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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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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295회 작성일 23-05-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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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회)

제 2 장

1


이제는 한결 선기가 느껴지는 아침이였다. 주승혁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출근길에 올랐다. 자전거를 끌고 막 집대문을 밀고나서는데 뒤에서 안해 백영희의 쨍쨍한 목소리가 발목을 붙들었다.

《여보, 가방!》

(아차, 또 잊었군. 이젠 건망증이 말이 아니라니까.)

승혁이가 뒤를 돌아보니 백영희가 어느새 달려나와 자전거바구니에 점심밥이 들어있는 가방을 넣어준다.

《내가 아니면 당신은 점심을 굶어야겠어요.》

영희는 요사이 별로 살뜰해졌다. 이제는 가정에 들어와있는지 오랬지만 한땐 비날론공장 합성직장의 기능공이였던 안해이니 비날론지구를 선풍처럼 휩쓸고있는 정신적앙양도 함께 받아안고 또 남편에 대한 그 어떤 기대도 크게 간직하고있을것이다. 어쨌든 승혁에게는 안해의 살뜰함이 당연하고 기껍게 느껴진다.

《점심을 왜 굶는단 말이요. 자전거를 타고 휙 달려오면 되겠는데… 그럼 당신의 고운 얼굴을 또 한번 볼거 아니요.》

《당신 오늘 정신이 좀 어떻게 된게 아니예요. 그 나이에 무슨 고운 얼굴타령이예요?》 영희는 핀잔이 어린 말을 하였으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려있었다.

《별사람을 다 보는군, 곱다는데도 싫다니…》

승혁은 짐짓 투덜거리며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는 천천히 자전거를 달리면서 《잘있소.》 하고 안해가 섭섭치 않게 한마디 남기였다.

아침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물결처럼 공장을 향해 흘러가고있었다. 이 흥덕구역의 대다수 사람들은 대체로 비날론공장 종업원들이였다.

자전거들이 한옆으로 달리고 걷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자전거와 경쟁이라도 하듯 걸음을 다그친다. 그들속에 끼여 자전거를 달리는 승혁에게는 어쩐지 사람들의 얼굴이 별스레 환해진것만 같이 느껴진다. 앞날에 대한 희망과 확신이 저들의 가슴속에도 꽉 들어차있으리라.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후 얼마 안있어 국가적으로 기업소에 전기, 석탄과 같은 기본생산조건들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취해졌고 1단계의 개건을 위한 적지 않은 자금이 떨어졌다.

기업소에서는 장군님의 현지말씀을 관철하기 위하여 개건려단을 조직하고 각 직장들과 부서들을 돌격대체계로 전환시켜 대대, 중대, 소대들을 편성하였다.

려단장은 지배인, 정치부장은 책임비서였고 참모장은 염화비닐생산공정을 꾸릴 때 개건지휘부책임자를 한 행정부지배인 류강필이였다. 지금 온 기업소가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갈림길에서 한대의 자전거가 나오더니 부리나케 승혁의 뒤를 쫒는다. 자전거에 탄 사람이 승혁을 부른다.

《여보게 친구, 같이 가기요.》

승혁은 뒤를 돌아보며 시까스르는 말을 던지였다.

《당신이야 군대로 말하면 군관인데 좀더 일찍 출근해야지 우리같은 병사들과 함께 출근한단 말이요?》

승혁의 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자동화과장 강영식이였다. 그는 며칠전에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아따, 이젠 그런 식으로 놀려대는셈인가? 그 오만성은 여전하구만.》

《그걸 말이라고 해? 난 연구사가 된 후로 몸이 퍽 약해져서 이젠 별치 않은 감투를 써도 휘청거리게 된다구, 하하…》

승혁은 스스럼없이 자신을 연구사라고 불렀으며 앞으로 비날론공업을 위해 한몫 하리라고 다짐하고있었다. 연구사로 임명되여 별로 연구사업을 할새도 없었지만 그는 합성직장장을 하던 시기에 자체로 해오던 비수은법에 의한 알데히드생산연구를 계속 추진해오고있었다. 그는 앞으로 알데히드생산은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할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주동무, 우리 딸애 있지 않소?》 영식은 자전거를 몰아가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말을 한다.

《강혜경이 말이지? 그 애가 어떻게 됐소?》 승혁은 긴장해지며 물었다.

친구의 딸이여서일가? 어쩐지 승혁은 강혜경이를 보통처녀처럼 대하게 되지 않았다.

《그 애가 우리 공장에 오게 되였소.》

《어떻게 그렇게 되였소? 강동무가 쑤셔댔나?》

《쑤셔대긴 뭘 쑤셔댄단 말이요? 위대한 장군님의 우리 비날론공장 현지지도소식을 전해듣고 함흥화학설계연구소에서 세명의 설계원들이 우리 공장에 탄원했다는구만. 그속에 우리 딸 혜경이도 속해있지. 물론 당조직에서는 적극적인 찬동을 보냈지. 멀지 않아 혜경이가 공장설계실에 들어오게 될거요.》

《그거 잘됐구만. 혜경이가 돼먹은 애요.》

맞춤한 키에 서글서글하고 리지적으로 눈을 빛내던 그 처녀, 활달해보이는 미소를 짓고 억지다짐으로 자기에게 사과를 먹게 하던 혜경의 가슴에 그렇듯 뜨겁게 불타는 심장이 뛰고있었던것인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감복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속에 문득 눈앞에 최성복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금 성복은 더는 비날론공장 종업원이 아니였다. 그가 공장에서 적을 뗀 다음날에 장군님께서 공장을 찾아주시였다.

승혁은 묵은 상처가 터지듯 가슴속에 잠재해있던 아픔이 되살아남을 느끼였다.

(한 처녀는 우리 비날론공장을 개건하는데 한몫 하겠다고 입직하는데 성복아, 넌 공장을 떠나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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