수정비하여 초산비닐을 성공적으로 생산해내야 한다. 초산비닐은 비날론공업의 기초화학제품이다. 초산비닐이 나와야 그것을 원료로 하여 중합직장에서 폴리초산비닐을 만들고 검화공정을 거쳐 폴리비닐알콜을 생산한다. 방사직장에서 폴리비닐알콜을 방사하고 화학처리하면 그것이 곧 비날론띠섬유가 되는것이다.
《초산비닐생산은 주승혁동무에게 맡겨야 하겠습니다.》 정준학이 말하였다.
《주승혁동무에게 맡기면 마음을 놓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만한 기술자가 없지요.》 한명산이 찬동의 맡을 하고 좌중의 사람들도 머리를 끄덕이였다.
《주승혁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리영복이 호기심이 짙게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동무가 있습니다.》 하고 신명욱이 주승혁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나서 뒤를 달았다. 《비날론재생의 선풍속에 주승혁동무의 존재가 많이 두드러지게 되였습니다.》
영복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러니 우리 장군님께서 비날론공업의 새 력사를 펼쳐주시면서 위축되고 소심해졌던 사람들의 정신도 활짝 꽃피워주고있다고 말할수 있군요.》
《옳습니다.》 신명욱이 웃으며 긍정하였다.
《그래 다른 생산공정들은 어떻습니까? 중합공정이나 방사공정과 같은 기타 직장들의 개건공사를 담당수행할 기술력량은 총분합니까?》
정준학이 그 분야의 기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나서 계속하였다. 《오래동안 생산공정들이 죽어있다보니 기술자, 기능공력량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마음먹고 달라붙으면 생산공정들을 성과적으로 돌려 비날론을 생산할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기술자, 기능공대렬을 튼튼히 꾸려나갈 결심입니다.》
영복은 거무스름한 얼굴에 소탈한 미소를 띄웠다.
《좋습니다. 사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명령하신대로 1년안에 비날론생산공정들을 전부 되살려낸다는것은 아름찬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린 반드시 해낼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있습니다. 왜 그런가?》
영복의 좀 갈린듯 하면서도 저력이 느껴지는 목소리에는 자석처럼 일군들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건 명백합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선 우리가 결심하고 달라붙으면 할수 있다는것을 내다보고 명령을 주시였기때문입니다. 그이께서는 천리혜안의 예지로 2.8비날론련합기업소 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의 단합된 힘의 무게를 가늠해보신것입니다. 당과 혁명에 무한히 충실한 로동계급이 있지, 유능한 과학자, 기술자대군이 있고 짧은 기간에 현대화공사를 해본 경험도 가지고있습니다. 또 우리의 경제토대가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개건공사를 힘있게 떠밀어줄만큼 튼튼합니다.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이께서 하라고 하시면 되는것입니다.》
다음날 승혁은 준학지배인에게서 초산비닐생산공정개건을 책임지고 진행할데 대한 지시를 받았다. 승혁은 지배인의 방에 모셔져있는 장군님의 초상화를 우러르며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리였다.
(장군님, 위대한 장군님, 정말 고맙습니다. 장군님께서 계시여 주체비날론이 쏟아질 그날이 앞당겨지게 되였습니다.)
승혁은 슬그머니 돌아서서 준학지배인이 모르게 축축해진 눈굽을 닦았다.
관련링크
-
https://dprktoday.com/novel/7674
636회 연결
- 이전글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1회 23.07.13
- 다음글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39회 23.07.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