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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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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411회 작성일 23-06-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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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회)

제 2 장

7

(2)


연구소당비서가 생활에서 애로되는것이 없는가고 물었던적이 있었다. 사람좋은 당비서이니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별다른 애로가 없다고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집에까지 찾아간것이였다. 승혁은 당일군들이 자기를 지켜주고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것만 같았다. 그는 어쩐지 면구스러움을 느끼며 아들에게 화제를 돌리였다.

《선철아, 넌 도대체 혜경이와 어떤 사이냐?》

《예?》 선철은 놀라서 눈이 덩둘해졌다.

《혜경이가 빵을 가져왔더구나, 네가 보냈다면서…》

선철은 어색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네가 빵을 보냈니?》

《실은… 혜경이가 스스로 들고온거예요.》 선철은 아버지에게 죄송함을 느끼는지 머리를 숙이였다.

《내가 혜경동무에게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릴 했거던요.》

《그래서 혜경이가…》 승혁은 가슴이 쯔르르해왔다.

《그 애가 아들보다 낫구나, 허허…》

《날 만나 그 소리를 하더군요. 후날 아버지가 물으면 내가 심부름을 시킨것으로 하자고 약속하라더군요. 그러마고 약속은 했지만 부모님들을 속일 생각은 없어요.》

《혜경이가 정말 괜찮은 처녀예요.》 백영희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어리였다.

《그건 말없이 우릴 질책한거예요.》

《그런가?》 승혁은 아닌보살하며 웃었으나 혜경이가 고마운 생각으로 가슴은 그냥 달아오르는것이였다.

《아버지, 난 나가보겠어요.》 선철이가 한걸음 물러서면서 말하였다.

《난 지금 가소제직장개건공사지원로동에 참가하고있거던요.》

《네가 용쿠나. 어서 가봐라.》

선철이가 나간 다음 영희는 식사를 하는 승혁을 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다가 말하였다.

《선철이 아버지가 정식으로 합성 개건 및 시운전책임자로 임명되였다는 소릴 들었어요.》

《그래 기뻤소?》

《기쁘기야 뭐. 그저 당신이 영 버림받은 사람은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희는 절반 롱담, 절반 진담으로 말하고있었다.

《당신이 참 날 가련하고 불쌍하게는 여기고있었구려.》 승혁이도 롱조로 말하고 껄껄 웃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나야 어제도 오늘도 비날론을 사랑하는 사람 주승혁일뿐이요. 내가 다른 사람이 될수야 없지 않소.》

《그 말은 옳아요. 당신이야 평생 그런 사람이지요.》

가는 주름살이 잡혔어도 아름다와보이는 영희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피여있었다.

《내 이번에도 당신한테 지고말았어요. 하긴 이기려고 한것부터가 잘못이지요.》

《당신도 그만큼 살았으면 날 잘 알지 않소. 난 1살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소. 당에선 우리 형제들에게 애국렬사증을 수여해주었고 아버지가 있는 애들 부럽지 않게 돌봐주었소. 그리고 나를 직장장으로까지 내세워주었지. 그러나 난 지난날 일을 쓰게 하지 못해 해임되였소. 이걸 두고 남들을 탓할게 하나도 없소. 난 오직 자신만을 타매할뿐이요.》

승혁은 왜 이렇게 자신이 전에없이 심각하고 정색하게 말을 하는것인지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오늘 아침 당조직의 신임을 받아안았기때문에 격동되여서일가? 어쨌든 오늘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날인것 같았다. 승혁은 말을 계속하였다.

《내 가슴속엔 이 비날론공장이 마치 다른 하나의 심장처럼 살아있소. 어버이수령님의 령도사적이 깃들어있는 합성직장이 다시 일떠서는데 내가 무엇을 주저하며 무엇을 꺼리겠소. 오직 나의 지혜, 나의 힘을 깡그리 다 바쳐 합성직장을 훌륭히 개건하는데 이바지하리라는 일념만이 나를 떠밀어주고있소.》

《날 많이 욕하세요. 녀자들이야 어디 남자들 속궁냥을 따라가나요.》

승혁은 오늘따라 안해가 처녀시절로 되돌아간것처럼 별로 고분고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안해의 처녀시절, 그와 사귀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비날론공장을 5만톤능력으로 확장하면서 그 공사를 위해 조직된 돌격대(당시 5만톤돌격대라고 불렀다.)에 망라되여 고향을 떠나온 영희가 제관직장에서 일할 때에 승혁은 그런 처녀가 있다는것을 알지 못하였었다. 공사가 끝나자 영희는 공장에 떨어졌는데 합성직장 정류작업반에 배치받았다. 승혁은 자기가 일하는 작업반에 들어온 돌격대출신의 처녀가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체격이 실하고 얼굴이 곱살한 처녀는 어찌된 일인지 승혁을 싫어하지 않고 따랐다. 처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승혁에게서 작업복을 달래여 깨끗이 빨아 다림발까지 세워서 승혁의 탈의함에 넣어주군 하였다. 승혁이가 야간작업을 할 때는 배가 고플세라 당과류까지 마련하여 기대옆에 놓아주었다.

너무나 일찍 아버지를 잃고 자란탓에 아버지가 있는 동무들이 무척 부러웠던 승혁은 이성에 눈이 트고 결혼생활을 꿈꾸게 되자 꼭 아버지가 있는 처녀에게 장가들리라 마음먹고있었다. 어느날 영희에게 장진군 읍농촌건설대에서 부기장을 한다는 아버지가 함흥에 출장왔던 길에 찾아왔다. 승혁은 우정 영희를 만나야 할 구실을 꾸며대여 그 아버지를 만나보았다. 딸과 말을 하던 닫긴깃양복차림에 배가 좀 나오고 삼면쟈크가방을 옆구리에 낀 위풍있는 사나이가 승혁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였다. (참 멋있는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꼭 영희에게 장가들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게 되였다. 그후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였을 때 영희는 승혁에게 물었다.

《박춘섭오빠와 동창생이지요?》

승혁은 놀랐다.

《아니, 춘섭이를 어떻게 아오?》

《우리 오빠예요. 우리 집에서 함께 자랐어요.》

그때에야 승혁은 춘섭이와 영희와의 관계를 알게 되였다.

영희에게는 형제가 여럿이였는데 그는 어렸을 때 특별히 춘섭오빠를 따랐다. 춘섭은 영희가 4살정도 되였을 때 아버지가 출장갔다가 오면서 데려온 애였다. 부모들은 춘섭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금까지 다른곳에서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함께 살게 되였다고 하였다.

어지간히 세월이 흘러서야 영희는 춘섭이가 자기 집으로 오게 된 사연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였다. 영희의 아버지는 출장길에 어느 군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있는 누이동생을 찾아갔다가 그곳 병원에서 숨진 어떤 녀인의 어린 아들을 보게 되였다. 어머니의 시체를 붙안고 슬피 우는 소년의 정상이 영희 아버지의 가슴을 아프게 긁었다. 영희 아버지는 누이동생에게서 그 소년의 아버지는 전쟁시기 인민군대에 입대하여 전선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였고 홀어머니마저 사망하다보니 의지가지할데가 없는 고아가 되였다는것을 알고 그 애를 맡아키울 결심을 품었고 하여 그 애를 업고 장진군의 집으로 데려왔던것이다.

춘섭은 영희의 형제들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하여 홀로 있기를 좋아하였다. 그런데 영희가 그를 특별히 따르게 된것은 다른 오빠들은 장난이 세차서 쩍하면 영희를 때리고 놀리고 울리였으나 얌전한 춘섭이만은 자기를 다정하게 대하였기때문이였다.다른 오빠들이 머리꽁지를 잡아당기거나 놀이감들을 빼앗거나 하면 영희는 춘섭에게 와서 도움을 청하군 하였다. 춘섭은 영희를 업어주고 영희를 위해 소꿉놀이도 곧잘 하였다. 이 과정에 춘섭은 영희에게도 정이 들고 다른 형제들과도 섭쓸려 놀게 되였다. 영희는 춘섭에게 있어서 새로운 가정에 정을 붙이고 생의 의욕을 되찾아준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영희에게서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승혁은 춘섭이가 어떻게 불행을 안고 자랐는가를 알게 되였다. 중학시절 함께 공부하며 자랄 때는 춘섭이가 부모없이 고모네와 같이 사는것을 좀 이상하게 여기였을뿐이였다. 또 춘섭이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연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승혁은 자신이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것이 한스러웠는데 춘섭이야말로 량부모의 사랑을 일찌기 잃고 살아왔다는것을 커다란 충격속에 깨닫게 되였다. 이 깨달음은 춘섭에 대해 더욱더 각별한 정을 느끼게 하는것이였다.

영희는 춘섭오빠와 헤여지던 이야기도 눈물이 글썽하여 들려주었다. 함흥의 비날론지구에서 산다는 춘섭의 고모가 자기 조카를 데리러 왔었다. 춘섭의 고모는 자기 오빠의 피줄인 춘섭이를 대처에 데려다가 공부시키려고 했고 영희의 부모들도 그에 동의하게 되였다.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던 영희는 역전에서 춘섭과 헤여지면서 그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오빠, 나도 같이 가자, 응? 나도 오빠와 같이 살래.》

춘섭이가 영희를 달래였다.

《영희야, 오빤 갔다가 인차 온다. 좀 있으면 꼭 다시 만나게 돼.》

춘섭이가 영희의 눈물을 닦아주며 얼려서야 영희는 떨어질수가 있었다. 그후 춘섭은 영희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였고 영희도 그리움이 넘치는 회답편지를 보내였다. 그러다가 영희가 돌격대에 망라되여 비날론지구로 와서 《오누이》는 다시 만나게 되였다.

당시 춘섭은 화학공업대학을 다니고있었다. 영희는 춘섭의 부추김을 받고 능력확장공사가 끝난 후에 비날론공장에 떨어졌으며 춘섭의 친구인 승혁을 주저없이 따르게 되였다. 승혁은 영희가 자기처럼 체소하고 별로 특별히 뛰여난 점도 없는 사람을 군말없이 따랐다는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것을, 스스로 우쭐하여 자부했던것처럼 자기자신의 그 어떤 매력이 처녀의 마음을 흔들었다기보다는 춘섭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것이라고 짐작하게 되였다. 승혁은 허거픈 웃음이 나갔으나 춘섭이가 고마운 심정은 어찌할수가 없었다. 몇년이 지나 승혁과 영희가 결혼식을 하게 되였을 때 춘섭이가 둘러리를 섰다. 그날 춘섭은 영희가 있는데서 승혁에게 말하였다.

《우리 영희를 너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쪼꼼이라도 영희를 울리면 내 가만두지 않겠어. 불원천리하고 달려와 너와 해볼테다.》

《알겠어. 내 너처럼 영희를 사랑하겠으니 마음놓으라.》 승혁은 행복감에 젖어 말하였었다.…

얼마나 즐겁고 랑만이 넘치던 청춘시절이였던가. 그때를 돌이켜보는 승혁의 얼굴에는 빙그레 미소가 어리였다.

《선철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예요?》 영희가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당신이 처녀때 참 고왔다는 생각을 했댔소.》

《거짓말은 곧잘 하는군요.》

《거짓말은 무슨… 정말이라니까. 참, 박춘섭이가 공장에 내려왔소.》

《알아요. 춘섭오빠가 집에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공장개건을 도와주기 위해 내려왔다지요?》

《그렇소.》

《오빠는 선철이 아버지를 걱정하더군요. 이번에 큰일을 맡아하는데 잘 돌보라고 얼마나 당부하는지. 늘 따끈따끈한 밥을 대접하라고 하더군요.》

《그래?》

《이번엔 싸우지 않겠지요?》

그 녀자는 몇년전 춘섭이 설비해체그루빠를 책임지고 내려와서 춘섭이와 승혁의 관계가 퍼그나 랭랭해졌던 그 사실을 잊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걱정마오. 오늘은 우리가 한전선에 서있는셈이니까.》 승혁은 껄껄대며 웃었다.

《이젠 돌아가보오. 난 일을 해야겠소.》

영희가 방을 나가자 승혁은 다시 머리를 수그리고 무엇인가 써나갔다.

며칠후 주승혁이가 작성한 알데히드생성반응기개조안에 대한 기술의안서가 기업소관계부문 일군들의 협의회에서 통과되여 설계실에 넘어가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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